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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3 00:32

마지막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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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자존심                             청초

      친구 모임에 가는길 지하철 안에서 눈이 피곤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누군가가 꼭꼭 손등을 찌른다.

      눈을 뜨고 보니 단정하게 옷을 갖추워 입고 품위까지 있어 보이는 늙스그레한
      한 여자 노인이 손에는 껌인지 바늘 쌈인지를 들고 그걸 사달라는 시늉인것 같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백을 열고 눈에 뜨이는 천원짜리 한장을 내밀며 물건은
      필요 없다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노인은 들고 있던 껌을 잽싸게 나의 빽 속에 던지듯이 밀어 넣고는 얼른
      다른 젊은 사람 앞으로 가서 또 그러고 있는게 아닌가 ? !

      내 뜻을 알리기 위해 일어나 물건을 다시 돌려 주는 것은 유난한 것 같아서 짐짓
      못이기는 체 가만히 있으면서...
      아 ! 이게 그 노인의 마지막 자존심이구나 !

      연민과 안 쓰런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손주들 재롱이나 볼
      연세에 어쩌다가 저리 앞앞이 저러고 다닐수 밖에 없게 되었을까 ...
      지금 까지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지만 유난히 그 노인의 모습을 한동안
      지울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인생살이라는게 너무나 변수가 많고 한결 같지가 않다.
      여자가 집안에서 살림 잘하고 아이만 잘 키웠다고 해서 완벽히 노후가 편안해
      지는것도 아닌것 같다.  이제 노인세대가 된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키는데 진력을 다 하느라 자신들의 노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으리라.

      우리나라 현 실정에서는 국가가 개개인에게 평안한 노후를 보장해 주는것도
      아직은 아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해가니 적응하기도
      힘들고 생각하면 어지럽고 아찔하기도 하다.

      언젠가 몇년 전 북구 노르웨이 스웨덴 쪽에 여행을 갔을 때이다. 길 아래쪽
      양지 바르고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자리에 지붕색이
      빨간집들이 몇채인가 서 있다.

      발코니에는 야외용 하얀 테이블에 의자가 서넛 놓여 있다.
      아늑하고 멋이 있어 보여 저런 집에 사는 이곳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
      하고 생각 했다. 하지만 가이드에게서 전연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차 대전 후 노르웨이의 산업이 너무나 급속히 발전하여 남녀노소 할것 없이
      전원 산업전선에 나서서 일하기에 여념이 없어 여자들이 결혼할 시간이 없었다.
      그 결과 완벽한 노후 보장은 되었지만 가족이 없어서 그집이 여자들이 혼자
      그냥 그렇게 집을 꾸며 놓고 가정을 그리워 하며 혼자 쓸쓸한 노후를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완벽하게 편안하여 행복한 노후는 보장 된듯 하지만 반대
      급부로 가정를 이룰수 없었던 그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인생의 아이러니이다.

      요사히 우리 사회도 점점 그와 비슷한 경향으로 흘러 가는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씁쓰름하다. 유능한 여성들이 자기의 능력을 인정받아서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고 따라서 년봉도 많아졌다. 그 재미에 결혼 적령기를 놓치는 여성들이
      생각 밖으로 많이 증가했다.

      내가 국책은행(國策銀行)에 근무했던 50년대 말만 해도 몇십년 근무하다 퇴직
      할 때가 다 된 할머니직원이 기껏 책임자로서 말석(末席)인 대리에 머무르고
      있는 걸 보았었다.

      요근래에는 눈에 띄게 높아진 위상은 시중은행의 경우이지만 은행의 여성지점장이
      심심치 않게 늘어 난 것이다. 그들의 남성에 뒤지지 않는 실무경력에다 부드러움과
      섬세한 감각을 겸비한 능력이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게 아닐까.

      이리하여 늦도록 결혼이 미루어지고 있는 소위 '골드미스'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놓았다. 여성의 법적 지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결혼 적령기를
      놓지게 되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이런 문제가 간과 할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
      되고 있다.
                                                   05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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