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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뻐지 열매 )    

    냇가 벚나무에 열린 버찌가 검붉게 익어도...            청초

    몇일 동안 계절도 잊게 할 만큼 갑작스런 더위가 계속되더니 아무도 모르게  
    밤새 내린 한줄기 비끝에 금세 날씨가 서늘하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온갖 새들의 지저귐도 유난히 상쾌하다.

    우리 아파트 뒷 곁에 탄천으로 흘러들어 가는 개천에는 그간 가물어서
    푸른 물 이끼가 잔뜩 끼고 녹색 부유물이 떠 있는데다 냄새까지 나더니
    이번 비에 아주 맑은 물이 졸졸 흘러가고 있는데, 기다랗고 푸른 물이끼들은
    조금만 더 거센 비가 왔더라면 모두 휩쓸려 떠 내려 갔으련만 ...

    그냥 개천바닥에 붙어서 여인의 기다란 머리 결 같이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기다란 꼬리를 흔들며 물속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다.

    가물때 얕은 물줄기를 쫓아 거슬러 올라 왔던 붕어는 어찌 되었을까 !
    제법 큰 놈인지 위쪽의 물갈퀴가 물위로 보였었는데....

    냇가 언덕 길가에 서 있는 벚나무에 검붉게 익은 버찌열매가 제절로
    익어 떨어져서 온 길바닥이 시커멓게 물이 번저 들어있다.
    이제 이게 군것질 거리라고 생각하는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무에 열린 것 중 한 알을 따서 먹어보니 쌉싸름 하고 달콤 새콤한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군것질 거리가 귀하던
    시절이라 친구들과 입이 시커멓도록 이런것 들을 따서 먹고는 새카매진
    입들을 서로 쳐다 보고 막 웃곤 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비가 오니 우리아파트 뒤창에서 내려다 보이는 초등학교 현관에 수업이
    막 끝이 났는지 집으로 가기 위해 몰려나오는 어린 학생들이 펴든 우산들이
    갑자기 알록달록 총천연색 크고 작은 꽃들 모양 활짝 예쁘게 피어난다.

    빨간우산 노란우산 분홍색 우산. 하늘색 우산 그 아래 도란도란 피어나는
    이야기 꽃들...
    그 옛날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나의 아이들에게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허겁지겁 학교에 쫓아가던 생각은 나지 않는다. 학교가 버스역
    서너 정거장을 지나야 될 정도로 멀기도 했다.

    거치른 이 세상 살아 가노라면 갑자기 눈 비를 맞을수도 있고 휘몰아치는
    거센 비바람에 시달릴수도 있다. 제 스스로 모든 걸 감당 할수있어야
    때로는 황량하기 조차도 한 이 세상을 살아 갈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의 아이들이 키우는 저들의 아이들은 어떻한가 ?
    아침 일찌기 학교 앞까지 자가용차에 태워서 데려다 주고 저녁에도 또
    데리러 가고....휴대폰은 칼라에 사진까지 찍히는 아주 비싼 무슨 폰인가다.

    납치 당할까 두려워서, 책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또 그러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 득달같이 준비 못한 물건 가져다 주고 불편함이란 한가지도
    없을 것 같다.

    때로는 선생님께 꾸중도 듣고 해야 웬만큼 자그마한 시련에도 좌절 해
    버리는 약한 심성도 고쳐서 강해지고 할터인데 ...
    그만큼 세상도 험난 해 지기는 했다.

    맨땅은 밟을 틈새도 없이 아파트의 공간은 모두 아스팔트나 세멘불록으로
    포장 되어 있어서 온통 딱딱하다. 놀이터에는 너 나 없이 나와서 노는 아해
    들이 드물어 오락은 밖에 나갈 필요없이 홀로 컴퓨터에 매달려서 전자 오락
    만을 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와 어울려서 마냥 즐겁기도 하고 의견이 달라 다퉈 보거나,
    그런 속에 양보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워 볼 기회도 없다. 따라서 골목 친구를
    사귈 겨룰도 없다. 코 흘리게 동네 친구를 사귈 틈이 없으니 커서도 그런 무험한
    친구를 가질 수도 없을 것이다.

    형제간에는 부족함이 없으니 나눌 필요도 없다. 따라서 양보할 일도 없을것이다.
    기초적으로 거쳐야 될 사회교육 결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무나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아이들로 키워지니 참으로 앞날이 걱정이된다

    住居도 편리함을 따라 너도나도 모두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되면서 부터
    또한 자연과 친할 시간도 별로 없이 삭막하다. 언제 서정적인 감성을 가지게
    되고 따뜻한 인품을 지닌 어른으로 키워질 기회가 오기나 할런지...
    그래서 나는 외손주 아이가 꽃에 관심을 갖인 것에 대하여 아주 기뻐 했었다.

    나는 그들이 공부는 좀 못하더라도 들로 산으로 잠자리 매미를 잡으러 뛰어
    다니면서 자연과 더불어 넉넉한 인품을 지닌 큰 그릇으로 커났으면 좋겠다.

    요즈음의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큰 다음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질까 ?
    자꾸만 서글퍼 지고 삭막하게 생각되는 건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

                                                       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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