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방마다 여러 종류의 제가끔 다른 달력이 걸려 있다. 나는 유난히 꽃을 좋아하다 보니 안방에는 해마다 주로 꽃 사진이 실린 달력을 건다. 숫자만 크게 쓰여 진 달력도 있고, 세 달을 연속해 올려 있는 것도 있어서 미리 계획도 세워 볼 수도 있고 지난달을 되짚어 보게도 되어 있어서 편리한 점도 있다. 세계 걸작 명화가 인쇄된 달력도 좋아한다. 이는 주로 거실에 걸어 놓고 보게 되는데 유명한 옛날 서양화가가 그린 이 그림들은 그럴듯한 풍경화를 그린 것도 있다. 기다란 키에 멋도 없이 쭈뼛하게 높은 곳에 엉성한 가지와 잎이 달린 전혀 균형이 안 잡힌 못난 큰 나무들을 그린 시골 길 풍경. 이 그림도 웬일인지 정감이 가서 더 좋아 한다. 그 그림을 통해 화가가 그렸을 그 시절과 그곳에 같이 한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가 그 화가의 본고장에나 가야만 만날 수 있을 그 유명한 그림들을 쉽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더 더욱 좋다. 한 장에 한달만 올려진 이런 달력이 제 명(命)을 다해 다음 장으로 넘어 가거나 뜯어 버리려면 아쉽기도 하여 곱게 뜯어서 잘 보관 해 둔다. 사진틀에 못 넣으면 하다 못해 Pin up 이라도 해서 걸어놓고 보고 싶어서 버리지 못하고 접어서 잘 두어 보지만 바쁜 일상에 묻혀 잘 보관해 두고는 그만 잊어버려 잘 안되기 일 수다. 꽃이 실린 달력은 예쁜 꽃이 앞쪽으로 보이게 해서 일어책 표지를 싸서 모서리가 달토록 쓰곤 한다. 그 다음달 달력이 마음에 들면 다시 바꾸어서 그 꽃 달력을 씌워서 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항상 꽃그림을 입은 책을 보게 되어서 마음이 아주 흐뭇하다. 그 이외의 것은 싱크대 밑 칸의 바닥을 흰 쪽으로 해서 덮어 깔아서 쓰다가 더러워 지면 바꾸면 되니까 편하기도 하고 아까움이 덜하다. 어떤 환경연합이라는 곳에서 만든 달력이 하나 있다. 큰 아들이 갖다 준 것이다.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한 장으로 만들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옛날 족자처럼 위의 버팀목의 양쪽에 실을 끼워서 못에 걸게 되어있다. 이 한 장짜리 달력에는 두 마리의 노랑 넙적 부리 저어새(Black-faced-spoonbill)가 어떤 섬 바위 위에 서서 있는 단순한 한국적인 그림이 그려진 달력이다.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달력이라는 생각을 접고 거실 한쪽 비어있는 벽에 그냥 걸어놓고 그 은근함을 즐겨 보아오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벌써 10월이 며칠이나 지나가고 있으니 이제 이 달력의 수명도 두어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연한 누런 광목 색 천으로 된 이 달력은 튼튼하여 헐어서 못쓰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저어새도 절대 영원히 날라서 도망가지도 않을 이 달력이 그만 세월에 떠밀려서 좀 있으면 새 달력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될 처지를 생각을 하니 아깝기도 하다. 아무리 되돌려 보려 해도 어떻게 돌이켜 질수 없는 마치 우리 인생사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2003년 10월28일 ![]() |

2009.12.04 08:11
떠 밀려가는 달력과 우리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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