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스름 하고 아직은 푸르른. 논밭들이 흘러간다. 해는 아직 으스름한 안개 속에 묻혀있고 벼를 베어 깔아 놓은 논, 참깨 단을 베어 마주 세워놓은 밭, 여인네들 두셋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캐고 있다. 껍질이 진분홍색인 통통하게 영근 고구마를, 야트막하게 흐르는 개천을 따라 어린 황새가 열심히 물 속을 드려다 보고 있다. 쏜살 처럼 도망가는 어린 송사리라도 잡을 양인 듯. 멀쑥이 키가 큰 수수나무가, 기찻길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거리며 무거운 듯 머리를 조아리며 비스듬히 서있다. 하마 사그러질 듯 낡은 기와집 지붕 위에 둥근 해를 닮은 연초록색 박들이 사이좋게 얹혀 있고 쇠락한 듯 마당 한 귀퉁이에 외양간 이제는 농사일을 끝낸 황소가 한가로히 여물을 되새김질 하고 흙으로 쌓아 올린 낡은 토담 위에는 누렇게 익은 둥글 넓적한 늙은 호박이 아기가 무등을 타듯이 올라 앉아있다.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빨갛고 노란 백일홍꽃 갸웃이 피어 있다.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감나무위로 시월의 드높고 맑은 하늘에 따사로운 둥근 해가 환하게 비추인다. ![]() (박꽃) |

2009.09.25 23:02
가을 차창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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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차악 갈아앉아서 평화?로워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