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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에 본 美國](19)


싱글 여행




  디트로이트 공항에는 닥터 朴 내외가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10여 년만의 해후였기에 그 감격의 인사를 어떻게 나눴는지 조차 잘 모르겠는데 어리둥절한 가운데 그의 아내와 첫 대면 인사를 마치고 나니 그들은 두리번거리며 내 짝을 찾는다.
『부인은 어디 계셔?』

  이 말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커플여행이라는 것은 감히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우리의 처지와 환경에서 그 정반대의 풍토 속에 뛰어들자마자 당장에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는 나의 싱글 여행에 대한 경위와 사정을 몇 마디 이야기로 납득 시킬 수는 있었는데, 우리가 그의 집에 당도하여 내가 묵을 방을 안내 받았을 때는 다시 한 번 놀라움과 미안한 감정을 어찌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들은 미리 연락해 둔 나의 방문이 당연히 커플일 것으로 생각하고 그들 내외가 쓰던 침실을 내어 놓아 더블베드에는 핑크빛 스프레드를 깔아놓고 화장실에는 적당한 남녀용 화장품들을 늘어놓았으며 배스 룸에는 두 벌씩의 욕구(浴具)를 놓아두는 등 모든 것을 커플에 맞춰 준비해 놓고는 정작 나 하나만을 안내하게 되니까 그가 오히려 겸연쩍어 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곤혹은 나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 한 핏줄의 친구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것이니까 별게 아니었다고 해도 좋겠는데, 다만 그 이후의 여행에서 특히 관광코스의 이곳저곳에서 느낀 싱글의 비애는 이루 다 글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비행기나 관광버스의 내 옆 좌석은 의례히 비어있게 마련이어서 말벗이 없어 심심하기 짝이 없었고, 스낵 코너에 가서 콜라라도 한 컵 사 마시려거나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려 해도 짐 보따리를 꼭 챙겨들고 다녀야 하니 번거롭기 이를 데 없었음은 물론,

그룹 관광 중에 지정식당에 안내받아 들어가서도 내가 앉아야 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 4인석에 혼자 앉았지 않으려면 남의 커플에 얹혀 개밥에 도토리 노릇이나 해야 하는 낯 뜨거움을 겪어야 했다.

  또 쇼 구경을 하러 시어터 레스토랑에를 가면 웨이터가 자리 안내하기에 난처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엉거주춤한 위치에 앉아 쇼를 관람하노라면 마치 주위의 눈총들이 모두 나만을 이상하게 쏘아보는 것 같아 바늘방석에라도 앉은 듯 괴로움이 따랐다.

  그런가하면 비취에서는 주위의 곳곳에서 쌍쌍이 물장구치거나 모래톱에 엎디어 자연을 즐기는데, 오직 나만이 짝 잃은 거위마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어정거리며 외로움을 달래야 했고,

심지어는 옷을 간편복으로 입고 시가지 워킹투어에 나서서 상점 안을 기웃거리자면 뭐 수상한 자라도 들어선 줄 아는지 점원이 슬슬 뒤꽁무니를 따라붙는 불쾌함을 맛보아야 했던 것이다.

  저들이 원래 남의 일에 관심두지 않는 자들이고 또 나의 이 여행이 모처럼의 값진 것임을 스스로 잘 아는 터이라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듯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만,

「여행은 동행하라, 홀로 하면 외롭다」 하는 기훈(碁訓)은 말할 것도 없이, 로마에 가서는 로마의 풍속을 따르듯 미국에서의 여행은 꼭 커플로 해야 할 것이라는 경험을 뼈 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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