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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2 12:19

입추(立秋) / 최홍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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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추(立秋) / 최홍윤" - 오늘 아침에는 어제보다 풀벌레 소리가 맑다 누가 여름이 아니랄까 봐!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새벽잠 설치고 대문을 나서니 가을이 성큼 서 있다, 서늘한 긴 장마로 맘먹고 나들이 한번 못한 여름 올 여름이야 좀 그렇고, 그런 여름이라서 간혹 들려오는 매미 울음만 애처롭다 가을이 오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슬한 바람에 장맛비로 축 쳐졌던, 지난 나날만큼이나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올 가을에는 어디에 빌붙어 살아볼 거나 벌써 근심스러운데, 아침저녁으로 우는 귀뚜라미도 그렇고 어스름에 멀어져 가는 두견새 울음도 그렇고 고향에 고향에 가서, 옛날 아버지처럼 가을이 붉게 타는 묵정밭에 허수아비 하나 세워놓고 콩깍지 따닥 따닥, 오색 물결에 타는 이 가슴, 한 저름 물고 가을 하늘 멀리 날아 가라고 참새와 콩새란 놈에게 부탁이나 하고 그 묵정밭에 내 마음 한 가닥 내려놓는 가을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