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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축하용 서양란을 사러 가다.               청초

    어제 밤에는 너무 피곤하여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이 떠졌다.
    최근 들어 다시 뱃속 사정이 안 좋아 다시 매실을 담아 보기로 맘을 먹었다.

    마침 매실을 담그는 계절이라 며칠 전부터 모란장날 매실을 사러 가야지 하고 별렀다.
    모란전철역에 내렸는데 시장으로 올라가는 모든 에스카레이타가 수리중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아예 합판으로 그 입구를 막아 버렸다. 최근에는 은근히 허리도 아파서 깊은
    계단을 오르는 일은 아주 힘들다. 게다가 간이 짐끌게를 끌고 왔다.

    마침 어깨에 띠를 두른 안내 젊은이에게 물으니 맞은 편 백화점 에스카레타를 이용하란다. 조금 미안하지만 백화점 물건들은 스치듯 눈구경을 하고 통과 해 시장 길 쪽으로 나왔다.
    건널목을 건너 시장으로 들어갔다. 언제나처럼 꽃구경이 우선인 남편을 따라 서양난 가게로 갔다.

    오늘은 그에게 색 다른 목표가 있다. 며칠 후면 내 생일이 가까워 오는지라 화려한 양난을 몇 뿌리 사서 축하 화분을 만들어 내 생일에 축하 해 주려는 남편의 갸륵한 생각이 담긴 일이다. 그는 해마다 이렇게 하여 뭉근히 내 마음을 감격하게 한다. 우선 가격과 눈어림만 해 놓고 매실을 사러 가기로 했다.

    구경을 왔는지 사러 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인삼가게에서 흥정을 하기도 하고
    마침 제철인 마늘을 사고팔기도 한다. 온 군데에서 온갖 물건들이 제가끔 필요한
    새임자를 만나 팔려간다. 음식점에서 다른 먹 거리와 더불어 팥죽도 사먹고 있다.

    양난을 파는 골목으로 찾아 가는 길, 떡 장사를 하는 조금은 젊고 뚱뚱한 여인이 골목길 나가는 쪽을 향해 누군가에게 욕설까지는 안가지만 험악하게 큰 고함 소리로 시비가 벌어져 있다. 어찌도 그 소리가 큰지 그녀는 체면이고 무엇이고 모두 내 던져 버린 모양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요즘은 이렇게 격한 싸움 현장을 보기는 드문 일이다.

    옷가게 골목을 지나 우선 매실 파는 곳으로 갔다. 아주 고급품은 열매도 크지만 가격도 두 세배는 비싼 것 같다. 우리는 열매 크기가 중품 정도의 것을 흥정하여 2만원을 달라는 걸 좀 덜해 달라니 천원을 깎아 만구천원에 샀다. 시장바닥을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다 생각하니 갑자기 나이론 망사 안에 담긴 그 중량이 궁금하다. 상인들에게 저울을 좀 빌려 달랬더니 산 곳에 가서 달아 보라며 시큰둥하다. 아니면 모두 2kg자리 저울이다. 겨우 한곳의 저울에 달아 보니 500g이 넘게 저울이 빠진다.

    전에는 정량 저울을 길에 비치 해 놓고 마음대로 확인케 하더니 그 일이 시지 부지된 모양이다. 세상 돌아가는 틀이 느슨해 진듯 모두 도루아미타불, 아무리 사소한 문제인듯 하지만 어째 정의사회 구현과는 역행하는 듯이 느껴진다.

    요즈음은 수퍼에서 저울 눈금만큼 가격을 주고 사는 게 시대적 현상대로라면 부당한 일이다. 다시 그 상인에게 찾아 가려하니 남편이 극구 말린다. 아니라구. 얼마치라고 금액을 말하여 샀다면 말이 안 되지만 5Kg이라 했으니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은 판 그 여자 상인에게 갔다. 그 젊은 여인, 자기는 그 물건을 손질한 적이 없다며 당장 돈을 내 주려 한다. 아니라구 그램 수대로 돈을 받으라고 했더니 결국은 돈을 도루 내어 준다. 하는 수 없지... 알고 속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음은 양말을 사기로 하고 양말 가게로 찾아갔다. 내 양말은 무늬도 없이 여름용 짧은 스타킹이니 사기가 수월하다. 남편이 집에서 런닝 머신을 할 때 신으려는 목이 짧은 양말인데 무늬가 마음에 썩 드는 게 얼른 눈에 안 띈다. 회색 바탕에 앞 발 금치와 뒤 금치에 까만색으로 짜여 펜다 곰처럼 보이면서 두 마리의 퓨마가 날렵하게 뛰는 그림이 넣어있다.
    라벨은 퓨마라고 영어로 쓰인 양말을 3 켤레 골라 겨우 샀다.

    운동을 할 때 노상 신으니 낡지도 않은 게 뒤꿈치만 헤어져 버리기가 아깝다. 지난번에 샀던 양말은 무늬가 멋졌다.
    "기워 주려다가 새로 사는거에요. 나는 깁는 것도 재미있거든요" 했다.
    한꺼번에 여러 켤레를 팔게 된 양말 장사 할머니가
    "저렇게 시장에도 따라 오시고 얼마나 좋으세요. 이제는 깁지 말고 매번 사드리세요^^.” 한다. 사실은 양말을 기워 신은 적은 내 기억에는 없다.

    어느 날 T.V.방송에서 작가‘이 외수'의 부인이 남편이 예전에 걸인 행색을 하고 너무 고생을 하여 그의 평생 바램이 매일 새 양말 신는 게 소원이란다 하며 매일 새 양말을 대령한다나... 믿거나 말거나. 요새 양말은 잘 떨어지지도 않는 데 어찌 멀쩡한 걸 한번 신고 일회 용품 처럼 바로 버릴 수 있을까... 그도 고민이지.

    이번에는 가까이 생선 가게에 꽃게를 사러 갔다. 전에 왔을 때 그 가게가 싸게 준다며 손님들이 많더라 하여 그 집을 찾아 갔다. 흙갈 색 큰 프라스틱 물통에 꽃게가 싱싱하게 살아있다. 집게로 잡아 낼 때 마다 열개의 다리를 모두 버리적 거린다. 암케와 숫케를 구분하여 파는데 값이 암케는 숫놈의 배라고 한다. 사람들이 선듯 잘도 사간다. 거의 숫케를...

    1Kg이라고 잡아 저울에 올려놓는데 보니 1.5Kg 은 되겠다. 우리는 암 컷을 살까 숫 컷을 살까 망서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암컷은 알이 있는 대신 살이 없고 숫 컷은 살이 많단다. 우리는 숫 컷을 사기로 정했다. 저울눈이 1.5kg이 가까워 오는데 한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꽃게 한 마리를 더 올려놓아 준다. ‘따봉’!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그때까지도 살아서 꿈틀댄다. 찌개를 끓여 보니 정말 살이 꽉 차고 싱싱하다.

    이제 다시 매실 사기에 도전할 차례, 아까 무른 그 정도의 크기에  저울에 달아 보니 꼭
    5kg. 가격은 만 삼천원. 아주 쉽게 샀다. 전화위복이다.
    이번에는 난을 사러 갔다. 한 뿌리에 5천원이라더니 정작 사려니 마음에 드는 건
    8천원이라나. 어이가 없다. 또 한군데 들려도 마찬가지다.

    하는 수없이 아까 싸움판이 벌어 졌던 그 골목 난가게에 찾아 갔다.
    "어째 해마다 사가도 죽어 버리고는 해요. 왜 그렇지요.?” 하고 물어도 못 들은 척 대답이 없던 여인이 있는 가게다. 존심을 생각하면 가지 말 일이지만 하는 수 없지.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다고. 이 집만은 한결같이 값이 5천원이란다. 해마다 이집에서 남자 주인에게서 난을 사러 왔었다.

    '세 뿌리를 골라주세요. 아까는 난이 왜 그리 죽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도 대답도 않던데 내가 밸이 없어서 또 사러 왔다." 했더니
    "아이구 시장 통에서 와글거리고 싸우지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추위에 얼어서 그러니 따뜻하게 보관하세요.”
    아주 싹싹하게 말하며 덜 핀 꽃봉오리가 많이 달린 촉으로 골라서 세 개를 사니 천원까지 깎아 준단다. 역시 말은 하고 볼 일이다.

    이제 남편이 좋아 하는 수수부꾸미를 살 차례.  찾아 가보니 그 장사가 어째 오늘은 결석이다. 그 옆 자리에서 팔고 있어서 맨 처음 오자마자 보아 두었던 매실을 다시 보니 작은 복숭아만 하다. 가격도 3배.
    '열매가 크면 그 속에 씨도 커서 그게 그거야."
    나는 갑자기 '여우와 신포도' 이솦 우화를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 그저께는 7회 동기회로 서울대공원에서 좀 오래 걷기를 했다. 그저께는 버티고개에 문학 강의를 들으러 갔었지. 어제는 모란시장에...몸이 천근이다. 겨우 꽃겟국을 끓여 저녁을 먹고는 바로 누워서 정신없이 잠이 들어 버렸다.

    오늘은 아침부터 남편이 네모가 난 하얀 화분에 어제 사온 진분홍색 양난을 심고 그 위에 파란 이끼 들을 덮으니 멋진 '축 생일' 화분이 되었다.
    며칠 뒤면 우리 아이들도 감상하며 즐거워하겠지...

    올해에는 얼리지 말고 잘 키워 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2011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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