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컴에서 짧은 연휴라고 했다. 이번 설은 나에게도 아이들과의 만남이 정말 짧기만 하였다.제사를 큰 아들네에게 물려 준후 몸은 좀 편해졌지만 마음은 별로 편치가 않다. 추운 날씨 속에 제수를 장만하느라 몇 번인가 시장을 오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잘 알기 때문이다. 큰 아들부부는 맞벌이라 제수(祭需) 장만은 주로 아들 몫이고 며느리는 만드는 역활로 분담 된것 같다. 명절이 되기 며칠 전부터 아들은 무엇을 어떻게 살까 전화로 의논을 해 온다. 이제 이렇게 해 온지가 몇해 되었지만 매번 새로운 모양이다. 며느리가 집에서 전적으로 살림을 했다면야 이런 일들이 아들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리 했었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이런 데야 어찌 할 수 있을까. 그간 세상도 많이 변하여서 아이낳는 일 말고는 모든 일에 남여의 성역이 무너진지는 한참이 되었다. 돕는 의미에서 우리 부부는 전주에 사는 작은 아들이 몰고 오는 차에 편승을 하기로 했다. 마음 착한 큰 아들이 우리를 데리러 오겠다 하였는데 극구 사양 그리 하였다. 일기예보에서 큰 눈이 올 것이라고 말을 했었다. 눈발이 날리기는 하지만 차길은 말짱하여 천만번 다행이다. 요즈음 이상하게 내가 배가 자주 아파서 위내시경과 장내시경 초음파도 하며 조금 몸이 시달리며 지내 오는 터이다. 다행히도 내가 염려하던 별 큰일은 없는게 밝혀졌다. 내가 썼던 글들을 뒤져 보니 2007년경부터 매번 위가 안좋다는 글을 써 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시원찮은 몸을 이끌고 상경을 하려는 참이다. 전주에서 출발하는 작은 아들에게 재촉 전화를 하였으나 어째 음성이 잠에 취한 듯 어설프다. 설이 되기 전에 내야 될 논문이 있다면서 전날 연구실에서 밤을 새웠단다. 문득 졸음 운전을 하면 안될 터인데... 전화를 다시 걸어 '한 시간 쯤 더 자고 떠나 거라.' 했다. 큰 아들에게 형편을 알리는 전화를 하니 한술 더 떠서 분당 집에서 붙잡아서 한숨 재운 후 오라고 한다. 언제나 큰아들네의 희생이 더 많다. 작은 며느리가 펏덕 와서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어린 것들을 데리고 오는 분잡함에‘먼 거리’라는 발목에 붙잡혀서 그게 뜻처럼 매끄럽게 흘러가지를 못한다. 하기사 멀리서 오랜시간 차를 타고 오는 작은 아들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마음이 다급해진 남편은 우리라도 지하철을 타고 가서 돕자고 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나는 체력이 바닥이 나서 도저히 지하철로는 못 가겠다. 좀 늦더라도 작은아들 차를 타고 가기로 정했다. 이르지 않은 오후에야 작은 아들이 지나는 길 목에 사는 우리를 태우러 왔다. 손자 손녀를 데리고 작은 며느리도 함께 왔다. 오랜만에 보는 손자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같은 차에 올라타고 그다지 붐비지 않는 올림픽 대로를 따라 큰 아들 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우리를 맞는 큰 아들 내외의 표정이 온화하다. 늦게 와서 조금 언짢기도 하련마는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큰 며느리가 너그럽다. 데리고 들어 온 자식모양 늦게 온 작은 며느리의 입장이 되어 어떨까 하는 나의 기우는 엇나갔다. 언제 보아도 우리 가족은 모두 한결같고 다정하다. 몇달 만에 와 보는 이집은 정말 옛날 추억이 서린 고향집 같다. 1968년에 이사를 왔었으니 이 집을 지녀 온지 42년이 된 오래된 집이다. 대문 위에 얹혀진 찔레나무가 우리를 반긴다.이곳은 우리 부부가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한창 젊은 시절을 보낸 집이다. 바쁜 큰 아들 부부는 나무를 가꿀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가 애써 키운 나무는 늙기도 했지만 모양이 일그러져 있다. 이곳에서 우리 인생의 황금 같던 시기를 살면서 우리 아이들과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이 마당 구석구석 스며 있다. 마당 한편의 키큰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빨간 찔레꽃 열매 때문인지 개똥 쥐바퀴 참새등 각종 새들이 모여 들어 예나 다름없이 우지지고 있다. 설날 아침 느지감치 차례를 지낸 후 가족 모두가 잘 차려진 음식상에 들러 앉아 구수한 떡국에 맛있는 설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덕담을 나눈다. 시집간 딸이 달포 전 느닫없이 시어른이 돌아가셨다. 첫성묘를 가야되는 등 시댁 행사에 빠질 수가 없어서 외손주 외손녀 두 아이만이 찾아 와서 외가집 봉사(奉祀)에 참례했다. 큰 아들 내외, 작은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 외손자 손녀에게서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넣은 봉투를 나누어 준다. 격려의 말과 함께.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아들 며느리들에게도 작은 돈이지만 나는 매해 세뱃돈을 준다. 아직도 내 슬하에 있는 그들이 클때 아이들 같게 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들들도 조카들한테 세뱃돈을 들려주고 이번에 대학을 간 외손녀에게 대학 입학 축하금을, 초등하교 들어가는 손자에게도 초등학교 입학 축금을 들려주고... 나는 작은 선물도 미리 마련하여 설 차림에 힘들었던 모두의 마음도 위로 해 준다. 물론 나의 아이들도 나에게 좀 더 큰 용돈을 쥐어주며 은근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한다. 음력설연휴가 끝나면 다음 날 바로 일본을 가게 되어 있는 작은 아들이 서둘러 대천에 있는 처갓집으로 떠나는 차편에 우리도 다시 함께 타고 가기로 했다. 딸이 왔더라면 저녘 식사라도 하면서 조금 더 함께 있었을 것이다. 큰 아들도 설 다음 날 아침 마산 처갓집을 가기로 되어 있다. 우리가 바로 분당 집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큰아들도 이번 주말에 미국에 가게 되어 있어 모두 바쁘다. 우리도 젊을 때 바쁘게 지냈으니 그들이 빠쁜 건 아주 정상이다. 생각하면 하룻 밤을 함께 지내기는 했지만 24시간도 채 머무르지 못하고 모두 헤어 져야만 되게 바쁜 일정이었다. 그래도 이런 행사가 없었다면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모여 만나 보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 모두들 우리의 느낌처럼 서로 따뜻함과 정겨움을 나누었을 것이다. 마치 꿀벌이 잠시 꽃속에 머물러도 꿀과 꽃가루를 온몸에 묻혀 가듯이...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잠시지만 이 만남으로 인하여 큰 위안과 힘을 재충전 했을 것이다. 가족 모두 이 넓고 험한 세상을 혜쳐 나갈 때 큰 원동력이 되어 지리라. 이로 해서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나래를 펼수 있게 되기를 어미인 나는 마음속으로 기구한다. 2010년 2월 17일 ![]() ![]() ![]() |

2010.02.17 15:41
만나서 가족 서로가 큰 힘을 얻는 명절
조회 수 654 추천 수 6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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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클 때에도 정말 싸우는 걸 보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 분위기가
그냥 살아서 흐릅니다.
혜어 질때에는 정말 섭섭함만이 있습니다.
부모로서는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착한 맏이에 따르는 아우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큰 부자는 아니지만 이 세상의 상당 부분을
우리가 차지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외람 된줄 알면서도
그냥 있는 그대로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망서리다 그냥 실어 보았습니다.
사실 모든 가정을 드려다 보면 모두 이렇게 살지 않을까요.^^
후배님 가정도 똑 같으신 모양이니 행복 하시겠습니다.
모쪼록 두 내외분 건강하시어 꿀과 꽃가루가
가득한 꽃 속으로 자주 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읽으시고 이와 같이 힘을 실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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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내외도 2시간 운전해서 뉴욕의 아들 집에 가서 손자하고 3시간 놀고
다시 2시간 운전해서 필라델피아 집으로 내려 옵니다.
주말에는 바빠서 주중에 시간나는대로 올라 갔다 오지요.
그래도 고단한 것 보다 같이 깔깔거리고 놀았던 것만 생각합니다.
이 선배님의 글은 항상 훈훈하고 따끈따끈해서
마치 꿀벌이 잠시 꽃속에 머물러도 꿀과 꽃가루를 온 몸에 묻혀 가듯이
선배님의 사랑을 제 마음에 묻혀 갑니다.
가족 사진과 손주들 사진 감사하게 잘 보았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