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무게 / 청봉 김대은"-
작은 선반 위 놓인 그리움
그 무게를 버린 책 한 권
먼지가 쌓인 세월만큼
잃어버린 기억이 많았다
빛 바랜 사진 속 아이들
내가 살던 산골의 주인공들이
헉헉거리며 리어카를 밀고
검정 고무신은 밑이 다 닳았다
흑백의 무늬로 달려갔던 기차소리
선로에 뿌려진 수증기 방울이
침목의 검은 기름때를 씻어내고
그렇게 가버린 시간을 토했다
늙은 살갗의 역사가 존재하고
모든 게 다 가고 다 없어져도
문득 되살아난 그리움의 무게는
선반이 간직한 것 조차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