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by 김 혁 posted Aug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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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 꽃피는 봄날엔 할말도 많았겠지요 꿈은 땀으로 흐르고 땀은 비처럼 내렸어도 어느꽃도 만날 수 없는 그런날이 있었겠지요 기도하는 꿈빛으로 아침이 찾아와도 누워서도 잠들 수 없는 그런밤이 있었겠지요 별을 보고도 잠언을 읽지 못하고 어리석은 잣대로만 재고 산 가벼움에 대하여 고독한 진실과 홀로 견딘 무거움에 대하여 무심한 달빛창 바라보며 한숨도 지었겠지요 우연히 들었습니다 당신의 허전한 기침소리를 당신이 가을로 깊어갈 때 노을처럼 내리는 그리움이 있다면 잉크처럼 번지는 외로움이 있다면 길어진 시간의 무게 때문입니까 얇아진 낙엽의 부피 때문입니까 9월의 당신이여!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니 이 저녁 노을이 저 들녁 낙엽이 왜 이렇게 쓸쓸하냐는 말은 조금 늦어도 좋겠습니다 우연히 보았습니다 타도록 몸을 말리는 울안의 빨간 고추가 번연히 가루가 될 것을 알면서도 제 몸 한번 뒤척이지 않고 버젓이 누워있음을 그렇게 질기게 견뎌내고 있음을 나는 보았습니다 9월의 당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