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
사랑하는 이여, 나 잠들거든
내 꿈길 밝혀 줄 고운 별 하나
섧도록 찬란히 내리게 하소서
수줍게 잠든 이마에
생명없는 입맞춤일랑 태우지 말고
모래성이 되어버릴 다짐의 말들도
섣불리 언약치 말아 주소서
곁에 머물고자 하면
샘물처럼 조용한 향기로 흐르고
떠나고자 하면 시린 계절 같은 정
모조리 지우고 가소서
하지만
사랑하는 이여, 그대 가고 없다면
나는 성숙한 밤의 아름다움을 잊고
설레임에 눈뜬 연인들의 속삭임도
엿듣지 못할 것이며
성스럽게 열리는 새벽의 눈동자도
끝내 만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찾다가
세월의 희롱에 가랑잎처럼 떨어져
잠든 채로 참담히 묻히고 말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 잠들거든
기약없는 자장가 따윈
단, 한 소절도 부르지 말아 주소서
[작가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