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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에 본 美國](22)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면




  내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어느 동료 경험자가 이런 귀띔을 해주었다.
  “옛날에 친했던 친구라고 당신을 꼭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말고 반대로 전에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친구라고 해서 소홀하게 대해줄 거라고 지레 짐작하지도 말라”고.

  사실 나는 이번에 여행하는 중에 대학 동기생들 30여명의 옛 친구들을 만났는데 역시 들었던 바대로 그들 각자가 나에게 베풀어준 정의 표시는 각양각색이어서 때로는 나를 놀라게도 하였고 또 때로는 당황하게도 하였다.

  즉 평소에 덤덤하게 알고 지냈던 대학 친구나 고등학교 동창생이 그들의 가족을 모두 동원해 가면서 나의 관광안내를 도맡아 준다거나 그의 부인이 생면부지의 내 아내에게 여행 선물을 사서 들려준다거나 또는 자기의 할일까지도 뒤로 제쳐놓고 나를 도와주려고 동분서주 애를 쓴다거나 하여 나를 놀라게 해준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로 내가 이 친구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돌아가면 그가 두고두고 나를 원망할 것이다 싶어서 일부러 스케줄을 잡아 찾아간 그 옛날의 절친했던 친구가 뜻밖에도 방문객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빛이 완연하도록 섭섭하게 대해 주어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친구들은 나에게 지난날의 우의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주어서 내 쪽에서 별로 큰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있었지만, 위에 말한바와 같은 몇몇의 친구들은 과분한 호의나 감격에 의하여 아니면 정반대로 커다란 실망이나 격분을 통하여 나의 심금을 울려주거나 또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노여움으로 남아 있게 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실망했던 쪽의 예에서는 그 섭섭했던 마음을 이루다 여기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어느 때는 크게 분노감마저도 느꼈었으니 이때의 감정이 쉽게 잊어버려지기를 기대하기에는 그 심상의 도가 지나쳤었던 것이다.

  예 컨데 시내에 나가는 길의 친구에게 내일 치 메이저리그 야구장 입장권을 한 장 사다달라고 부탁했더니 입석조차 매진이어서 못 샀노라고 했는데 그 다음날 우연히 다른 친구와 그곳을 지나치다가 표를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보니 좌석은 반 남짓밖에 차있지 않았던 일이며,

관광유람선을 타보고 싶어 도선장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자 7~8년을 그 시에서 살아온 그가 그 위치를 모른다는 등의 핑계로 자꾸 기피하다가 내 고집에 못 이겨 함께 물어서(?) 찾아간 곳이 그 시의 한복판 번화가의 일우였고, 거기서 나만을 댕그러니 떨궈 놓고 아내의 가사를 거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돌아가 버린 일... 등이니,

이러한 일들을 어찌 불원천리 고국에서 찾아간 사람과 그와 오래도록 다정하게 지냈었던 옛 친구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라 할 수 있으며 또 세월과 환경의 변화만으로 그 탓을 돌릴 수 있겠는가.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낙호)아,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
하는 論語(논어)의 學而篇(학이편)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 생각난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나마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와도’ 즐겁지 않은 친구가 있고, ‘벗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아’ 노여운 친구도 있는걸 보면  孔子의 말씀도 풍류와 인정의 변천에 따라 그 진가가 퇴색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
    김현세 2009.12.15 03:31
    선배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13회 입니다. 고국을 떠나온지 오래 되었습니다.
    1966년에 떠났으니 그곳에 산것 보다 이쪽에 산 세월이
    더 긴 세월입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이곳사회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어도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교회에 나가고 한국가게에서 시장을 보고
    한국 신문보고 한국 연속극 보고 한국분들만 만나고 사는것이
    대부분입니다.

    저의 두 시누님들도 (남편의 동생) 이곳에 온지 30년이 지났어도
    영어로 말을 못하고 지냅니다.
    또 L.A. 에 살고 있는 저의 언니도 영어로 말할 기회가 아주
    거의 없어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모두들 살기 바쁘고 10년30년 이상을 살아도 살고 있는 근방을
    구경다니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 친구분도 모르셨을줄도 있으셨을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Virginia 에서 Washington D.C. 까지 그리
    멀지 않는데,
    제가 알고 있는분이 자기가 이곳에서 10년쯤 살았을적에도
    D.C.에 나가 본적이 없었는데, 서울서 구경 온다는 친척이 여행 계획중에
    백악관을 꼭 가보는것이라 해서 그녀의 남편이 직장을 빠질수는 없어서
    운전하기 좋은 밤에 남편과 함께 여러날을 그곳에 가는 연습을 했었답니다.

    D.C. 는 Circle 로 되어 있어서 잘못 빠지면 엉뚱한곳으로 갈수 있어서
    많은 미국 분들도 그곳에 운전해 가는걸 꺼리는 분이 많습니다.

    연습을 여러번 한후에 며칠뒤 친척을 모시고 갔지만 차를 세우는곳도
    찾을수 없어서 속으로 애를 태웠는데, 다른곳도 보자 해서 그냥 왔던 길을 빙빙되돌아서 연거퍼 운전했더니 " 여긴 건물들이 다 비슷하네" 하길레
    그렇다고 했던 일을 지금도 생각 하면 진땀이 날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야구장 표도 관광 유람선도 그 선배분이 해 보신적이 없으셨을지도
    모르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말씀 하셨을줄도 모릅니다.

    제 남편이나 저는 모르면 솔직하게 모르지만 함께 알아보자고 말했을겁니다.
    자존심을 별로 따지지 않는 제성격 때문 일겁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생각 보다 무척 많은걸 보고 놀랬습니다.

    저는 학교때 영어 공부도 잘 않해서 모르는 말은 많지만 잘 물어 보는편입니다.
    예전엔 수집은 성격이였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영어를 잘 못한다고
    부끄러워 하지 말고 무엇이던 물어 보라는 좋은 미국인 친구를 만나서
    성격도 바뀌어 진듯 싶습니다.

    여러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몰랐던 그 선배분을 용서 하시고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끔 이곳에 올리시는 글을 즐겁게 읽습니다.
    외람되게 댓글을 썼습니다. 건강 하십시요.

  • ?
    심영보 2009.12.18 01:01
    * 후배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30여 년 전에 난생 처음으로 혈혈단신 '미국구경'을 다녀와서 졸필 [미국
    견문기]를 40 꼭지 가량 썼을 때가 (의료계신문에 연재) 내 나이 이제 막
    불혹(不惑)에 들어섰을 때였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직선적이고 과격했었답니다.

    * 그때 글들을 지금도 가끔씩 다시 읽으며 음미하고 있는데 그 40여 편
    중에서 아직도 나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은 어쩌면
    이 꼭지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답니다.

    * 사실 그 글 본래의 의미는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한국에서 찾아 간 친구’
    들을 대하는 유형을 소개하는데 있었고, 그러다 보니 다소 강조가 부풀려
    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명은 물론 ‘본인 말고는 아무도 그가 누구
    인지 짐작할 수 없도록‘ 모든 주위 자료를 감춘 것으로 자위하고 있었습니다.

    * 새삼스레 후배님의 충고를 듣고 보니 ‘아직도 나는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만일 그 때 내가 이 글의 그 부분을 그렇게 도드라지게 쓰지 않았거나, 또는
    그 이후에라도 보다 둥글게 다듬거나 더 이상 어디에도 싣지 않았다면, 나는
    이 일을 그 때부터라도 까맣게 잊고 살아 왔을 터인데 말입니다.
    용서를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용서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충고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남 재 (南 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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