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나는 이 골목 길이란 단어가 좋다. 언제인가 종각에서 종로1가에 이르는 뒷골목 피마 골이 개발에 의해서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주 언짢았다. 조선시대. 왕의 행렬이 지나 갈때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이 이를 피해 편케 다녔던 길. 그 자리에서 몇십, 몇백 년을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골목이다. 그 당시에는 보통 때도 큰길에는 양반님네들이 말을 타고 다녔다. 매번 읍을 하고 있자니 살기 바쁜 서민들이 말을 피해 이 뒷골목으로 다니게 되면서 유래되었다 한다. 그래서 이름도 피마(避馬)골이라 했다 한다. 또 아현동 고지대 밀집한 서민주택가가 헐리면서 좁은 골목 길이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 지자 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를 들러 메고 찾아와 이제는 없어 질 이골목 풍경들을 담고 있는 게 보도된 바도 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했던 사람이나 이곳에서 비싸지 않은 값에 한 끼를 해결하던 근처 젊은 직장인들, 옛 향수에 젖어서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 외국인, 별에 별사람들이 이곳이 없어지는 걸 아쉬워 했다. 나도 언제 쯤인가 남편과 함께 가 본적이 있다. 유명한 해장국집이라 하는데 뭐 그리 썩 음식 맛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옛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골목 길에는 꿈이 있고 추억이 서려있고 호기심도 있는 것 같다. 덕수궁 돌담 길도 잊을 수 없는 길이다. 예전 내가 직장에 다닐적에는 이화여고 앞에서 돌담을 끼고 토요일이면 마음에 맞는 친구와 어깨를 나란이 하고 걷던 길, 지금도 여전히 연인들이 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많은 로멘스를 남기면서... 나는 어릴 적에 그다지 좁은 골목이 진 곳에 산적은 없었다. 노상 사택(舍宅)에서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살던 집도 역시 6M도로변 이었다. 아침이면 학교 가는 아이들 또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기 위해 대문 앞에 서서 훤하게 뚫린 골목 끝에서 나의 가족들이 모습이 안 보일 때 까지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배웅하던 추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 골목 길은 동네 아이들이 많던 시절 아이들이 숨바꼭질이나 고무줄 놀이를 하며 장난을 치며 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지금은 활기 차던 아이들 소리는 오간 데 없고 승용차들만이 이 골목길들을 차지하고 빈틈 없이 주차를 하고 있다. 자동차들만이 먼지와 배기 가스와 괭음을 일으키며 오간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는 이미 아주 위험한 곳이 되었다. 아파트에 살게 된 지금은 기껏해야 현관문을 빼꼼이 열고 에레베이타를 탈 때까지 내다 보는 게 고작 인사이다. 그리고 발코니 유리창 너머로 주차장에서 차가 떠날 때까지 높은 아파트 창가에서 차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든다. 운전 잘 하고 안전하게 잘 가라고. 처음 결혼을 하고 내가 살게 된 곳이 남편 직장이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후암동 골목에 있는 일본식 집이었다. 아침에 통근 버스를 타기 위해 빗장이 질린 나무 대문을 열기가 무섭게 큰길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한참을 걸어가야만 버스를 타는 골목 집에 살았다. 그 골목에 대한 추억도 지금에 와서 보니 잊혀진 듯 가물가물하다. 재미있는 일화는 예전에 같은 골목에서 우연히 같은 날 두집에서 혼인을 하게 되는 경우면 먼저 신행을 들어 오는 쌍이 더 잘 살게 된다며 서로 먼저 들어 오려고 실갱이를 벌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어쩌다 T.V에 비치는 돌담이 쭉 쌓인 시골 골목길 풍경이 정답다. 그 돌담 안에는 늙어 구부러진 감나무가 운치있게 서 있고 담 밑에는 푸른 풀이 둠성둠성 나고 요즈음 같은 절기이면 오다가다 노란 씀바귀나 민들레꽃이 피어 있다. 가을이면 주황색 감이 보기 좋게 주렁주렁 열린 모습이 돌담과 어울려 얼마나 정겨운 풍경을 자아낼까. 그 길은 하도 밟아서 맨질 맨질하게 길이 든 돌맹이가 오다가다 불쑥불쑥 머리를 내민 맨 흙길이다. 밤이 되면 골목길에 인접한 불켜진 창가에서 두런두런 단란한 가족들의 웃음석인 대화와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이 흘러나오는 좁은 골목도 정겨워서 좋다. 내가 세계 여행중 다녀 본 세계의 여러 나라의 골목 길들이 생각난다. 오래 전 유럽여행 길에 이태리의 베니스에서 본 콘도라가 떠 다니는 운하 길. 위험스럽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한 뒷골목 뱃길, 그를 보러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 들어 외화 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로마에는 골목 길이 많다. 큰 골목 길에서 간단한 기념품이나 목걸이 등을 살수 있어서 편리했다. 로마 베스비어스 화산 유적지에서 본 돌 포석이 깔린 옛날 로마인들이 다녔던 좁은 골목 길, 로마의 지하묘지인 동시 로마정부의 박해를 피해야만 했던 기독교인들의 피신처였던 카타 콤베의 어둡고 움침한 지하묘지의 이리저리 구부러진 골목 길이 생각난다. 움침하고 두렵기까지 하던 그 지하에서 빠져 나왔을 때 유난히도 밝은 태양이 빛나던 지상의 로마도 인상적이었다. 터키 이스탄불의 세계적인 카펫트시장 골목 길, 제가끔 한장의 카펫이라도 팔아보려고 잘 되지 않는 한국어로 "형님형님" 하며 외쳐 대던 터키 상인들... 재래시장 골목의 활기넘치던 풍경.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 길, 수많은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사려고 북적대며 넘쳐나던 골목길이 생각난다. 스페인에서는 현존하는 옛 건물사이, 지금도 사람들이 오가는 길,요리저리 구불구불한 좁은 돌 포석이 깔린 골목 길도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그 골목 길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금세공을 하며 살아가는 스페인의 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 T.V 에서 대만의 비좁은 골목을 소개 한적이 있었다.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모택동 공산당 정부에 패해 퇴각을 하면서 대만에 피난을 가게 되었다. 그때 작은 섬에 턱 없이 많이 모인 피난민을 위해 밀집해서 지었던 두사람이 겨우 가슴을 스치면서 지날수 있었던 좁은 골목길이 역사를 담은 현장으로 남아서 흥미로웠다. 지난 이른 봄 우리 아파트에는 초등학교 옆 지하철로 나가는 제법 큰 사람 전용 길바닥을 새로 바꾼 적이 있다. 기왕에 깔렸던 멀쩡한 보드 불럭을 싹 걷어 내고 색상도 산뜻한 새 불럭으로 바꾸었다. 가장자리는 잘 연마된 화강암으로 화단 턱도 만들었다. 먼저 심어 놓았던 흰 옥잠화 꽃을 몽땅 뽑아내고 대신 해송이니 남촌 영산홍등 좀 비싼 수종으로 모두 교체되어 심겨 졌다. 물론 아직도 멀쩡한 벤취도 새로 바꾸었다. 길은 훨씬 새롭고 산뜻 해 졌다. 봄이 되자 길 양편에 있던 키가 큰 나무가 푸른 잎을 피우면서 시원하고 멋진 나무 터널 같은 골목 길이 되었다. 문제는 큰 나무 아래 사람이 앉는 벤취 마다 높은 나무에서 새들이 똥을 싸니 벤취는 물론 새로 깐 보드불럭 위에 그 오물 자국이 하얗게 퍼져서 혐오스럽게 흔적이 남는다. 그 불결함이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것이다. 먼저 헌 불럭은 흡수성이 있어서 그렇게 심각한 지경은 아니었는데... 이런 곳은 그냥 맨 땅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웬만해서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흙 골목길을 만나 보기는 어렵다. 비록 아이들이 넘어지면 무릎도 깨지고 옷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흙을 밟고 살수 있으면 좋겠다. 흙은 모든 걸 덮어 주고 자라게 해 주고 포용하는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아스팔트 길처럼 탄탄 대로로 확 뚫리고 매끈한 길만이 어디 있겠는가. 골목길에는 구불구불 앞길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발밑을 항상 조심하며 다녀 야만 되기도 한다. 구부러져 볼수 없는 골목 길 처럼 우리네 인생 길은 한치 앞도 가늠 할 수 없는 미로(迷路)이다. 여기에는 변수나 미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이 골목 길이 커다란 꿈과 교훈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09년 5월 |

- ?
-
?
김현세 후배님 .
반갑습니다. 그간 궁금하였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우리도 지나가며 외치던
그 찹쌀떡 장사를 불러 사먹은 기억은 없어요.
그걸 팔아 주면 고학생도 돕고 맛도 있었을터인데...
너나 없이 어려운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맨 위의 사진은 우리가 그 곳에 살적에 오솔길을
꾸며 놓고 사철 꽃이 피는 걸 보며 살던 꽃길인데...
항상 바쁜 맞벌이 큰아들이 살면서
가꾸지를 못해 옛날 사진이 되어 버렸어요.
바깥 남편 분을 비롯 시어니님 가족 모두 건강하신거죠?
이제 곧 가을이 올것입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37 | 초가을 정원에서... | 이용분 | 2009.09.04 | 557 |
2736 | 살다가보니 3 | 시냇물 | 2009.09.03 | 590 |
2735 | 들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 용혜원 | 김 혁 | 2009.09.02 | 618 |
2734 | 삶은 기다림이 아니라 다가감이다. 1 | 박현숙 | 2009.09.02 | 563 |
2733 | 그 남자의 짝사랑 6 | 김현세 | 2009.09.02 | 875 |
2732 | 케네디 1 | 미강 | 2009.09.02 | 702 |
2731 | 초가을날의 노래 / 美風 김영국 2 | 김 혁 | 2009.09.01 | 654 |
2730 | 9월이 오는 소리... 2 | 이용분 | 2009.09.01 | 638 |
2729 | 기쁨을 주는 사람 | 박현숙 | 2009.08.31 | 662 |
2728 | 친구는 찾는게 아니라네 | 김 혁 | 2009.08.31 | 746 |
2727 | 이 아침 당신께 드리는글 | 김 혁 | 2009.08.31 | 723 |
2726 | 당신은 나의 마음입니다 | 시냇물 | 2009.08.31 | 529 |
2725 | 가을 노래 / 이해인 2 | 시냇물 | 2009.08.31 | 575 |
2724 | 내 마음의 별 하나가 / 이효녕 | 김 혁 | 2009.08.30 | 667 |
2723 | 구월이 오면 / 박소향 | 김 혁 | 2009.08.30 | 643 |
2722 | 아름다운 하루의 시작 1 | 박현숙 | 2009.08.30 | 507 |
2721 | 호수 2 | 미강 | 2009.08.30 | 631 |
2720 | 작은 쉼터 | 김 혁 | 2009.08.29 | 616 |
» | 골목 길 이야기 2 | 이용분 | 2009.08.29 | 727 |
2718 | 가을 그리움 / (宵火)고은영 | 김 혁 | 2009.08.28 | 780 |
댓글을 달수가 없었습니다.
멀쩡히 별탈 없이 들릴수 있었는데, 로그인이 않된다고
번번히 쫓겨나게 되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오늘은 순순히 들어올수 있어서 기분까지 좋아 졌습니다.
꽃 사진이 아주 예쁩니다.
골목길이 옛생각으로 돌아가 마음까지 아려지려 합니다.
골목길 하면 떠 오르는 찹살떡, 메밀묵 하며 밤 골목을 외쳐대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부모님께선 왠일인지 한번도 사주신적이 없었지요.
이곳와서 제일 먹고 싶었던게 김이 무럭무럭 나는 앙꼬빵과
찹쌀떡이였습니다.
이제는 이곳에도 한국 음식점도 떡집도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40분쯤 운전 해서 갈수있는 거리에
있어서 좋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옛맛이 않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더니 예전엔 먹을것이 많지 않았을때라
더 맛이 있었을거라고 어느분이 그러더라고요.
골목길 하면 그냥 정이가는 말 같아요.
지난 가을에 갔었던 모로코의 골목길은 정이 가지 않고
좀 겁이나는 곳이였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걸어보고
싶은 밤이네요.
건강하시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