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창문을 통해 비치는 2009년의 마지막 햇살) 잘 가거라. 2009년 己丑年이여... 청초 이제 己丑년 올해의 마지막 해가 찬란한 빛을 발하면서 서산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 날씨는 예년에 비해 무척 추워 갱신을 못하겠다. 나이 탓이런가... T.V. 방송국마다 년말 특집에 각종 드라마 시상식을 하면서 우리네 같은 보통사람들의 시선을 잠시나마 빼았고 있다. 그전 같으면 무슨 때가 닥치면 미리미리 준비해서 비록 양력설이지만 떡국꺼리라도 사다 놓았으련만... 며칠동안 추워서 못 나가는 바람에 뜻박에 귀했던 과일이나 고기류는 정신 차려 샀으면서도 몸을 추수리지 못할 정도로 추운 날씨에 미처 떡국 떡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어쩐 일인지 농협 판매대에 떡국떡을 담은 비닐 봉투들이 산더미 처럼 쌓였더라니... 매 목요일 마다 여는 마을시장에 나가 떡점을 사러 나가려니 남편이 말린다. '이 추운날씨에 뭐 하러 나가느냐. 그래서 어제 미리 과일도 사놓고 우유도 넉넉히 사 놓고 했는데 무엇 하러 또 나가려 하느냐... 내가 추우면 자기가 추운거나 마찬가지라나...' 갑자기 코가 찡한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이 경상도 싸나이 양반이 언제 이렇게 새우 젓 곰 삭듯이, 떫은 감 말랑하고 달콤하게 곰 삭듯이 이렇게 따뜻하게 변했을까... “은행에 비상금도 찾아 놓아야 되는데... 난리는 안 나겠지...?" 비상금을 뒤져 보니 안가도 될 만큼은 남아 있다. 불시에 6.25를 기습적으로 겪은 우리는 항상 그런 걱정들이 머리 속에 잠재 되어 있다. 아이들을 키울 때인 6, 70년대 만해도 가을이면 항상 잘 마른 강화 쌀을 몇 가마니 씩 사서 부엌 옆방에 쟁여 놓았다. 나중에 보면 큰 쥐가 함께 파 먹으면서 살고 있던 기가 막힌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고 아파트 난방도 마음 놓고 틀지를 못한다. 이런 극한적인 기억은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고 정신을 지배한다. 아파트 앞창을 내려다보니 하얗게 쌓인 눈이 녹지도 않은 채 새파란 형광색으로 추운 빛을 내 품고 있다. 음력설을 또 지낼 생각을 하고 냉장고를 뒤져서 평소 남아 있던 떡점과 가래떡으로 그냥 하루를 지낼 셈 나가기를 단념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는다. 가래떡을 자르면 떡국 떡이 될터이니까... 생각하면 올해는 눈 수술을 성공적으로 하였고 그런대로 우리와 세 아이들의 가정이 평화롭게 무사히 잘 굴러갔다. 다가오는 경인년 새해에도 그냥 이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면 인생 말년의 행복이 아닐까... 갑자기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가 정겹고 따사롭다. 잘 가거라. 다시 못올 2009년 己丑年이여... 반갑다. 내일이면 찾아 올 2010년 庚寅年이여... 2009년 12월 31일 |

2009.12.31 16:11
잘 가거라. 2009년 己丑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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