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예찬 청초 요즈음은 몹씨도 덥다. 어찌하여 이렇게 더울까...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 짙 푸른 녹음, 푸른 하늘에 뭉게 구름이 몇점 두둥실 떠 갈 즈음. 젊음을 부르는 시원한 바다가 생각 날때. 심산유곡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과 깊은 소(沼), 어미나무에 착 달라 붙어서 오직 하늘을 향해 끝이 닿는데 까지 올라 가 보겠다는 듯 무성한 담쟁이 덩쿨. 매미나 쓰르라미가 찢어질 듯 목청을 돋으며 그들의 시절을 구가 할때 쯤이면 한 여름이 성숙 되어간다. 그때 쯤이면 사람들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 서는 모양이다. 너도 나도 간단한 장비와 음식 보따리를 싸들고 집도 팽개치 듯 비워 놓고 온 가족이 차를 몰고 나선다. 모든 고속도로가 피서객 행렬로 온통 채워져서 이제 뜨거운 여름이 막바지에 이른 것을 깨닫게 한다. 이 계절에는 망서림이라던가, 깊은 사고를 할 겨를 없이 우선 성장(成長)하고 앞으로 나가는 일만이 있다. 길 가의 프라타나스도 그 넓적한 잎을 바람에 흔들어 대면서 경쟁적으로 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차를 타고 지나 갈때 넓은 들녘 큰 개천가나 강가에 서 있는 미류나무가 유난히 하늘을 찌를듯이 키와 덩치가 시원하게 커 가는 계절이다. 화단의 채송화 꽃이나 백일홍,분꽃 봉선화 꽃도 요즈음 온 힘을 다 해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채송화 꽃들을 들치고 자세히 드려다 보았다. 어찌 이렇게 여러가지 색깔의 꽃이 섞여서 한 꺼번에 피어 날까 궁금 해서였다. 그 꽃 줄기는 길게 늘릴 대로 늘려서 다른 꽃의 줄기와 뒤엉켜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래서 아롱다롱 색깔이 다른 꽃을 섞어 피운것이다. 너무나 고와서 아주 영원할 듯 보이던 그 영화(榮華)가 차차 쇠(衰)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가지 끝마다 자그마한 씨방을 매달아 영글어 가고 있는게 아닌가. 아! 이 꽃들도 꽃을 피워야 될 시기를 잘 알고 온갖 힘을 다해서 그렇게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한편으로 벌나비들을 불러모아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구나... 숲 속의 새들도 이 때를 맞추어 알을 낳아 품어서 부지런히 벌레들을 잡아 먹여 그들의 다음 세대를 키워간다. 웅덩이 속의 물고기들도 봄에 알을 까서 한 여름 내 먹이를 열심히 찾아 먹고 쑥쑥 커 큰 붕어가 된다. 그래서 겨울보다는 여름 철에 낚시가 잘 되는 것 같다. 들녘에 나가 푸른 논밭을 본다. 농부의 경우 여름은 그 해의 작황이 풍년이나 흉년으로 가늠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된다. 벼논에서 잡풀을 뽑아 내는 농군들의 부지런한 손 놀림, 이마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짭자름하고 굵은 땀방울이 눈에 흘러 들어가 찌를 때 정말 한 여름을 실감 나게 한다. 이맘 때 쯤이면 제 마음대로 뻗어가는 호박넝쿨에서 연한 호박잎을 따서 밥 솥에 우선 찐다. 보릿 짚 때서 푹 뜸을 들여 지은 보리밥에 매콤한 매운 풋고추를 숭숭 썰어 넣고 보굴보굴 끓인 강 된장 한 숟갈을 호박 잎위에 얹어 놓은 보리밥에 떠 얹어 쌈을 싸 먹을 때 그 알싸하고 진한 맛이 나는 호박 잎 쌈이 제격인 때가 여름이다. 밭에서는 뜨거운 햇살 아래 잘 영근 옥수수와 감자들이 때 맞추어 우리의 지친 입맛을 달래 준다. 요즈음은 농약을 치고 제초제를 뿌리면서 쉽게 농사를 짓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논에 오리나 우렁이를 방사하고 유기농 비료를 만들어 주어 농사를 지려는 노력이 경주되면서 서서히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낌새들이 엿 보인다. 따라서 가을이면 온 들녘에서 사라졌던 메뚜기가 슬슬 벼논에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중뿔난 더위에 지친 끝에 서늘한 바람불어 시원한 날들이 며칠 계속되어 지내기가 살만 하다고 좋아 했었다. 그 뒤에 당장 농민들은 온갖 과일 열매가 크게 자라지를 못하고 당도가 떨어졌다고 울상이 되었다. 논에는 벼가 자라지를 못하고 벼이삭이 패지를 않는다고 농부들이 큰 걱정이다. 겨울이면 바짝 추워야 논두렁이나 풀숲에 해충 알들이 얼어 죽어 다음 해에 병충해가 덜한다. 여름에는 못 견디게 더워야 논의 벼들이 쑥쑥 자라고 이삭도 잘 영글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무엇이든 이 세상에 대가(代價)없이 거저 얻어 지는 게 없는것 같다. 옛날 여인네들은 여름이면 발이 고운 흰 모시적삼에 고운 살이 베어질듯 된밥 풀을 먹여 카랑카랑한 적삼 올 사이사이로 우유 빛 속살이 수집은 듯 들어나,깔끔함과 청초함을 돋 보이게 해서 입었다. 남정네 들은 의례히 굵은 삼베에 풀을 뻣뻣하게 먹여 손질한 베 잠방이를 걸쳤다. 꼴망태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소 꼴을 먹이러 갈 때면 옷의 바지가랭이가 몸에 잘 붙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도 솔솔 통하여 아주 시원하였다. 성근 베로 만든 바지의 경우 자칫 바지 안 풍경이 아슬아슬 보일듯 말듯 해학적인 풍경을 자아 내기도 했다. 어이 된 영문인지 요즈음 젊은 여자들은 무뤂 위를 한참 올라가 정말 민망한 초초(超超)미니 바지를 입고, 앞가슴이 거의 들어 날듯말듯 하게 파인 윗옷은 걸친둥 만둥이다. 배꼽은 모두 들어 내 놓고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어디든지 못 가는 데가 없다. 모든 여자들의 체면이 이들로 인해서 이만저만 상하는 게 아니다. 그전 같으면 가족 앞에서도 망서릴 이런 민망한 차림으로 얼굴을 똑 바로 처 들고 백주대로를 활보한다. 하기사 어느 식당가에서 보니 이런 차림의 나이가 좀 먹은 여자는 자기도 조금은 민망했던지 짧은 바지를 손으로 자꾸 잡아 다닌다. 고무줄 바지도 아닌것이 늘어날리도 없어서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들도 무더운 여름이라 더우니까 핑계대고 과감하게 행해지는 행태들이 아닐까... 더위가 물러 가면 좀 나아 지려나 기대 해 본다. 아무리 더워도 용광로에서는 시뻘건 쇳물은 쉴새 없이 쏟아 내어 철판과 철근을 만들어 낸다. 건설 현장에 가 보라.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확확 느끼면서도 초고층에서 끊임없이 세멘몰타르를 쏟아 부으며 건물을 짓는 일들을 하고 있는 일꾼들이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봄이 유년시절이라면 여름은 청년의 계절이다. 굵은 팔뚝에 근육과 힘줄이 한창 불끈 솟고 힘이 용솟음 치는 청년기가 아닐까...이 청년기에 여인들은 아기도 부지런히 낳아 잘 키워 장래 국가의 초석을 다지게 해야 한다. 아울러 부지런히 일하여 돈도 벌어 두어야 노후가 든든 하다. 이 세상 모든 게 다 때가 있다. 그 중에도 여름은 아주 소중한 계절이다. 용광로의 쇠도 뜨거워 졌을 때 부지런히 달구워 메로 쳐야 강한 쇠가 되듯이... 한창 무더운 이 여름 날 뜨거운 들녘에서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농사를 짓느라 여념이 없는 농부들의 수고로움... 이게 모두 귀하고 가치있는 일들이 아닌가. 그러자 바로 서늘한 가을이 턱을 빼고 달려와 여름을 쫓아 버릴 것이다. 이게 바로 인생인것이다. 여름이 다 가기전, 이 청춘의 계절에 부단한 노력을 해야 값진 열매를 얻게 되는, 인생에 있어서의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게 아닐까. 09년 8월 9일 (광능 숲에서) (그림에 손바닥 그림을 놓고 보시면 큰 숲이 보입니다. 이어서 右上귀의 네모칸을 클릭하면 더욱 커진 숲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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