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는 그치고 밤이 깊었다. 귀를 기울여 본다. 분명 개구리 소리다. 그도 개구리 합창 소리다. 반갑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던 비가 잠시 멈춘 사이 앞산 아래 텃밭에서 개구리가 우는 소리인 것 같다. 청개구리 소리인가... 밭인 그곳에 어찌 그 많은 개구리가 살고 있었을까. 개구리의 새끼인 올챙이들은 논바닥 따뜻한 물에서 부화 해서 이리저리 떼로 몰려다니며 우굴우굴 자라난다. 예전 여름방학에 외갓집에 놀러가면 밤새도록 사방 논에서 울어대는 이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여름 철 농촌의 서정적인 풍취에 젖었던 생각이 떠 오른다. 전에 화곡동 살적에도 처음 이사를 했을 때 가까이에 논이 많아서 이들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차차 그곳에 많은 집들이 들어서면서 이 개구리 소리는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후 나는 개구리가 모두 멸종을 한줄 알았다. 종종 T.V. 화면을 보면 이곳 저곳에 벌려놓은 공사에 비가 올때 주변 물을 흐르게 하려고 파서 세맨트로 싹 포장을 해놓은 바싹 마른 도랑에 새로 깨어난 새끼 개구리가 그 깊은 도랑을 벗어 나려고 버둥대다 말라 죽어 버리는 화면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그곳이 개구리의 통로인지 혜아리지 못한 사람들의 불찰이 빚은 개구리의 비극이다. 처음에 지구가 생성이 되어서 만물이 살게 되었을 때에는 모든것에게 평등하던 지구가 오만한 사람들에게 점령당하다시피 이런 미생물에게 고통을 주는구나... 미안하기도 하고, 그 후로 멸종된 희귀 동물들도 많다. 사람들 많이 반성해야 될것 같다. 이곳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땅바닥에서 높다랗게 떨어져 살게 되니 땅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에서 영 어두워진 느낌이다. 눅눅한 공기가 좀 통하라고 살며시 열어 놓은 앞뒤 창문 사이로 냇물 흐르는 소리에다 금상첨화 영롱한 새소리가 내 잠자던 자연에의 그리움을 일깨워 준다. 우리 집 뒷곁 개천가 나무들이 십여 년을 자라서 욱어지니 그 나무 숲에 온갖 새들이 찾아와서 둥지를 틀고 있다. 봄에는 새끼 새가 어미에게서 먹이를 재촉하며 자지러질듯이 찾던 새소리가 들리곤 했다. 요즘은 성조가 되어 아파트 동간을 날면서 우는 이들 아름다운 새 소리가 때때로 우리를 황홀경으로 현혹시킨다. 사람은 되도록 땅을 밟고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바짝 든다. 어느 날 우리 뒷쪽에 있는 돌마 초등학교를 지나던 참이었다. 몽땅 세멘트 보드불럭으로 포장된 통로를 걸으면서 문득 이곳이 흙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 쬐는 햇볕에 보드불럭 바닥은 불을 땐듯 한낮 뜨거운 열기를 내 품고 있었다. 그 위를 공부에 지친 어린이들이 멋도 모르고 뛰어 나오고 있었다. 자연친화적인 그냥 흙이었다면 비온 뒤끝이라 조금은 덜 덥고 부드러운 느낌이었을 텐데... 하기야 비온뒤 그 많은 아이들이 젖은 흙을 신에 묻혀 들어가면 학교 안은 얼마나 지저분할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비가 온 후면 울퉁불퉁하게 파인 길 한가운데 여기저기 고인 얕은 빗물 웅덩이에 골을 파서 흙탕물을 이리 저리 흐르게도 하며 작은 수리공사를 해 보며 놀았다. 요새 아이들은 신사처럼 매끈하고 깨끗하지만 너무 삭막하게 큰다.'개구쟁이 흙강아지'라는 소리는 정말 옛날 이야기다. 먼저 번 손녀 아이가 다니러 왔을 때도 화분에 있는 개미를 보고 화들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다. 어른들은 놀이터의 모래는 무슨 균에 오염됐다고 흙장난도 극구 말린다. 인류발달의 발원이 모두 큰 강과 그옆의 비옥한 땅에서 기원 되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땅을 외면한 채 자라고 있다. 먹거리가 어디서 부터 왔는지 멀고 먼 이야기처럼 관심도 없을 것 같다. 작금에는 아파트를 나와서 슈퍼마켙, 백화점, 지하철역에 이르기 까지 조금도 땅을 밟는적이 별로 없다. 지하철을 타고도 목적지에 도착해도 땅을 밟을 기회는 더욱 없다. 신도 깨끗하고 옷도 더럽혀지지 않으니 모두 깨끗하다. 정말 옛말에 호강하는 사람인양 '우리는 땅을 밟지 않고 살고' 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흙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비 온후 모두 아스팔트로 뒤덮힌 도심 찻길에 쏟아진 빗 물은 땅으로 스며들지 못해 넓은 찻길이 삽시간에 큰 냇물을 이루기도 한다. 지하 하수구에서도 꺼꾸로 물이 치솟는 진풍경을 만든다. 집집마다 큰 그릇을 장만하여 아까운 맑은 빗물을 받아 놓아서 써도 좋겠다. 장마에 내린 비가 잦아 들어서 땅을 부드럽게 하고 땅속에 이를 머금어서 가뭄에도 끄떡 없는 지력을 지녔으면 좋으련만... 편리는 하지만 문명이 지닌 삭막한 속성에 실증이 난 요즘 사람들이 부쩍 마당이 있는 집을 선호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에 온갖 새소리 개구리 소리에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유유자적하고 싶은 것이다. 게다가 먹을 야채를 손수 심거나 산 나물을 뜯어 먹으며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생각이 너나 없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2011년 7월 10일 ![]() (빗물이 고인 초등학교 앞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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