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그리움 / (宵火)고은영 -
오래전에 그리움 있었다
상수리 나무 잎새가
황갈색으로 은밀히 물오르면
나의 어떤 외침은 사람임을 알아다오
가로수 나뭇잎이 빨갛게 물 수제비를 띄우고
세상의 모든 풍경이 선홍색 발열로 차오르면
진실한 내면의 고독들은 충만하고
쓸쓸한 거리 뒹구는 낙엽과
짓무른 그리움이 온 밤을 떠돈다
외로움은 정직하고
진지한 말들이 노오란 수군거림으로
철 지난 사랑 하나 붙들고
가을의 외길에 갇혀 흐느낄 때
달 뜬 그리움에 가슴 긁는 바람소리
어느 이름없는 간이역을 거쳐
저 들녘 허수아비 빈곤한 어깨 위에
비로소 별들은 사색의 숲으로 내려와 앉고
그대의 발걸음이 너무나 그리워
나는 가을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