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사촌 오빠들이 많아서 딸들이 많은 우리집엔 늘 사촌 오빠들이
들락거렸지요.
나의 아버님은 네분의 형님들과 고모님이 한분 계셨어요. 그러니 사촌들이
아주 많았고요. 유난히 셋째 큰 아버지의 아들들이 어떻게하면 언니들의
친구를 소개라도 받을수 있을까 해서
주말이면 우리집에모여 들다고 합니다.
조금은 엉터리끼가 있는 셋째 큰집의 막내 오빠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일때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였죠.
친구들과의 모임에 여자친구를 꼭 데려온다고 장담을 했다는데
찾을수가 없다면서 나에게 몇 시간만 가짜 여자 친구가 되어 달라고
오빠가 통 사정을 다하고 갖은 아양을 다 부려서 여자 친구행세를
하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용돈으로 선금도 조금 받았고, 맛있는것도 여러번
사주기로 맹세를 해주었고요.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인걸로 행세를 해야되고 교복말고
예쁜옷을 입을것, 묻는 말에만
대답은 하되 학교 이름도 밝히지 말것, 혹시 친구중에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우리 학교에 다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요. 이름은 김금자
( 우리 이름이 현 자 돌림인 관계로),
철저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김금자란 이름만은 좋아 했습니다.
내 이름이 아들이길 원하고 남자 이름으로 지어놨던거라
늘 여자 이름으로 바꾸기를 원하던터였으니까요.
여름 방학중에 어느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오빠가 나를 데리고
어떤 빵집엘 갔습니다.
겁이 나서 빵집앞에서 내마음이 바뀌려 하는데,
우리뒤에서 여드름이 범벅인 오빠의 친구가 인사를 합니다.
능청스럽게도 오빠는 내 어깨에 손을 척 얹으며
나를 밀고 빵집으로 들어 섰습니다.
그안에는 짝을 지어 네 쌍이 먼저 와서 있었고, 오빠와나 여드름범벅과
여학생 모두 열두명…….
겨우 인사를 하고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기억엔 전혀 없었고,
정말로 후회 막심한 날로 기억되었습니다.
오빠는 친구들의 여자 친구 중에서 내가 제일 예뻤다고 알랑방귀를
뀌였 지만 다시는 꿈을 꿀 생각도 말랬고, 무슨 이유론지 오빠가 마땅히
여러번 사주기로 맹세했던 맛있는것도 못 얻어먹고 이날까지 살아왔습니다.
별로 예쁜 사복이 없었기에 교복 스커트에다 멋쟁이
작은언니가 외출중이여서 그의 불라우스를 슬쩍 빌려 입었었습니다.
작은 언니는 성격이 무척 까다롭고 자기의 옷 관리가 철저해서
그의 장이나 설합을 뒤지지 않고 열어만 봐도
어떻게 알았는지 펄펄 뛰고 난리고,
때론 큰 언니가 절대로 만지지 않았다고 역성을 들어도 믿지 않았지요.
이런 무서운 언니의 옷을 몰래 입고 나가야 했던 내 마음은 불안한 마음으로
언니가 집에 오기전에 깨끗이 되돌려 놔야 되니까,
집에 돌아올 생각으로 조마조마 해서 누가 나에게 뭘 물어도 건성 대답을 하면
오빠는 내가 숫기가 없어서라고 변명을 해 주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나 큰 어머니께도(이미 이 두분은 오래전에 가셨음)
누구에게도 비밀을 지킬걸오빠와 약속을 지켰다가
졸업 45년 기념에 서울 갔을때,
큰 언니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배가 아프도록 웃어 재꼈답니다.
작은 언니도 캘리포니아에서 합세하여 와서 언니들과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항상 궁금 했던일…..
어떻게 작은 언니가 내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장이나 설합을 열어만
봤는데도 알수 있었던걸 물어 봤더니 회사에 출근하기전에 설합과
장 문에 머리카락을 하나씩 끼여 놓고 갔었답니다.
몇 십년만에 작은 언니의 비밀을 알아내고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을수 밖에 없었구요.
큰 언니의 주선으로 사촌들을 만났지만 모두들 변해서 겨우 알아 보았습니다.
그 사촌 오빠는 아주 백발이 되었고, 반가워서 어쩔줄을 몰라 했습니다.
오빠의 부인을 처음 만난 자리라 옛날 얘기를 못 꺼내보고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남편과 함께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각자에게 있었던
옛날얘기를 주고 받으며
오늘은 이 얘기로 한참을 눈물이 날만큼 웃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글이어요 .
그 오빠도 재미있었구요 .
언니가있으니 또한 재미있는일이많지요 .
설합도 살며시열어 옷 꺼내입고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는 빵집들어가는것도
용기가 있어야 했지요 .
맛있는 곰보빵 , 고로께, 사라다빵,도나스 ,
아이고 크림 빵도있었지 ......
우아 그때는 그게 얼마나
맛 있었는데요 .
그 음악을 들으며 막연히 그리던
미국에 와서 살게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