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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0:19

김장 이야기

조회 수 536 추천 수 5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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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이야기
필터를 낀듯 으슴프레한 햇살이 11월의 하늘에서 지긋이 땅에 내려 비치고 있다.
가을이라 만산의 홍엽이 너도나도 비단실로 수 놓은 듯 아름답다.
요즈음 뉴스에서는 놀라운 소식만을 쏟아 내 놓고 있는 데 연일 우리의 중요한
먹거리인 김치에 대한 뉴우스가 우리 주부들의 귀를 기우리게 하고 있다.

한동안 일본을 비롯 국내에서도 수입 중국산 김치에 온갖 기생충 알들이 검출되
었다고 떠들석 하였다. 우리나라 김치에도 회충 알도 있지만 뜬금없는 개와
고양이의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한다.

일찌기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 되면서 야채에 회충이 안나오는 건 당연하여서 다행한
일이다. 모든 야채가 화학비료에 의해서만 키워진다는 것도 이게 잘 된 일인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 해 진다.

화학비료의 성분은 인체에 괜찮은 것인가 ? 처음에는 화학비료가 깨끗해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화학 비료가 토양을 산성화 시킨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농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풀을 썩힌 퇴비를 써야만 땅 힘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T.V. 를 통해서 많이 들은 이야기다.

옛날 우리 할머니는 원래 시골에 사셨던 시절이 그리우셔서 집에 붙은 텃밭에 재미
삼아 이것저것 조금씩 심어 놓으셨다. 콩밭 김을 맬때면 뽑은 그 풀을 바로 그 콩
포기나 옥수수 포기 옆에 쓱쓱 땅을 파고 묻으시는 것이었다. 시골에서는 호박을
키울 때 구덩이를 파고 인분을 가득히 채우고 흙으로 덮어 두었다가 씨를 심으면
호박이 많이 열린다고 한다.

요새 우리는 수퍼마켓에서 거의 대량 생산을 하는 야채를 사서 먹고 살고 있다.
지금도 어쩌면 그런 식으로 키운 호박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들이
몇개씩 따 가지고 와서 길목에 앉아서 파는 호박이 달고 맛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게 바로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읽은 기사이지만 미국에서도 식품 대량 생산 과정에서 야채 식품의
얼마의 량에 진드기 몇 마리는 허용된다는 기준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바로 신랑을 따라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 육년을 살다가
돌아 왔다. 프랑스에서는 시장에서 파는 야채는 얼마나 벌레가 많이 먹었는지
그걸 씻어서 조리를 하는 데 아주 애를 먹었다 한다. 그때마다 한국의 벌래가
먹지않은 깨끗한 야채를 그리워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들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아서 그랬다는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체에 해로운 농약을 잔뜩쳐서 벌레가 안먹은 성한 야채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몇마리의 진드기는 먹을 각오를 하고 농약을 안친 야채를 먹을 것
인가를 택해야 되는 드램마에 빠진 것 같다. 기생충 알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한참 오래 전 이웃에 살던 어떤 친구는 총각무가 땅속에서 커서 더러운 흙이
묻었다고 껍질을 모두 연필 깍듯이 벗겨서 조금 굵은 연필 정도의 굵기의 알맹이만
을 가지고 총각무 김치를 담았다. 이를 보고 동네 친구들이 어찌 저럴수가 있을까
하고 의아 해서 서로 처다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친구 아이중 하나는 별로 키도 못 크고 몸도 작게 자랐다.

우리는 보통 가게에서 배추나 무를 땅에 그냥 놓고 팔기 예사이다. 사가지고
와서도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주택의 경우 파나 양념거리를 맨 땅에 놓고
다듬기도 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요즈음은 유난히 아파트에서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걸 많이 보는데
그것도 문제가 많겠다고 생각이 들곤 한다.

어느 날 동네 꽤 유명한 베이커리에 바겟트 빵을 사러 갔다. 샐러드 빵을 만드는
과정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양상추를 씻지도 않고 포기째 그냥 놓고 뜯어
얹어서 만드는걸 보고 아연실색을 한 적이 있다. 물에 씻을려면 일도 많지만 빵에
물기가 닿으면 안되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그건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생충 알이 나온다고 야채를 안 먹고 살수도 없는 일.
문제의 해결 점은 몇번이고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먹어야만 될것 같다.
이런 초 스피드 시대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일인 김치를 담으며 정력을 빼았겨야
하나 하고 조금은 의문스럽긴 하다.그러나 세계적으로 유산균 식품으로 잔뜩 각광을
받기 시작한 우리의 자랑스런 고유식품이 아닌가...

주부들이 조금만 양보하고 우리 가족이 먹는 김치는 온 가족이 함께 적극 돕고
협조해서 가족 스스로 담아서 먹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이 될 일인가...
가족 서로가 봉사하는 희생정신이 필요로 하는 절실한 현실에 처해진 것 같다.

                                              05년 11월 4일

    (맨드라미 꽃)  
            

      (우리 집 부엌창가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




  • ?
    함청자 2009.11.20 09:51
    4년전에 쓰신 글인데 요새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하기사 김치 담그는 일에 관한 것은 몇십년이 지난다 해도 어제 오늘 일처럼 항상 신선한 화제이기는 합니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화학비료 안 쓰고 재배한 유기농산물이란 뜻의 'Organic Vegetables'를 파는 전문점으로 'Organic Store'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사먹는 야채값의 1.5 ~ 2배의 높은 값을 부르는데, 남편의 주장이 '목사 가정에서 그런데 너무 민감하게 휩쓸리지 말고 남들 먹는대로 조용히 사다 먹자' 해서, 우리들은 거의 찾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선배님, '부엌창가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을풍경'도 4년전 사진인가요? 얼핏 보기로는 유럽의 어느 아파트 촌처럼 이국적인 멋이 있군요.

    생활주변의 체험담을 부드럽고 다정하신 필치로 소개하셔서 신문의 칼럼을 기다리듯 이선배님의 글을 기다렸다가 즐겨 읽고는 합니다. 감사합니다.
  • ?
    이용분 2009.11.20 18:26
    함청자님 안녕하세요?^^

    매해 이 김장철이 다가오면 여자들은 은근히 스트레스에 쌓이곤 하지요.
    몇년 전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나 자신도 그때에는 그런 사건들이 있었구나
    하고 새삼 스러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매해 처하는 상황이 달라 올해는 김장이 풍작, 사람들도 경제도 힘들고 해서
    그런지 아니면 각성을 했는지 ... 김장을 많이들 하더군요.
    이곳에서도 유기농채소는 배는 비쌉니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이기도 해서요.

    우리 부엌 창 앞 사진은 올해의 풍경입니다.
    올해는 단풍도 유난히 곱게 들었습니다.

    오랜지색 지붕과 어울려서 마치 유럽의 어느 중세 도시의 풍경 같기도 합니다.
    맨왼쪽 위에 보이는 5층 건물이 초등학교 건물이라 여름 내 그 앞을 지나 다니면서
    화분의 꽃들을 사진에 담아서 올리곤 했는데...
    오늘 보니 덩굴 화초들은 다 거두어 내 버리고 이제 관엽식물은
    현관 유리창 안으로 옮겨 관리하고 있더군요.

    별것 아닌 저의 글이 외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사시는 동문님들께 작은
    위안이라도 되면 그 이상 바랄게 없겠습니다. 그래서 지난 글들을 열심히
    찾아서 올리는 면도 있습니다.

    환절기입니다.
    후배님 내외분을 비롯 부고동문 온 가족 모두 부디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