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천변의 갈대) 가까운 곳으로 찾아온 가을 청초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가을은 느티나무 잎 끝에서 부터 찾아 오는 것 같다. 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쳐다보고 있으니 하는 수없이 숨바꼭질 하듯이 밤사이 아무도 모르게 살짝 누런 황금 빛으로 물을 들이기 시작하는 듯 하다. 하루 상관으로 벗꽃 나무도 못 참겠다는듯이 잎이 불그레 물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성급하게 한잎 두잎 낙옆을 휘날리며 떨어지는 나무들이 있으니 이미 가을은 중반으로 접어 들어가고 있다. 오가는길 한옆에 심어 놓은 샛 노란색과 꽃 자주색의 국화가 조금은 추운듯이 파리하게 웅숭그려 피어 있다. 진분홍색 일년초 과꽃은 이미 조그만 꽃잎 마져 오그라지고 말라 버려서 자그 마한 해바라기 모양으로 씨앗들을 머금은 얼굴을 쳐들고 스치는 바람에 파르르 떨며 서서있다. 그렇게 극성맞게 쏟아지던 비가 그치더니 탄천은 그만 水源이 메말랐는지 개천바닥의 돌맹이들을 마치 생선 등뼈처럼 앙상하게 드러내 놓고 신음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얼마 전부터 졸졸 흘러 내려가는 물을 통이 넓은 검은 고무관으로 된 물막이로 개천에 가두니 며칠 사이에 큰 호수가 생긴듯 맑은 물이 철철 넘쳐서 흐르고 있다. 때때로 큰 잉어들과 붕어들이 `나 여기 있노라 `과시라도 하듯이 `철썩`하고 큰 물소리를 내며 물위에 둥그렇게 큰 원을 만들면서 튀어 올랐다 들어가곤 한다. 지난 봄부터 오리가족이 이사와서 몇 마리의 귀엽고 여린 새끼오리를 이끌고는 삐약삐약 예쁘게 헤엄치고 다니더니 그 사이 번식을 많이 한 모양이다. 요사이 보니 여섯 일곱 마리로 이루어진 서너 무리의 오리들이 각각 떼를 지어서 유유히 헤엄친다. 고개를 물속으로 들이박고 꼬리는 쳐들고 물질을 하기도 하고 먹이를 찾기도 하며 그 맑은 물위로 `꽥꽥꽥` 날개 짓을 하면서 자기의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마치 스위스의 레만 호수도 이보다 더 좋으랴 싶게 풍요로운 광경이다. 예전 같으면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와서 임자 없는 이런 오리들을 잡아서 가져가련만 이제는 모두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유유히 노니는 이들을 보면서, ` 모두 몇마리가 노닐고 있지 ?` `저게 지나가던 기러기떼가 아닌가 ?' ` 어느놈이 우두머리지 ? `하고 신기한듯이 쳐다보면서 망중한을 즐기고들 있다. 예전에는 아파트가 처음 생겼을 때 단지화단(團地花壇)에 장미꽃이 피면 몰래 꺾어서 자기집으로 가져 가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시기를 생각하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환경이 좋아지니 자연스레 우리 백성의 민도 또한 따라 많이 높아져서 지금 보면 상상이 안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곳 탄천 주변도 봄에 예쁜꽃들을 피워 화려하게 주변을 장식했던 나무들이 이제는 서서히 단풍이 들면서 호수같이 시원스런 물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빚어 내고 있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운동을 하느라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의 꼭꼭 여민 옷깃 사이에 살짜기 숨어서 이제 이곳에도 서서히 가을은 찾아오고 있다. ![]() ![]() |

2009.10.21 09:00
가까운 곳으로 찾아온 가을
조회 수 564 추천 수 5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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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의 백내장 수술은 잘 된듯 하여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몸이 열이라면 눈은 아홉이라는 옛말이 실감 나도록
아주 걱정스럽던 일이지요.
나이 탓인지 몸의 기력 담당 밧테리가
얼른 충전이 덜 되어서 아직은 헤매고 있습니다.
이글도 2003년에 쓴 글이라
시대적 상황이 좀 맞지를 않아 조금 수정을 하여 올렸지요.
온 세상 모든 게 형광색으로 너무 눈이 부셔서 핑계 낌에
엊그저께는 선글라스도 하나 샀지요.^^
멀리서도 이렇게 염려해 주시고 저의 글을 사랑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힘이 나면 새로 글을 써야지요.
후배님께서도 부디 건강하시고
온 가족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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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풍경이 내 마음속에 그림처럼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단풍을 보시고
"숨바꼭질 하듯이 밤사이 아무도 모르게 살짝..."
물이 든다고 표현하신데에 공감이 갑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글을 쓰시는 일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좀 나아지셨는지요? 이선배님의 글을 늘 감사하며 읽습니다.
이 글을 퍼 옮겨서 '부고USA' 가족들에게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