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취나물 꽃)   그 한자락 가냘픈 새 소리에...                    청초 매미의 소리가 격렬한 전쟁 후 멀리 사라져 가던 포성소리 모양으로 멀어져 갔다. 더위 때문에 나가 보지않은 사이 정원의 참 취나물이 웃자라서 나보다 더 큰 키에 벌써 꽃이 펴 버렸다. 앙증맞은 하얀 꽃송이가 마치 이제 막 어미 떨어진 강아지가 이리저리 사람 다리에 휘감기는 것 처럼 나의 얼굴에 스치면서 제 모습을 좀 드려다 보라는 듯 하다. 사람이 거닐게 만든 우리 정원 오솔길에는 돌보지 않은 사이 우리들 놀이 땅 따먹기 하던 모양으로 온갖 잡풀과 꽃들이 제가끔 야금야금 길을 잠식하고 있다. 어느 샌가 제 세력들을 제 멋대로 넓혀서 발을 디딜 틈이 없어져 버렸다. 보통 오래된 집을 보면 분명히 얼마 전 까지 사람이 살던 집들인데 사람들의 발길에 반질반질 길이 들었던 마당에는 온갖 잡풀이 우거지고 황량해진 풍경을 보곤 한다. 초가 지붕이나 기와 집은 기와 골마다 온갖 잡풀들이 무성해진 걸 보면서 어찌 저리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고는 했는데 그리 되기가 잠깐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름내 어디를 갔었는지 흔적도 안 보이던 참새들이 오늘 아침에는 "짹짹짹" 이름 모를 작은 새도 찾아와서 "찌이찌이" 낮은 가지를 날라서 오가며 우지진다. 이상한게 그 한 자락 가냘픈 새소리에 나는 무언가가 세상일이 잘 될것만 같고   마음이 푸근해지고 평화로워짐을 느낀다. 어느 새 화려한 옥잠화가 하얀 소복에 백옥 색깔의 옥비녀를 꽂은 다소곳한 미인 모양으로 하얀 꽃을 피우고 기다리며 짙은 향까지 품어 내고 있다. 보라색 맹문동, 벌개미취 꽃 꽃범꼬리풀꽃등이 한창 제철을 구가한다. 이제 가녀린 쑥부쟁이 꽃이 성글은 꽃잎을 피워 저도 가을꽃 이라는 듯 어설픈 모습으로 피어 난다. 유심히 보면 한국의 모든 가녀린 들꽃들은 흰색이거나 연보라색 꽃 일색이다. 언젠가 몇 년전 유럽에 여행을 갔을때 스페인에 있는 그곳 들녘을 본적이 있었는데 아주 선홍색 꽃들이 들판 가득히 예쁘게 피어서 일제히 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곳 들꽃들은 유난히 색깔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꽃이 야생 양귀비꽃들 이란다. 정말 양귀비꽃은 말 그대로 사람을 현혹시킨다. 이태리에서도 마찬가지였었다. 영화 '벤허'를 찍은 들판에서도 이 아름다운 양귀비 꽃이 군데 군데 피어 있는 걸 본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도 양귀비 꽃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면 그렇게 퍼져서 온곳에 피었겠지만 그 꽃은 아편의 원료라 하여 마당에 한 두포기 심는 것 조차도 금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더위 속에 길을 덮어 버린 잡초들을 모두 쑥쑥 뽑아 버렸다. 재를 넘게 키가 커버려 휘청거리는 참 취나물꽃, 엄부렁한 쑥 부쟁이 꽃들의 가는 가지들을 여인들 긴머리 묶듯이 살짝 노끈으로 다 잡아 묶어서 매어주고 ... 아무도 모르게 싹이 돋아나서 정원 앞 대추나무 위로 넝쿨을 뻗어 올라간 호박 덩쿨에 가을이면 혹시 둥그런 호박이 한 두개 누렇게 열리는 작은 꿈도 가져 본다, 벌래 먹어서 잎이 모두 황량해 지고 엉성해진 감나무 가지는 열매가 조롱조롱 열린 가지를  모두 짤라서 정리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제멋대로 뻗어서 올라 간 찔레꽃 끝의 새순 잔가지를 대강대강 잘라서 내년에 꽃을 볼 준비도 하고... 이제 섬돌 아래 귀뚜라미가 본격적으로 찌리찌리 울어 대기 시작하였다. 찬 바람이 불어 정신이 조금 드니 다가 올 가을 맞이 준비를 천천히 하게 된다. 화려한 단풍과 구절초 꽃, 국화 꽃이 은은한 향을 품어 내는 가을을 맞이하기 위하여서...                                                  2009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