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약은 미덕 청초 지하철에 타고 가다가 상큼한 충격을 받았다. 지하철 전동차 바닥을 기운 것이 눈에띄었다. 조금 헤졌다고 그 넓은 차 바닥을 모두 교체한다면 얼마나 낭비였을까. 요즘은 지하철 안에 동냥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도 모두 깨끗한 옷에 멀쩡한 스포츠화를신고 다닌다. 하기야 덕지덕지 기운 누더기 옷에 더럽게 하고 다니면 그 혐오감 때문에동냥은커녕 차안에서 쫓겨나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리라. 유행이 좀 지났다고 멀쩡한옷을 버린 게 얼마든지 넘치는 세상이긴 하다. 이제 연극무대나 시장판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 흰옷에 비슷하지도 않는 빨강색 까만색헌겁 조각으로 우스꽝스럽게 기운 옷을 입은 사람 말고는 기운 옷을 입은 사람을 거의 만나보기 어렵다. 자동차도 몇 년 만타면 신형으로 착 바꾸어서 새 차를 타지 헌차를 끌고나오는 이도 드물다. 집도 몇 년 만 살면 리모델링을 해서 싹 고쳐 버리는 세상이다. 나는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가 햇볕이 환하게 비쳐드는 안방 아랫목 유리 창가에 앉아 매일식구들 면내 복을 기우시는 모습을 보았다. 원래 면은 섬유가 약하여 잘 헤어지기 때문이다. 구멍이 난 양말은 전구에 끼워 얼기설기 깁거나 떨어진 양말 조각으로 기워서 짝을맞추어 여미어 놓고는 하셨다. 그 시절은 그처럼 물자가 귀하고 살기가 힘든 세월이었다. 내가 결혼을 할때 흰 광목 버선을 한 죽은 넘게 해 주셨다. 만들고 남은 가장자리 헌겁조각들을 후에 버선볼을 기워 신으라며 와이샤쓰 통에 하나 가득 넣어 주셨다.버선볼을 가느다란 실과 고운 땀으로 깁는 솜씨도 한 바느질 솜씨인 시절이 있었다. 세상이 바뀌면서 그 솜버선을 거의 신지 않았고 그 헌겁도 어느 날 버선과 함께 버려졌다. 전에는 양은 냄비는 의례히 구멍 난 바닥을 때워서 썼다. 골목길에서 "고물 삽니다." 하는엿장사 가위 소리나 "냄비 때워요”하는 양은 냄비 땜쟁이의 소리를 듣는 건 예사로운일이고 풍경이었다. 마땅한 똑 같은 양은 재료가 없으면 그 양은 냄비 뚜껑으로 대신때우니 뚜껑이 없는 냄비가 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면은 몇 년을 조이 잘 쓰며 지냈다. 그러나 양은에서 무슨 나쁜 기가 나온다는 소리기 나오고 부터는 우리 집안에서도 양은냄비는 못 보게 됐다. 하루는 우리 집에 양은 냄비가 몽땅 없어져 버려 영문을 몰라 이리저리 찾았더니 막내아들이 모두 비어 있는 개 집안에 숨겨 놓고는 두 아들이 어울려서새로 스텐리스 그릇을 일습 사오는 게 아닌가. 그래도 오랜 동안 써오던 이 그릇에 대한 향수는 잊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체격이 좀 크다보니 옷을 사 입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돈은 여하간에 일일이 사러다니기도 힘겨워 지금도 집에서 입는 상의 샤쓰는 종종 미싱에 기워서 입는다. 포켓을떼 내어서 얇게 달아서 헤어 진 팔꿈치에 덧 대여 기우면 정든 헌옷이 주는 편안함과뿌듯함이 새 옷을 입어 기분 좋은 것에 버금간다. 딸아이는 중3자리 외손자 청바지의 밑 부분이 헤어졌다고 우리 집에 다니러 올적에때때로 들고 와서 기워간다.“요즘 일부러 떨어진 옷도 사서 입는 데 잘 하는 일이라" 며나는 즐겁게 기워주고는 한다. 그전에는 사람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야외나 등산을 갈 때면 아무렇게 나 딩굴어도 될 만큼 허름하고 편한 옷을 입고 나섰다. 그 사람이 평소에 깔끔하던 차림 세에 비해 허름하고편한 복장에 은근히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끼고는 했다. 요즈음은 등산복도 최첨단 유행을따라 조금만 후진 옷을 걸쳐도 조금은 위축감을 느끼게 차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에 은근히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면 나만이 느끼는 컴프렉스일까. 잘 살게 되어 모든 게 풍족하고 산뜻하면 그야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래도 쓸만한 걸 버리고 공연한 낭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멀쩡한 길바닥을 파 헤쳐 보드불럭을 바꾼다던가, 별 필요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사를 연례행사처럼 해 대는일들을 보면서 매번 귀한 돈들이 저렇게 써 나가는구나 하고 실감을 하게 됐다. 그런돈을 아껴서 조금 더 바람직한 일에 쓸 일이지 하고 생각이 드는 적이 종종 있다. 한참 전 외국에 여행을 다닐 때 보면 화장실용 화장지를 모두 누런 재생용지를 쓰는 걸 보았다. 그냥 쏟아져 버리는 빗물을 받아 모아 정원 용수나 화장실 정화용수로 쓰는 걸 본다. 강대국인 그들의 앞서 가는 검약정책을 보면서 일말의 부러움과 더불어 새삼 마음속으로 그 나라에 대한 경외감(敬畏感)을 느낀 적이 있다. 원래 잘사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차리고 다녀도 궁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제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된 우리나라가 오늘 날 그런 걸 아낀다 하더라도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근본이 더욱 돋보이게 될 일이다. 아무리 풍요로운 속에서도 검약은 미덕이니까... 2011년 5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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