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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며시 떠나 가는 가을                      청초

        날씨가 한참을 느긋하기에
        이번 가을은
        아마 늦장을 부리나 보다 했습니다.

        언듯 보니 하루 밤만
        자고나면 모든 나뭇잎들이
        색깔을 달리하더니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온 갖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가까운 텃밭들에는 여름 내 가꾸어 온
        무 배추 고구마 총각무들을 뽑아서
        이제 모두들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만리 창공을 날며
        끼륵끼륵 고향 길 재촉하는
        기러기 떼들...

        빈 들판에 버려진 채
        마른 옥수수대들 만이
        우루루 찬 바람에 떨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탄천에 나가보니
        소슬바람에 휘 날리는
        갈댓 잎들...

        알게 모르게
        시절(時節)은 입동(立冬)으로
        다가 가는 데...

        가을은
        무심한 냇물에 실려서
        어디런가 먼 곳으로 흘러 가고 있었어요.

        어쩌면 올해 만은
        영원히
        머물 줄만 알았던

        이 가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슬며시
        그렇게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09년 11월 어느 가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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