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시작하자 어느새 끝이 보이는 제 각각 다른 한편의 짧은 드라마인것 같다. 물론 유일하게 내가 주인공인 인생 드라마... 옅은 안개가 잔뜩 눈앞에 어리어 전혀 앞이 안보여 헤매다가 이제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구나 싶게 철이 겨우 들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마지막 무대에 선 기분이다. 무로 깍두기를 썰 때도 처음에는 서툴게 씩둑깍둑 썰기 시작하다가 이제 크기도 고르게 잘 썰만 하면 그만 이 일이 끝나게 마련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에 어려워서 언제 어디에 쓸려고 이런 걸 배우누 하면서 익힌 sin cosine tangent 를 마침내 쓰이는 것도 이때이기도 하다. 무릇 예술가도 초기에 많은 시행 착오와 습작을 거친후에야 말년에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 주부들은 모두 경지에 이른 예술가이다. 큼직큼직하게 아무렇게나 질박하게 썰어서 만든 곰탕집 막깍두기가 있다. 밥상 위의 작은 투가리 그릇에 그득 담아 내놓아 마음대로 먹게 하는 이 막 깍두기의 새콤달콤한 김치국물이 곰탕맛과 어울려 더 끝내 주게 걸맞는 수가 있다. 보통 음식점 김치는 맛 있게 익은 날, 때 맞춰서 팔고 다음 날을 위해 또 새로 만들어서 맞침맞게 익은 김치를 내어 놓고하니 매번 맛이 한결같다. 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덜 익어서 설은 맛으로 먹기 시작한다. 잘 익어서 맛있게 한 두번 먹고는 맛이 그만 변해 버렸어도 다 없어질 때까지 그냥 먹어야 되니 마치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맛이 없다고 안 먹을 수 도 없는 일. 재미 없다고 그냥 세상을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어쩌다 다니러 온 손님과는 모든게 새롭고 상큼 하지만 가족끼리는 너무 익숙하다 보니 깊게 더 즐거운 날도 있지만 그 날이 그 날이어서 거의 무미 건조한 날들이 더 많다. 그 무의미 했던 날들이 행복했던 날들이라는 단순한 이치를 어떤 급박한 일이 일어 났을 때 알게 된다. 그럴 때 가족 서로가 남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야 가족간에 깊은 사랑과 소중함이 더 짙어지는게 아닐까 ! 무더운 여름 날 감자나 옥수수도 맹물에 소금만 조금 넣고 솥에 찌다가 마지막에 참기름과 소금물을 간간하게 뿌리고 뜸을 들이면 그냥 담백하거나 아릿하면서 폭폭한 맛이 원초적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에는 어쩌다 집에서 떡을 만드는 날은 어린 나에게는 마치 잔칫날 처럼 마음이 들떴었다. 우선 붉은 팥을 푹 삶는다. 고소할 정도로만 팥에 소금을 섞어 간을 알맞게 맞춘다. 작은 공만한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질그릇 떡시루에 무를 납작하게 썰어서 구멍을 맊는다. 쌀가루 한켜 팥 고물을 한켜씩 켜켜히 앉쳐서 큰가마 솥에 올려 놓고 김이 새지않게 시루뻔을 붙이고 ... 부엌에 김이 뿌옇게 서리도록 장작 불을 때서 떡을 찐다. 어머니가 잘 익었는지 설었는지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서 확인 하신다. 그 옆에 턱을 괘고 앉아 있으면 제절로 침이 꼴깍꼴깍 넘어 가곤 했다. 긴 기다림 끝에 먹는 따끈한 시루떡의 그 맛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맛과 어울려 영원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찹쌀로 만든 떡은 납작하게 착 갈아 앉아 차지다. 멥쌀 떡은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폭신하게 익는다. 물론 아주 친한 이웃 한두집에 떡을 돌리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다. 요새 파는 시루떡은 팥고물에 설탕을 잔뜩 넣어 만들어서 그 고유의 떡 맛을 보기는 힘이 든다. 세월따라 사람들의 입맛도 아주 다르게 변했다. 워낙 다른 먹거리가 흔한 요즈음이다. 우리 처럼 어렸을 때 입맛이 같게 길든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들도 똑같이 그 맛을 좋아할지 어떨지가 궁금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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