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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때 작은 화분에 심긴 채 비실비실 크지를 못하는 잎이 빨간 사랑초를 스트로폼상자에 옮겨 심었다. 못보는 사이 그 잎을 크게 펼치고 연분홍색 꽃까지 피우며 보기 좋게 살아났다. 꽃이 피기는 할것인지 말것인지 그저 이파리만 무성한 채 발코니 한 귀퉁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동양란.이 꽃이 기다란 꽃대를 두개씩이나 뻗어 올라 우리에게 작은 기쁨을 앉겨 준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평소에는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던 일들이 정작 몸이 아프고 생명이 경각에 달리니 살아 있다는 게 그렇게 의미심장하고 거룩한지 모를 일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상들이 큰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했다. 이제 남편은 글을 쓰는 나에게 다시 녹차를 끓여다 주고 밤이면 잠자리에 뜨거운 물을 담긴 팻트병을 2개씩이나 안겨준다. 자신이 아픈동안 돌보지 못해 기절들을 하고 있던 화분에 애정을 가지고 물을 준다. 그러다 보니 동양란에 꽃대가 돋은 것을 발견하고 매우 기뻐한다. 이제 그가 즐겨 보아오던 M.B.C.의 '나가수' 를 프로를 다시 보기까지 한다. 오랜 동안 나의 애간장을 태우던 귀뚜라미도 밤이면 여전히‘찌릿찌릿“ 씩씩하게 울어댄다.안방에 들어와 혼이 났던지 이제는 제 자리인 관음죽 화분을 떠나지를 않고 살고 있다. 올해는 일조량이 부족해 곡식도 과일도 흉작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들을 하는 걸 들었다.햇볕은 그간 그 많은 비가 언제 몰려 왔었는지 모를 정도로 쨍쨍 내려 쬐인다. 아무리 더워도 우리 모두 더위를 참고 마지막으로 곡식을 영글게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햇볕을 잘 참아야 되겠다. 그간 나의 일남 일녀 삼남매들이 보여준 지극한 효심도 잊지 못할 일이다. 다행히 방학중이라 아버지 옆에 꼭 붙어서 일사분란 돌아가며 밤새워 아버지를 정성껏 돌보던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싶다. 아직도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되긴 하지만 우선 이렇게 맑은 날을 허락해 주신 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아울러 그간 크게 염려해 주신 여러 동문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1.8.28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