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낯선 길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 특히 혼자서 길을 나설 때. 나이 탓인지... 수원을 가는 버스노선을 알기 위해 수원행 버스의 시발점인 모란역을 늦은 오후 시간에 찾아 가 보게 되었다. 내일 우리 7회 웹운영진 모임을 수원에서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철은 보정까지만 가고 아직 수원까지는 연결이 안되 버스편을 이용 해 보기로 했다. 시외 버스터미널이 모란에서 분당으로 이사 온 후 북적대던 그 터미널은 온데 간데 흔적이 없다. 그래서 그렇게 전화가 안됬구나 ... 시내버스 토큰 파는 가게 크기의 조그만 박스형 매표소가 커다란 건물 한 귀퉁이에 보일듯 말듯 건성 보면 못 알아 보게 조그만 게딱지 처럼 붙어 있다. 모든 세상사의 영고성쇠를 보는 듯 하다. 이왕에 이곳 까지 왔으니 파장이지만 가는 날이 마침 장날이라 모란장을 둘러 보기로 했다. 요즈음처럼 불볕 더위에 낮 동안 장에 오기는 엄두가 나지를 않아서 한동안 오지를 않았다. 우선 온 김에 내가 사고자 하는 다시마 장사를 찾아서 한 동안 이리저리 헤맸다. 파장이라 그렇게 사람으로 북적대던 그 장터도 자리 경계석만 덩그머니 남아 있고 철새 떠난자리 처럼 횡하니 빈 곳이 많다. 겨우 찾은 다시마장사에게 값을 물으니 생각 보다 값이 많이 올랐다. 한참 두고 먹을 것이니 양을 좀 많이사야 된다. 빳빳한 비닐 포장을 한것을 팔고 있었지만 맛을 볼수가 없다. 마침 한군 데를 발견하고 이것저것 귀퉁이를 조금씩 뜯어서 맛을 본다. 어떤 것은 쌉 싸름한 맛이 나고 어떤 것은 달콤한 맛이 난다. 내가 맛을 보는 이유는 작년엔가 일어났던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혹시 기름 냄새가 나는 물건을 사게 될까 봐서다. 그중 적당한 것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애호박을 사기로 했다. 요즘 슈퍼에서 사는 것들은 열매가 열자 바로 소세이지 모양의 두꺼운 비닐 주머니를 씌워서 키운 것이다. 천편 일률적으로 크기가 똑같아서 농산물이지만 마치 공산품 처럼 규격화 되어 예쁘기는 하지만 맛이 없다. 햇볕은 물론 공기도 쏘이지 못한 인큐베이타 기형 호박인 셈이다. 그냥 노지에 키운 것이면 뭉뚱하고 길죽하기도 하여 못생겨서 오직하면 호박처럼 못 생겼다 하겠는가. 그래도 햇볕을 보고 자란 노지 호박이 살이 단단하고 맛이 있다. 평소 근처에 사는 농민들이 자기 집에서 농사를 지어서 팔기 위해 나오는 시장 뒷 골목을 찾아 갔다. 낮 동안이면 북적댔을 골목이 사람들이 모두 떠나 버려 한산하다. 하는수 없이 이제는 그냥 가야지 하고 전철역을 향해 이리 저리 골목 길을 찾아 헤메던 중에 생각밖의 애호박을 파는 중 늙은 할머니를 만났다. 호박이 생긴 모양도 갸름 하고 무게도 묵직하다.내가 찾던 바로 그 모양의 호박이다. 그런데 그 호박을 파는 할마씨의 태도가 불친절의 극치이다. “한 개에 천원인데 저녁때니 세 개에 이천원 내시요.” 상점 앞 중간에 떡 버티고 앉은 채 눈길도 안주고 일어나지도 않고 사든지 말던지 대답이 퉁명스럽다. 다녀 본 바로는 모든 곳에서는 2개에 '천원' 하고 팻말을 써붙여 놓고 팔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사려던 노지 호박 같기에 무던히 참고 “그럼 2개에는 얼마에요?” 사는 내가 더 상냥스럽다. 역시 무뚝뚝하게 “천 오백원 내시요.” 참다 못한 내가 “그런데 물건을 팔면서 왜 그리 불친절 하세요? 마치 T.V에 나오는 욕쟁이 새우젓 장사 할머니 같으시네요. 그 할머니는 그리 팔아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시던데...” “우리는 거짓말을 안 해요. 무뚝뚝 한건, 천성이 그런 걸 어쩌겠소.” '맞지도 않게 이런 자리에 당치도 않은 웬 거짓말은 ?...' (내 마음속 생각...) 천막 가게 안을 유심히 드려다보니 여름 물건이라 다 시들어서 못 쓰게 된 온갖 야채들이 산더미 처럼 널려 있다. 순간 연민의 마음이 동해서 다시 호박 세 개를 모두 사가지고 오는 나를 발견 했다. (먹는 식구가 적으니 조금만 사야 되는데...) 이제 저렇게 늙은 나이에 사람이 산다는 건 힘든 일이야,,, 가게 정리도 힘들겠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에스커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바로 앞에 어떤 아주머니가 막 보따리를 풀고 햇파와 기다란 자주색 상추를 팔려고 하는 참이다. 파가 연해 보여서 "어떻게 파세요?" 하고 물으니 달라는 대로 준단다. 집에 시든 파가 좀 남아 있기에 “천원어치만 주세요” 했다. 무언가 좀 싼게 있나 싶은지 지나던 여인들이 금세 모여 들어서 너도 나도 좀 주시오 아우성이다. 전철역에서 내리자 장터로 나기는 길목이니 장삿자리는 제대로 잡았다. 금세 그 여자상인은 인심이 얄팍 해 져서 집어주는 손길이 떨린다. 자기 집 터밭에서 키웠는지 크기가 들죽 날죽 정식 상품도 아니더구만서도 사람들이 모여 드니 그 사이 욕심이 일었는지 손 인심이 야박 해 진다. 살려든 사람은 내가 먼저인데 밀려서 나는 겨우 파를 사 가지고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은 그냥 복작거리고 있었다. 무언가 싼게 있나 보다 하고... 2009년 6월 29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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