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불다 / 김종제 -
내가 기다려 온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였는데
어제부터 광풍 같은 봄바람이 불었다
바람 불 때마다
당신이 왔다
당신 닮은 사랑이 넌지시 다가왔다
오랜 소망의 바람이었다.
기필코 내가 건져야 할
세상이 그 속에 있었다.
처음에는
내 가슴속 창문을 손으로 두들기더니
이윽고 머릿속 지붕을 발로 걷어차더니
뿌리 채 뽑힌 나의 손목을 잡고
마침내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다.
아직 상처 아물지 못한
검은 산
아직 마음속의 화 풀리지 않은
붉은 강으로
내가 바람처럼 휩쓸려 가고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바람이었나.
저것, 저것이 세차게 불어야
꼿꼿하게 저항하며 일어설 수 있다고
아직 몸 바꾸지 못한 풀에게
아직 몸 풀지 못한
물에게 가서 흔들어 줘야
당신 같은
사랑 하나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