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0 0 선생님께. 그간도 안녕하셨는지요. 정말로 보고 싶군요. 바둑 식구들도... 간밤에 내린 비에 정원의 나무들이 제가끔 빗물을 머금고 푸르름을 뽐내고 있어요. 예전에 듣던 낙수물 소리에 향수에 젖어보고, 간 세월을 잊게도 되고... 그 전에 천정에 쥐가 살던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고양이가 산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간혹 개인집 지하 보일러실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말은 들어보긴 했지만... 우리 집 안방 천정 위 깊숙 한곳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모양이에요, 어느 날 부터인가 연방 바시락바시락 발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 보니 조그맣게 새끼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지붕 어디에 구멍이 있어 어미 고양이가 들어 왔는지... 또 어떻게 새끼들을 데리고 나갈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천정은 베니다로 마감 되고 도배가 되어 있어서 안방으로 그들이 떨어질 염려는 없기는 하지만... 온 동네, 천지 사방을 돌아봐도, 모두 다세대(多世臺) 고층 집에, 전부 세멘로 바닥을 마감해 버려서 그들이 갈 곳이 없어져 버려서... 오죽 낳을 곳이 없으면 우리 집 지붕 밑에 기어 들어가서 낳았을까? 그러나 그 사이 이사를 나갔는지 요사이는 조금 조용하군요. 이곳에 온지도 어느 듯 한 달여, 막 새순이 돋던 정원의 나무들이 어느새 신록이 욱어지는 初夏로 들어섰나 봐요. 이번 금요일에 병원을 다녀와서 다음 토요일쯤은 정상 생활로 가기를 소원합니다. 그때 만나 뵐 때 까지 건강하게 안녕히 계십시요. 2002년 5월 7일 (고양이 얘기는 계속해서 보내 드려야지요.^^) 0 00 선생님께, 오늘은 아주 쾌청한 날씨입니다. 조금은 쌀쌀한 듯한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봄은 제 갈길을 성큼성큼 가고 있어요. 대문 옆 문주에 기대어 활짝 핀 하얀 찔레꽃의 향기가 어찌나 짙은지 현기증을 일으킬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군요. 이제 연미색 초롱꽃들도 피어나서 제가끔 초롱불을 치켜들고 사람을 맞이하듯 나란히 서서 피어나고 있어요.노란색 아기똥풀 꽃도 초록색 풀 속에서 유난히 노랑색을 뽐내며 여기저기 피어 있고... 먼저 번 취나물 꽃씨를 주었던 동네 아주머니네가 준 이름 모를 연보라색 꽃도 정원 한 모퉁이를 아주 잘 차지하고 예쁘게 피어 있어요. 참새들도 어느새 돌아 와서 새끼들을 치고는 즐겁고 조금은 시끄럽게 지저귀고... 이 참새들은 겨울 동안은 어디로 이사를 가는지 소리도 없다가 해마다 봄만 되면 다시 이사 ? 를 와서 앞집 높은 기와지붕 끝 처마 밑에 알을 낳고 새끼를 쳐요. 한 여름 우리 집 정원에서 벌레를 잡아서 새끼들을 키워 가지고는 새끼들을 데리고 또 겨울이 되면 어디론가 이사를 가고 하는군요. 참 고양이 새끼 이야기를 해 드려야지요.^^ 먼저 이메일에 이야기 했던 그 고양이 어미가 몸은 노란색 털에 흰 목줄을 한 쪼그만 새끼를 한 마리 데리고 드디어 모습을 나타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끼는 대문 슬라브지붕 위에 따로 올려 놓여 있고 어미는 현관 위 지붕에 올라 앉아 있는 거에요. 그 곳에 올려놓으려면 새끼를 입에 물고 공중으로 건너뛰어 올라 갔나? 긴 담장 위를 빙 돌아 왔나? 그렇지 않으면 입에 물고 담을 기어 올라갔나? 어떻게 했을까? 젖 떼기 연습을 하는 건지 어미로 부터 떼어 놓기 예행연습을 하는 건지 ... 새끼가 애간장이 녹게 조그만 입을 벌리고 연방 `야웅 야웅` 거려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뿐 영 데려 가지를 않아 자못 걱정스럽게 하는군요. 현관 지붕과 대문 스라브사이가 1.2 m 는 족히 되어서 어미가 건너오기 전에는 해결이 안 날것같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야, 이제 네 새끼 데리고 어서 딴 곳으로 떠나거라` 하고 나는 한마디 했을 뿐, 우리도 어미의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어요. 고양이 어미가 그 전에 제 어미한테서 배운 대로 하겠지요. 고양이를 좋아 하는 사람이면 데려다 키워도 되겠지만... 우리는 키울 사람도 없는데다, 난 고양이를 싫어하거든요. 우리 가족들은 도둑고양이라 길이 잘 안 들어질 거라고 말하지요. 새끼는 연상 야웅거리고 사람을 보면 어려도 입을 크게 벌리고 사납게 경계 태세를 취하여 물려고 하고... 어미는 가까이서 새끼가 하는 양을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어요. 사실 그 곳이 세멘트 슬라브 지붕 위라 한낮 햇볕에 뜨거울까봐 보르지를 씌워줘 보기도 하지만 저러다 어린 새끼가 데어 죽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하네요. (현재 상황입니다) 어미가 제 새끼 고양이를 어찌하려고 저럴까...? 오는 토요일에는 바둑을 배우러 나갈 예정입니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2002년 5월 13일 천정 위에 고양이가 새끼를...( 3 ) 그 후 이야기... 우리는 그 후로 그 고양이가 들락거렸던 구멍을 발견하고 그 구멍을 막아 버렸다. 날도 더워지고 천정 속이 더워져서 그들이 더 들어가지도 않겠지만... 기분이 아주 나쁘기도 하고, 그 천정 속에는 집안에 배선된 온갖 전선줄들이 이리저리 얽혀져 있어서 화재의 위험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 후에 담장 위로 어미와 새끼가 둘이서 나란히 걸어 다니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기와지붕 위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우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도 하였다. 밤이 되었을 때 그들이 내려다 볼 적에는 두눈의 시퍼런 불이 공중에서 휘번덕 거리는 건 기분이 아주 좋지가 않았다. 마치 저들이 그들의 집이 그곳에 있다고 주장이라도 하는 것 같이 보이고, 우리 집이 그들에게 점령을 당한 듯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을 지난 어느 날 멀지 않은 골목에 주차된 한 자동차 아래에서 그 어미인 듯한 고양이의 죽음이 말라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후 그 새끼인 것 같은 어지간히 커버린 고양이가 심심치 않게 우리 집 담장 위로 걸어 다니는 게 보이곤 했다. 미물인 이 고양이가 보여준 새끼에 대한 극진한 사랑. 제 혼자서도 야성으로 이 세상에 생존 할수 있도록 아주 어린 새끼 때부터 철저한 훈련을 시키는 의연한 모습. 나서부터 바로 철저하게 계산? 된 극기(克己) 훈련을 시킴으로서 새끼가 자기 혼자 서도 충분히 살아남게 하는 그 영민(英敏)함은, 맹목적인 자식 사랑에 빠져버리기 쉬운 우리 인간에게도 시사(示唆) 하는바가 크다고 생각 되었다. 이것이 자애롭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혹독하기까지도 한 이 자연 속에 미물인, 이 하나의 생명이 영원히 살아가는 한 윤회(輪廻)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5월 19일 ( 추신) 최근 그집에 살고 있는 큰 아들이 정원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다섯마리나 낳았다고 전한다.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려고 으르렁거리는 걸 두눈을 꿈벅 거려 눈을 맞추며 남은 음식을 주면서 관찰한다기에 옛날 생각이 나서 이글을 올리게 되었다. 그간 동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도둑고양이를 길고양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애완으로 키우는 강아지등은 '반려동물'이라고 칭하게도 되었다. 아직도 나무와 야생꽃과 풀이 무성한 우리 집 정원에 여전히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양이다. 2011년 7월 어미와새끼고양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