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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가을 편지/ 백 원기
겨울을 예고하듯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며칠 전까지도 풀어제꼈던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재깔거리던
꼬마들의 목소리도 잦아들어
어디론가 꼬리를 감춘 날씨입니다
설상가상, 신종 플루라는 괴질 바이러스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얼어붙은 계절...
당신께서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뜨거운 정열의 태양도 빛을 잃어
싸늘한 코끝이 겨울을 예감합니다
가을의 끄트머리도 얼마 남지 않은 11월...
만물이 한 해의 결실을 헤아리는 때
내가 헤아려 볼 열매는 오직 하나
얼어붙은 인고의 세월 다 보내고
따뜻한 봄 밭에 씨 뿌려 거둔 하나
여름내 가다듬고 쓰다듬어
이 가을에 사랑이란 이름의 열매 맺혀 놓았습니다
당신께서 띄운 애틋한 연서戀書
노오란 은행잎들이 내 앞에 쌓여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