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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들녘에서 / 양현근 - 숨가쁜 관능이 비켜간 거리에 쉬이 살붙이지 못하는 기다림의 뿌리들이 너울도 없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비울수록 맑고 단단한 생각들이 생의 갓길을 하염없이 오르내렸을 저 촘촘한 추억들이 꺽인 시간의 관절들이 내지르는 비명속으로 가슴길을 내고 있습니다. 비워낸다는 것은 분명 자유로와지기 위함이겠지요.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해묵은 안부 사이로 연민의 상처 몇 마디 슬쩍 묻어둡니다. 날마다 한 뼘씩 자라나는 마음의 경계를 들풀들의 낯선 외로움을 이제 가슴에 묻어도 괘념치 않을 듯 싶습니다. 늘 외로운 이여 거친 들판을 품어도 좋을 세상은 지금 불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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