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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                   청초

      '하루 온 종일 쏟아 지고도, 아직도 울분이 남아서인지 어제밤에도 비가 또 다시
      무섭게 내려 부었다.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짓 말 처럼 비가 뚝 그쳤다.
      해 맑게 비치는 햇볕에 나무 그림자의 음영(陰影)이 짙다. 이제 초가을의 문턱에
      닿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비 끝이라서 그런지 조석으로 바람도 조금은 서늘하다.

      계절은 우리가 초등학교 산수시간에 배웠던 분도기(分度器)로 재듯이 햇볕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져서 계절 감각을 느끼게 한다.
      매일 아침이면 새벽부터 신이 나서 '짹짹짹' 거리던 참새들도 장마 비에 지쳤는지
      오늘 아침에는 조용하다.

      정원에 나가 보니 우선 반기는 게 상사화 꽃이다.
      말갛고 긴 줄기끝에 연보라 분홍빛의 기다란 꽃이 서너 송이 매달려서 피는 꽃,
      우선 한송이가 피어나고 나머지 봉오리 두 세송이는 좀 더 짙은 보라분홍색이다.
      그 다음에 필려고 차례를 기다리고있다.이 꽃은 이른 봄 추위에 도톰한 잎이
      꽁꽁 언 땅을 제일 먼저 떠 들어내고 일어나서 봄을 성급하게 알리는 꽃이다.

      이른 봄에 먼저 잎이 나서 한 동안을 청청하게 봄내 잘 크다가 어느새 잎은 시들어
      그만 슬어진다. 한 동안을 뜸을 들인 끝에 요사히 초 여름에 피어난다. 잎사귀와
      꽃은 절대로 못 만나 그리워 한다고 해서 꽃 이름을 상사화(相思花)라 했는지...
      눈여겨 보니 여기저기 여러군데에 꽃대가 쑤욱 쑥 예쁘게 솟아 나와 있다.

      멋없이 키가 큰 취나물 꽃,
      장마통에 키가 웃자라서 비틀 거리는걸 나무가지로 고정시켜 주었다.
      이 꽃은 원래 이른 봄에 뜯어서 먹는 향긋한 냄새가 좋은 나물인데...
      내가 그 꽃에 반해서 우리정원에서는 꽃의 반열에 끼워 놓았다. 하얀색의 작으마하고
      앙징맞은 꽃이 여러송이 모여서 피는 나물 꽃이다. 이제 서너 송이 피어나고 있다.

      보라색 한겹 국화꽃을 닮은 벌개미취꽃은 먼저 노란 달맞이 꽃이 진후 쓸쓸해진
      이곳 정원에 아직 껏 피어 있어서 아쉬운 대로 눈을 즐겁게 하고있다.
      자세히 드려다보니 아주 어린 여치가 가녀린 몸매로 벌개미취꽃 잎 위에 앉아있다

      엉뚱하게도 이른 봄에 피는 아기똥풀 노란꽃도 심심치 않게 여기 저기 피어있다.
      보라색의 참비비추 꽃, 날이 가물 때에는 악센 듯하게 꽃을 피우더니 비가 오니
      훨신 싱싱하게 크고 예쁜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서 나를 보고 일제히 웃고들 있는듯 하다.

      오랜지 색의 참나리 꽃은 위로 향한 줄기와 잎사귀 사이 잎이 붙은 겨드랑이 사이에
      콩 만한 까만씨를 끼고 씨가 영글어서 이를 심으면 꽃이 퍼지는 꽃이다.
      우리 정원에서는 여기저기 퍼져서 심심치 않게 피어나고 있다.

      꽈리나무...
      어린시절 나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던 그 초롱 등불같이 생긴 초록색 열매가
      드디어 엷은 오랜지 색의 등불을 켰다. 이 꽈리 나무가 있는 집이 제일 부잣집
      같이 보였다. 어느날 기다리던 열매가 문득 모습을 나타내면 나는 산삼을 찾아 낸
      심마니 같이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한참은 즐거운 마음이 넘친다.
      ' 심 봤다 '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 간절했던 열망이 그냥 잠재 되어있는 모양이다.
      아마 이때에  엔돌핀이 마구 생길 것민 같다.

      옆집 다세대 높은 층집에 키를 맞추려고 마음을 먹고 크는지 키가 턱없이 높아진
      감나무에는 반들반들 기름기가 도는 감잎 사이에 요새 흔히 볼수있는 여름
      조생귤만한 감이 여기저기 샛 파란색 보호색으로 숨어서  크고있다.

      아담하게 커있는 푸른 단풍나무에 샛빨간 꽃이 피어났다.
      이상하게 생각이 되어 자세히 쳐다보니 가지끝의 잎이 요즘 사람 머리에 염색한
      것 같이 아주 고운 빨간색으로 잎이 단풍이 들어있다.

      마당 오른쪽 맨 구석에 심어놓은 꽃능금나무를 타고 빨간 나팔 꽃이 줄줄이 피었다.
      아침 일찍 피고 낮이면 꽃잎을 오무리는 이 꽃은 부지런해야만 볼수 있는 꽃이다
      갑자기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 생각이 떠 올랐다.

      '아빠하고 나하고 심근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 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 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날이 환하게 드니 어디선가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날라와서 낮은 나무 가지 위를
      이리저리 날이 다니면서 "찌이 찌이 찌이" 예쁜 소리로 울고 있다.
      토박이 참새도 어디 선가 나타나 제가 주인인양 간간이 "짹짹짹" 참견을 하는것 같다.

      이제 장마는 끝이 나고 서서히 가을이 오려나 보다. 
                                                                        






  • ?
    김현세 2009.08.04 22:08
    선배님, 오랫만입니다.
    너무 마음이 바쁜데 여러가지 할일을 계획하곤
    단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고 저녁을 맞는날은 편치 못한 마음이
    됩니다. 요즘 가끔 일어나고 있어요.

    모르쇠는 이런날은 마음 푹 놓고 쉬라고 하는데, 잘 않되는군요.
    아마 어머님과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가보다고 말 하는군요.

    오랫만에 아침 부터 나팔꽃 노래를 불러 봅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형제여 아빠씨여 안심 하소서 님들이 가고 없는 방아간에는
    우리가 대신하여 볏나락을 찌오리...

    심술궃게 쏟아지는 빗방울도요 공산군 마주 보고 싸우고 계신
    우리 국군 아저씨들 머리위에선 소리없이 소근소근 노래 불러요...
    나팔꽃 노래와 함께, 국민학교때 강원도에서 살면서 국군 위문하러
    다니며 많이 부르던 노래입니다.

    그당시 오빠 사단이 모두 포위 되었다는 소식에 어머님이 매일
    아침마다 정화수 떠놓고 기도하시며 때로는 실신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학교에서는 국군에게 위문 편지를 자주 쓰라고 했구요.
    편지에 아저씨들 조심하세요. 우리 오빠부대는 인민군에게
    모두 포위 당했답니다.
    어느날 큰 추럭이 우리집 가까이에 세워졌고 군인 아저씨들 중에서
    제 편지를 받았다는 아저씨가 우리집에 오셨어요. 지나가는 길에 들렸
    다면서요.
    인제가 전방에서 아주 가까웠으니까요.
    그 아저씨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무슨 얘기를 했고 떠 나면서
    무슨 선물을 어머니 손에 들려주시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떠난 생각이 아물거리며 떠 오르는 아침입니다.

    어머님의 꿈속에 부처님이 너무 걱정 말라고 하는 말이
    똑똑히 들리셨다는 믿음으로 버티 셨는데, 휴전이 되고 포로 교환때
    꿈처럼 오빠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님도 아버님도 오빠도 이젠 이세상엔 안 계십니다.

    나팔꽃 노래로 많은 추억이 되 살아난 아침입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건강 지키 십시요.







  • ?
    이용분 2009.08.04 23:17
    김현세 후배님 반가워요.

    그 간도 모르쇠님과 시어머님께서도 별고 없으시지요?

    나도 요새 눈이 너부 안 좋아서 몇년 전에 썼던 글을
    종종 올립니다.

    몸의 건강은 좀 나아졌는데 눈이 또 괴롭게 구네요.
    누구나 괴로운 일을 견디며 살고 있지요.

    견디다 보면 또 좀 나아지는 날이 있으니
    마음 편하게 지내세요.

    읽어 주셔서 고맙고 마음 담긴 긴 댓글도 감사합니다.
    언제나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
    김호중 2009.08.05 01:26
    이선배님,

    윗 글을 <부고필라/부고USA>로 퍼서 옮기는데 원문의 '새끼 줄 따라'에서
    '새끼'가 욕이라면서 콤퓨터가 '등재거부'를 합니다. 이 부분을 할 수 없이
    우선 '울타리 줄따라'로 바꾸었습니다.

    오후(서울 시간으로 새벽)에 강사로 초청을 받고 나가므로, 어차피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부고USA>를 열어 보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이선배님께서 좋은 의견이 떠오르시면 알려 주십시오.

    밤새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 ?
    이용분 2009.08.05 20:17
    김 후배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사실은 여러가지 줄 (노끈, 철사.전선등등) 재료는 많지만
    볏짚으로 꼰 '새끼 줄'에 대한 향수로 택한 제목 이었는데
    좀 아쉽습니다.

    그러면 그냥 '매어 놓은 줄 따라'는 어떨까요.
    아니면 '매어 단 줄 따라'는 어떨른지...
    읽는 사람의 상상에 맞기는 거지요.

    문제는 동요에 쓰인 노랫말 때문에 문제군요.

    원래 7회사이트도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이와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는데
    (나는 글을 직접 써야 되기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았어요.^^'
    어린 오리, 어린 참새 라 써야 되는 고통'^^

    이 사이트를 만든 프로그래머에게 부탁하면
    그걸 풀어 주게 되어 있어요.

    우리 총동 같으면 지동회 (33회)후배님 (H.P.017 203 3321)
    총동 웹마스터에게 부탁해서 해결 했거든요.

    결국은 넘어야 될 고개일꺼에요.
    만약 해결이 되면 원래대로 "새끼 줄따라....'로 하시기를 ...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ㅎㅎㅎ
  • ?
    김호중 2009.08.05 21:50
    이선배님,

    윗 글에 원래 인용하신 동요는

    아빠하고 나하고 심근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 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 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그 음률(音律)이 4-3-5, 4-4-5 라서

    아빠하고 나하고 심근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 입니다.
    아빠가 정성으로 매 단 줄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이렇게 한 번 고쳐보았습니다.
  • ?
    이용분 2009.08.06 07:32
    김 후배님

    잠자기 전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동요속의 낱말은 딴 사람 마음대로 개작을 하면 안되지요.
    누구든 기억하고 있는 노랫말인지라
    인용한 사람의 망발이라고 생각 할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글 제목도 "엇갈리는 사랑 상사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동요 내용도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 줄 따라 "에서
    새끼부분을 00 줄따라 하면 좋겠습니다.

    사연을 모르는 독자들은 글 쓴이가
    그 동요를 틀리게 적어 놓았구나 하고 생각할것 같습니다.

    00 이라 써 놓으면
    낱말이 생각 안나나하고 안타까워 하겠지요.^^



    마음이 급해 져서
    부고 U.S.A에 겨우 찾아 들어가서
    위의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호중 2009.08.07 04:44
    이선배님,

    감사합니다. 이제까지는 교회를 섬기는 일과 <부고USA> 관리하는 일을
    그럭저럭 감당해 왔는데, 요즈음에는 두 일이 모두 크게 확장되는 바람에
    잠자는 여유가 위협 받을만큼 시간에 쫓기는 사정입니다.

    처음에 얼마동안을 도와드리면 나중에는 기고회원들중 거의 대부분의 동문
    과 가족들이 <부고USA>에 들어가서 직접 글을 싣기도 하고 이선배님처럼
    수정 작업도 하십니다.

    제 손이 미처 일을 못 감당할 때 도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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