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오리)
아침 저녁이면 이제 가을을 알리는 이름 모를 풀벌래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 조차도 뜨악하게 들린다. 늦장마라도 들었나 싶게 시도 때도 없이 내리던 비가 개이니 개울 에는 쌀을 씼을때 마지막 행군 물처럼 약간 뿌유스름한 물이 졸졸졸 밤낮 없이 흘러 내리고 있다. 햇볕이 따가운 한낮이다. 밝은 햇살에 개울의 밑바닥이 환하게 내려 비친다. 평소와 다르게 조그만 조약돌도 모두 들어나 보이니 이런 때도 있구나 싶게 마음 까지도 밝아 진다. 개울 주변의 무성한 수풀 속에서는 이제 가을을 알리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처량한 귀뚜라미 소리에 이제는 가을이 우리의 곁에 아주 가까이 찾아 온 것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 들어 모든 사람들이 바짝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탄천에는 아침 저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뛰기 운동을 하고 있다. 비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어찌 저리들 키우고 있나 싶게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끌고 운동을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개의 오물을 담기 위해 아예 검은 비닐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얌전히 개의 목끈을 단단히 쥐고 나오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강아지가 주인보다 천방지축 더욱 신이 난다. 제멋대로 이리저리 뛰어서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불안하게도 해 준다. 개 주인은 귀여울지 몰라도 남의 개는 두려운 법이다. 잠시 주춤하고 서서 볼라치면 제 강아지가 예뻐서 그러는지 알고 짐짓 미안해 하는 기색 조차도 없어 보이는것 같다. 집안에서도 그들 특유의 영역 표시 행동등은 정말 보통 인내가 아니면 못 키울것 같은 이 동물을 어찌 키우고들 있나 싶어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탄천에는 철이 지나도 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야생 오리들이 살고 있다. 이 오리들은 집오리 보다 몸집은 작고 암수 구별없이 갈색 깃털을 하고 있다. 인기척이 느껴지면 잽싸게 날아서 옮겨 가는 습성이 집 오리와는 확연히 구별이 된다. 찌는듯 무덥던 그 여름 날들을 보내고 아예 이곳에서 알을 낳고 품어서 어지간히 큰 새끼 들을 데리고 나온 모양이다. 장마가 지난 뒤에 개울 여울 물로 이끌고 나와 물가 풀 속을 머리 이 잡듯이 쑤석거리며 먹이를 뒤지고 있는 야생 기러기들이 보인다. 이들은 물고기도 좋아 하지만 목을 길게 느리고 물속 풀줄기나 폴짝거리며 뛰어 올라서 잎끝에 붙은 벌래들은 물론 풀 씨앗도 흝어서 먹는것 같다. 어떤 놈은 물이 흘러내리는 물속 낙차 세멘트 둔덕에 기생하는 물이끼류도 부지런히 뜯어 먹고 산다. 이 야생 기러기들은 아예 귀소성(歸巢性)을 잊은 듯 이곳에 눌러 읹아 고향으로 돌아 가기를 포기 해 버린것 같다. 우리는 오리를 사철 관상할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도 들지만 고향을 잊어버린 그 나그네 새 들이 가엽기도 하다. 그들도 가을에 고향으로 돌아 가는 무리에 섞여 시베리아로 돌아 갔어야 됐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새들이 더 이상 고향으로 돌아 갈 이유를 찾지 못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 어떤 연유에선지 무리들로 부터 이탈하여 이제 고향으로 돌아 가는 방법을 아예 잊어 버린 게 아닐까 싶어 안타깝게 보이기도 힌다. 이제 며칠 뒤면 우리 한국인의 전래 명절인 추석이 가까워 지고 있다. 올해의 독감인 훌루 때문에 고향 가기를 망서린다는 메스컴의 뉴스를 접하니 마음이 조금은 착찹 해 진다. 아니면 오랜 불황 끝에 교통비나 부모님께 드릴 추석 선물 살 돈이 없어서 귀향을 망서리는 자손은 없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래 천상병(千祥炳)시인이 돈이 없어 추석에 부산 고향 집을 못 내려 가고 착찹한 심정을 나타 낸 글이 있기에 실어 본다.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차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를 못 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

2009.09.17 18:26
고향을 잊어 버린 야생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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