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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에 본 美國](23)


「도루」관광단




  태평양 횡단을 위하여 급유차 기착한 동경에서 꾸역꾸역 올라탄 새 승객들의 대부분은 일본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오른 이후부터 기내는 갑자기 소란해지고 저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완연한 소음으로 변해서 비행기가 이륙한 뒤의 제트엔진 소리쯤도 완전히 압도하고 말았다.

  나는 내가 평소에 인식하고 있던 일본인의 공중도덕 관념에 비추어 그들의 행태가 전혀 의외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혹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닌가도 의심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말투와 생김새 등으로 보아서 그들은 일본인들임에 분명하였고 또 아마는 교양수준이 좀 낮은 편인 지방상공인들로서 외국으로 단체 관광여행을 떠나는 참인 것 같았다.

그들은 마치 자기들 동네 공회당에라도 모였을 때처럼 주위의 상황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들만의 세계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해서 깃발 든 안내자를 따라서 떼 지어 몰려다니며 그들이 그간에 ‘경제동물’의 타이틀도 마다않고 긁어 모아온 「도루」(달러)를 자랑스럽게 뿌리는 저들 무리의 그 첫 팀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계속된 나의 여정 중에서 줄곧 제2, 제3, 아니 무수한 수의 「도루」 관광단에 의하여 반복되었다.

  그것은 특히 태평양 연안도시인 로스앤젤리스 시나 샌프란시스코 시 또는 호놀룰루 시 등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도시에서는 찾아들어간 호텔이나 식당. 코피 숍. 쇼핑센터 등에서 마다 일본인관광단 몇 개 팀이나 또는 이들을 안내하는 일 영문 안내문 등을 의례히 볼 수 있었고 관광코스의 곳곳에서마다 마주 치느니 그들 깃발그룹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떼로 몰려드는 저들의 「도루」물결은 수용하는 쪽에서도 쉽게 무시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각 공항이나 관광지의 안내판 등을 일어로 병기해 놓는다거나 기내 안내방송이나 관광에어버스의 해설용어에 일어를 포함시킨다거나 관광지 안에 재패니스 티가든을 꾸며놓는다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영합하기도 하고,

또는 기내 측실을 제대로 쓸 줄 몰라 마구 고장을 내놓거나 볼 일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기를 일삼거나 아니면 스카이라운지의 회전전망대에 몰려 앉아 촌스런 장난을 치며 시시덕거리고 앉아있는 꼴을 보았어도 그저 눈감고 감내해야만 했다.

  물론 긁어모은 방법과 수단이 어떠했든 「도루」가 그 위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

  그가 어느 지방의 토호이건 대장장이건 잡화점 주인이건을 따질 필요가 없고 또는 그녀가 어물전 주인마누라건 회사 타이피스트건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건을 가릴 필요도 없으며

더더군다나 저들이 30여 년 전 놋수저 구리반지는 물론이요, 피마자씨 까지도 공출해 가면서 콩깨묵을 사람의 먹이로 배급해주던 시절의 주역이었거나 그 후손들임을 타낼 필요는 더욱 없다.

  다만 그들이 몰려들어 관광하는 하와이의 진주만(眞珠灣)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그들의 기습공격으로 침몰된 채 지금까지 현장보존 기념관으로서 “리멤버 펄 하버!”를 외치고 있는 「애리조나」호를 돌아보는 저들의 감상이 어떠한 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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