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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20:45

가을 편지 / 이해인

조회 수 758 추천 수 6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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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 이해인 -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무량한 말씀들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11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 온 날을 고마워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12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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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현세 2009.11.01 00:32
    선배님 좋은글 감사히 읽고
    귀에 익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음악도
    엊저녁에 안절 부절 했던 마음을 진정 시켜 줍니다.

    요즘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작별 여행을 자주 생각
    하게 되는군요.
    어느날 우리 딸애가 세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wishing well
    을 만나게되어 동전을 주고 소원을 말하라 했는데, 막내 Eric이
    동전을 넣고 눈을 감고 무엇인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 했답니다.

    형과 누나는 큰 소리로 자기들이 갖고 싶은것을 말했다는데........
    나중에 살짝 무슨 소원을 했는가 물었더니, 작년 12월에 갑자기
    돌아가신 친 할머니가 살아서 돌아오길 소원 했다네요.

    이말을 들으면서 목이 메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이 애들과 작별을 할날이 올텐데......

    특히 남편을 많이 따르는 아이인데, 어린 마음에 자기를
    아주 귀여워 해주던 할머니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그 조그만
    가슴속에 품고 있는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댓글 다는 실력(?)
    밖에 없나 봅니다.
    미강이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10년을 10달로 쓴게 보여 수정 하거나 삭제를 하려도 요지
    부동 입니다.
    후배님의 도움도 이제는 챙피하고요.
    삭제가 된다면 해주셨스면 합니다.
    컴퓨터 고장 때문에 글을 쓰기는커녕 들여다 볼수도 없어서
    지난주에 고쳐 와서 신바람이 나서 들렸다 또 망신입니다.

    가끔 들어와 즐길수 있는 자격을 주신것 만으로도 감사히
    생각 합니다.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 ?
    미강 2009.11.01 01:55
    예쁘고 최선생님을 극진히 모시는착한 마음의 현세님
    내 그 마음 잘알아요 .
    저도 첨에 독학 아니 ,고학으로 컴 연습할때
    무진히도 힘 들고 실수 실수의 연속 .... 지금 우리가
    멀리 떨어져있어 그렇지 컴 하는거
    함께 앉아한다면 너무 간단 한것 들이에요 .
    그러니까 망신 이라 하지마셔요 .제발.

    빌게이츠가, 스티브 잡스가 , 세상을 하나로 만들겠다고 하여
    그 의 맘대로 우리는 지금 여기서 가보지도못한
    버지니아의 멋찐단풍을 덕분으로 잘 보았는데
    쨍피 하다 하지마셔요 .
    선배님께서도 넉넉하게 말씀주셨짜나요 .
    또 봐요 .
  • ?
    김 혁 2009.11.01 07:43

    김현세 후배님께,

    창작력이 풍부한 후배님의 글 솜씨는
    보는 사람에게 공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우리 홈에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연로하신 시어머님은 작년에 작고하셨네요.

    지금 우리의 나이도 옛날 같으면 이 세상에
    없읍니다. 나머지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도록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들이 미국에 같이 모여사시니 행복하십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복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 ?
    미강 2009.11.01 11:12
    김혁 선배님 ! 이제야 생각이 났는데
    현세님께서는 7회에 올려보자는 부탁을 하지도 않했는데
    제가 현세님의 글이좋았고
    단풍도 너무 예뻐, 그 작품을 올리고
    기쁨을 드리려 하다가
    뜻밖에도 현세님을 곤경에 처하게 했습니다 .
    현세님 이번일은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니까
    용서를 바랍니다 .
  • ?
    김 혁 2009.11.01 18:00

    미강 후배님께,

    김현세 후배를 도우려다가 공경에 처하게 되었으면
    더욱 좋은 일을 하셨고 고마운 일입니다.

    내가 시간이 되면 지동회 후배의 도움 없이 한번
    고처 보겠습니다. 그 원인은 필요 없는 태그 탓 이기
    때문에 그 것을 삭제하면 될 것입니다.
    너무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잘 될런지는 몰라도...

    그리고 현세님은 미강님을 고맙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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