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풍조가...

by 이용분 posted Nov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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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풍조가...                 청초

      애지중지 쓰던 일제 디카(디지털 카메라)가 망가졌다.
      아무런 충격도 준 적이 없는데 제절로 망가진 것이다. 애완동물 처럼 손끝에
      아끼던 게 못쓰게 되어 버리니 허탈감 마저 드는 건 내가 구세대라서 그런가 ?
      그전에 쓰던 필름을 넣는 카메라는 오랫동안 썼지만 고장 한번 안났다. 디카의
      서슬에 떠밀려서 쓰지 않게 되었는데 삼년쯤 쓴 디카는 힘없이 망가져 버렸다.

      A.S 센터에서는 주된 고장의 이유가 main board 가 망가진것이라며 제법 고가
      (高價)인 자기네 제품이 일찍 망가진것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없는 것 같다.
      고치려면 좋은 카메라 한대 살 값이 족히 들어 갈것이니 새로 사라고 눈도 깜짝
      않하고 말을 한다. 결국은 두어 번 고치다가 고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새로
      장만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장 아쉽기도 하여 많이 당황하였다. 컴퓨터도 이삼년 쓰면 그만
      고장이 나기도 하고 용량이 작아지고 느려져서 새로운 것으로 바꾸게도 되니
      그런 개념으로 본다면 이상 할 것도 없긴 하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정말 일회용 소모품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일제(日製)는 모양은 예쁘나 약해서 생명이 짧고 또 일부로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미제(美製)는 튼튼하나 모양이 투박하다는 말을 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살면서 그간 많은 경험을 해 보기도 했다.

      삼십 여년 전 그때는 최신형이라고 샀었던 미제(美製) G.E.사(社) 믹서기가 컵
      안에 칼날 돌아가는 날개 부분 축이 녹이 나서 꼭 잠겨 돌아 가지 않는다.  
      튼튼한 미제라 절대 고장이 안날줄 알았던 물건이 망가지니 아깝지만 버리기로
      하고 얼마 전 국산을 샀다. 요사히 국산 믹서기도 외제 못지 않게 성능이 아주
      좋다. 그 믹서기는 그때도 모터는 멀쩡해서 윙윙 힘찬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얼마전 어떤 T,V.프로에서 방영을 한 이야기다. 몇 십년 동안 산에서 간벌(間伐)을
      한 나무를 실어 나르는 나이 많은  화물운전 기사 이야기다. 그는 미군이 버리고
      간 G.M.C.추럭으로 이 목재를 나르고 있었다. 그 추럭의 나이가 거의 그 운전기사
      나이와 비슷 해 그와 더불어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마치 오랜 전우처럼 세월을
      함께 보냈다.

      하나 가득 목재를 싣고 울툴 불퉁한 산골 비탈길과 험한 산속 길을 지금도 윙윙
      움직인다. 그 미제 추럭을 보니 옛날 6.25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를
      구해 준 진짜 미국군인들의 잊혀졌던 옛날 모습이 불현 듯 떠 올랐다.
      그 때는 미제라면 무조건 최고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 제품에도 뒤지지 않는 멋진 자동차 생산을
      하여 미국으로의 수출고는 세계의 으뜸으로 치솟아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 중학교 내가 1학년 때인가 어느 선생님이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화장실에서
      변을 보면 물에 씻겨 내려서 금새 대서양으로 나가고 길은 가만히 서 있어도
      제절로 움직여서 가게 되어 있다고 했다.

      음식은 깡통식품으로 만들어서 여자들이 매일 밥을 하는 게 아니라 깡통을
      따기만 하면 식사가 해결이 된다 하였다.
      그 당시 어린 생각으로는 미국은 정말 지상천국이나 다름없구나...
      그들도 화장실에 가기는 가는 모양이지...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생각하면 한 세월 뒤지기는 했지만 우리도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너무나 만들기가 번거러워서 대량 생산이 어려울 것 같기만 하던 김치도 만들어
      팔고 그 힘든 간장 고추장도 모두 만들어서 프라스틱 용기에 넣어서 판다.
      정말 편한 세상이 오긴 왔다는 걸 실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집에서 담구는 장들은 소금으로 조절을 하지만 파는 것들은 싱겁고 달고
      입맛에 딱 맞고 맛있게 만든다. 대신에 상하지 말라고 방부제를 잔뜩 첨가해서
      만드는 게 문제다.
      그래서 요즈음은 이상한 병도 많고 암도 많이 생기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세대에는 처음 결혼을 했을 때에는 집에 간장이나 된장이 떨어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연례 행사처럼 봄이면 의례히 간장 고추장을 담고 가을이면 콩을
      사서 메주를 쒀서 띄우곤 했다.

      요즈음 젊은 주부들은 수퍼에 가면 모든 걸 언제나 쉽게 살 수는 있다.
      파는 식품들이 그런 묵과 할수 없는 취약점이 있는지 조차 생각을 하고는 있는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간 귀찮다고 외면을 했던 김치나 장 담구기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한참 전 어느 기사를 보니 지상천국(地上天國)인줄 알았던 미국이 처음 국민의
      표준식단을 만들 때 잘못 되어서 거의 모든 국민들을 그런 뚱보를 만들어서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T.V.화면에서지만 그곳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양 새를 보면 그들의 비만정도를 가늠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도 음식문화가 서구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만은 물론 거의 유사한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웠던 우리 나라의 미풍양속인 전통가족 문화가 어느 날부턴가 무너져
      내리고 너무나 급속히 핵가족화 되어가는 현 사회현상이 어설프기만 하다.
      음식 문화도 잘못 인식되어서 뒤 늦게 그들이 싫어지고 실패해서 버린 것들을
      편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무조건 남의 것을 뒤 따라 갈 일은 아니다.

      유수한 비행기 기내식에서 우리의 고유 야채비빔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함께 탄 에레베이타 속에서 김치냄새가 난다고 얼굴을
      돌리던 외국인들이 그 김치에 매료되어 연일 '김치 맛있어...' 를 웨치고 있다.

      처음 우리 상품을 세계 제일이자 최고의 으뜸 상품을 만들어 보자고 외칠때만
      해도 그게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나 부터도 고개를 갸웃뚱하던 일이 이제는
      자연스레 그걸 인정하고 당연시하게 되어있는 걸 보고 속으로 깜짝 놀라게 되었다.  
      한편 우리 민족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도 생겨나니 기쁘기 그지없다.

      공연히 그들이 못 쓰게 되어서 내다 버린 풍습이나 가치관들을 주워다 쓸일이
      아니다. 그들이 실패한 교훈을 거울삼아 우리는 그들이 겪고 큰 낭패를 보았던
      일을 답습하지 않도록 조심 해야겠다.

      우리 것을 더욱 소중히 여겨서 잘 지켜 발전시켜 나가려는 바람직한 풍조가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밀물처럼 자연스레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