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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이동식 침대 위에 뉘어 끌고 수술실로 옮겨 가는 중이다. 드러 누운 이동 침대 눈위로 하얀 병원 천정 복도의 형광등들이 무수히 스치며 지나간다. 떠나기 전 수간호사가 나를 들여다 보며 "지금부터 기도를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선량한 환우가 눈수술을 하러 들어가려 합니다. 성모마리아님께서 수술이 잘 될 수 있도록 부디 굽어 살펴 주십시요."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아멘” 하고 읇조렸다.나는 종교가 없기에 이런 기도에 낯설다. 그래도 누구든 아주 힘든 고비에 닥치면 하느님을 찾는 다던가... 바로 수술실 앞에 당도 했다. 누군가가 "저는 봉사잡니다. 잠시 기도를 드려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성호를 그으면서 무어라 입속으로 중얼중얼 기도를 드리는 모양. 갑자기 온몸에 한기가 돈다. “좀 추운데요.”하니 따뜻한 담요를 갖다가 덮어준다. 먼저 수술을 하는 환자가 끝나자 바로 수술실로 옮겨졌다. 간단하게 본인이 맞는지 이름을 묻고 바로 수술로 들어간다. 눈만 마취를 하는건지 뜬 눈 위로 오가는 의사의 손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드디어 끝이 났는지 아주 작은 가위로 무언가를 자르는 모습까지 눈에 들어온다.그리고 한쪽 눈을 가려 버렸다. 몸이 열량이면 눈은 아홉량이라 한다. 겁도 나고 안 할수도 없는 눈 수술. 나는 오랜 동안 눈이 잘 안 보여 벼르고 미루어 왔던 백내장 수술을 한것이다. ‘자 이제 수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입원실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다시 움직이는 침대에 옮겨 실려서 입원실로 돌아 왔다. 조심스럽게 침대에 옮겨 뉘어 준다.오늘 하루는 누운 채 꼼짝을 하지 말란다.눈에는 툭 불그러진 금붕어의 눈처럼 생긴 볼록한 프라스틱 투명 안경보안대가 반창고로 고정 시켜 놓았다. 입원실은 안과 수술환자 전용의 입원실. 내 왼쪽 바로 옆에는 나보다 4살위인 곱상한 할머니 환자다.그녀의 얼굴은 그간 살아 온 힘든 역정을 말하는 듯 몹시 주름져 있다. 또 다른 오른쪽은 나와 비슷한 년령대의 여환자. 내가 퇴원할 때까지 딸과 사위 내외가 함께 밤새 자며 깨며 장모를 보살핀다. 그녀는 당뇨나 다른 병을 앓고 있는지 특별한 치료를 받고 있는 듯 했다. 눈을 가리고 보이는 게 없으니 커텐을 쳐서 보이지는 않지만 나의 바로 옆에 붙은 침대 할머니 환자를 위문 오는 그녀의 자손들인 듯한 방문객들의 대화가 자연스레 귀에 들어 온다. 대체로 그녀의 가족들은 화목하게 느껴졌다. 낮 동안 나를 돌보던 딸은 제 집으로, 남편도 내가 중병도 아니니 분당집에 가서 편하게 자도록 하였다. 늦은 밤에 맞벌이인 큰 아들 내외가 피곤 할텐데도 다니러 와서 이렇게 큰 수술을 한 나에게 "용감하신 우리 어머니 힘드셨지요^^" 라 위로를 하고 돌아갔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이 되었다. 오늘은 오른쪽 눈을 마저 수술을 하는 날이다. 수술을 마치고 나올 때 바로 가족이 맞이하지 않으면 그 짧은 기다림이 영원한것 처럼 초조하다. 여의도 가까이에 사는 딸과 남편이 아침 일찌감치 찾아 왔다. 드디어 내가 호명되어 수술실로 실려갔다. 어제 왼쪽 눈을 한 경험으로 오늘도 그대로이겠지... 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무슨 일이던지 겁을 먹어서 그렇지 막상 닥치면 의외로 의연 해 진다. 마지막으로 수술 집도의의 가위를 든 손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 이동 침대에 실린 채 방으로 돌아 왔는데 가족이 또 보이지 않는다. 좀 있으니 남편과 딸이 허겁지겁 다가온다. 아니 CCTV 화상(畵像)으로 지켜 보고 있었는데 어느 새 끝이 났는지 나를 어느 구멍으로 데려 갔는지 그만 놓쳐 버렸단다. 오늘은 잘 지키려 했는 데 낭패를 보았다며 혀를 찬다. 원래 무엇이든 잘 하려면은 더 어긋나게 마련이라며 웃어 넘겼다. 옆 침대의 그 할머니네도 가족들이 열심히 찾아 와서 보살핀다. 그중 중년은 되었 는데 생김 새가 참한 아들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 와서 말벗을 하며 보살피다가 밤 늦게 돌아 간다. 뒤에 듣고 보니 그 녀의 큰 아들인데 미혼이라 한다. 어쩐지 청바지 차림세가 깔끔하니 흩으러짐이 없더라니... 사람은 결혼을 하면 어딘가 좀 느슨 해지기 마련이다. 차차 익숙 해 지자 그녀는 스스럼 없이 그의 가족사(家族史)를 나에게 들려 주었다. 자기의 남편은 아이들이 다섯이나 되는 데 바람이 나서 딴 살림을 차리고 살다가 병이 들자 돌아 왔다. 조히 몇 년간을 병수발을 받다가 죽었다 한다. 아이 다섯을 데리고 안 해 본것 없이 고생을 하며 살다보니 큰 아들은 교육도 제대로 못시켜 그 아들은 가방 끈이 짧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직업도 시원찮은가 보다. 그러니 매일 처럼 어머니 옆에서 수발을 할수 있는게 아닐까. 어쩐지 아들과의 대화에 응석과 지나친 애교가 들어 있어 좀 이상타 했더니 고생을 하면서 아들이자 남편 대신 매사 서로 의논하고 의지하며 살아 온 탓인가 보다. 그 다음 큰 딸도 어떻게든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기를 바래 따로 집을 얻어 살게 했지만 부모가 사는 과정을 보고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인지 결혼을 안하고 있단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삶이 어떤 큰 영향을 끼치며 본 보기가 되는지를 다시금 생각을 하게 했다. 수술 후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을 때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온 그 아들의 자상하고 성실한 모습이 어쩐지 슬픈 잔영으로 남아 눈 앞에서 떠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어서 그 착한 아들에게 알 맞는 좋은 배필을 만나 그들이 모두 행복 해 졌으면 ... 수술후 나의 시력은 놀랍게 잘 회복이 되어 전 보다 모든 걸 잘 보게 되었다. 2009년 10월 ![]() ![]() |

2010.01.24 00:05
"부디 굽어 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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