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이야기 (두번째)

by 이용분 posted Sep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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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뚜라미 이야기 두번째                      청초 

       '후르륵 후르륵~~~’ 세찬 바람이 내 귓곁을 스치고 지나간다.
    오늘 아침에는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에어콘같은 찬바람이 '솰솰' 불어 재낀다.
    온 집안이 찬바람으로 휩쌓였다. 빨랫줄에 널어 놓은 젖은 빨래가 너무도 빨리
    마른다. 드디어 가을이 몰려 오려나 보다.

    어제는 내가 골다공 치료차 먼데 병원을 가는 길이었다. 그때만 해도 버스승강장에서 잠시 버스를 기다리는 데 정남향 승강장자리에 내려 쬐이는 햇볕이 어찌도 뜨거운지 얼른 파라솔을 꺼내 펴야만 했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곡식이나 과일이 일조량 부족으로 흉년이 들것 같고 과일도 당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무덥고 괴롭긴 하지만 이 뜨거운 햇볕은 정말 신의 축복이야‘
    하고 혼자 중얼 거렸었다. 그런데 하루 밤 사이에 이렇게 상황이 변해 버리다니  조물주의 조화다.

    우리 집에 귀뚜라미 이야기는 이미 내가 얘기를 한바 있다. 그간도 너무나 충실하게 울어 대는 바람에 정말 화려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하루는 아침에 놀랍게도 싱크대 하수구 옆에 똑 같이 생긴 귀뚜라미가 한 마리 더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어찌 된 일이지. 이 녀석은 또 어디서 왔지.’
    하는 수없이 휴지로 살그머니 집어다 밤이면 먼저 귀뚜라미가 울고 있는 앞 발코니 화분 앞에 놓아 주었다. 먼저 녀석은 어찌도 오지랖이 넓은지 이쪽 내 서재 방 앞 발코니에서 안방 앞 까지 10여M는 더 되 보이는 꽤 먼 거리를 제멋대로 옮겨 다니며 울고 있다.

    그곳까지 가려면은 몬스텔라 화분, 소사나무 분재, 사랑초 화분을 지나면 또하나의 커다란 관음죽화분이 있다. 50여개의 자질그레 꽃이 다른 화분과 제라늄화분이 있지만 그 녀석은
    특히 관음죽을 좋아 하는 모양이다. 요새 살고 있는 자리 앞에 놓아주면 저희끼리는 찾아가서 어련히 잘 살을라구...^^

    잘하면 정말 귀뚜라미가 짝을 짓고 알을 낳을 수도 있겠다. 혼자 회심의 미소를 머금어 본다. 인터넷에서 귀뚜라미 생태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일반적으로 귀뚜라미라고 부르는 곤충은 귀뚜라미상과(Grylloidea)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이다. 이들의 몸 색깔은 대개 갈색이고, 머리는 보통 둥글고, 입은 메뚜기처럼 아래쪽을 향하거나 앞쪽을 향하고 있으며, 몸은 위아래가 평평한 편이다.

    앞날개는 오른쪽 날개가 왼쪽 날개를 덮고 있는 형태를 가질 뿐 아니라, 특히, 수컷은 앞 날개 쪽에 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 발달하여 소리를 낼 수 있다.

    또한 앞다리 종아리마디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막을 갖고 있다.



    뒷다리의 퇴절은 잘 발달되어 도약하기 쉬우며, 종아리마디에는 3~4쌍의 자모를 가지고 있고, 발목마디는 3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배 끝에는 털이 많은 1마디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암컷은 창 모양의 산란관을 가지고 있다.

    귀뚜라미가 사는 곳은 주로 풀밭이지만, 나무 위, 바닷가나 강가의 모래밭, 절벽과 같은 경사지에도 살뿐 아니라 개미집이나 인가에서 사는 종도 있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식물과 죽은 동물을 먹지만, 사육할 때에는 야채류, 잘게 다진 물고기, 씹어 놓은 콩과 밤, 동물 사료 같은 것을 먹는다.
    독특한 행동 특성으로는 교미시기에 수컷이 변형된 앞날개를 치켜들고 비벼서 소리를 내면, 암컷은 이 소리에 이끌려 찾아와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암컷이 날개를 비비는 수컷의 등위에 올라타서 자신의 복부 끝을 내리고, 수컷은 복부를 들어 올려 정액덩어리를 암컷의 외음부에 가져다 붙여 교미를 한다. 이후 암컷은 흙 속이나 식물조직 속에 담황색의 길쭉한 타원형 모양의 알을 100~1,000개 정도를 수일에 걸쳐서 낱개로 산란한다.
    [출처] 곤충사업--귀뚜라미>


    ‘두 놈이 울면 이중창으로 연주가 더욱 화려하겠는 데...’
    기대했는데 연신 한 녀석만이 울어 댄다.

    ‘그러면 다른 한 마리는 암놈이었나? 제대로 되긴 했다.보통 우는 게 수놈이라니 이번 게 암놈인 모양이지’
    ‘이제 이 녀석들이 새끼를 까면 정말 우리 집안 온 곳이 귀뚜라미로 가득하겠네.‘
    은근히 걱정까지 생긴다.

    날씨가 좀 산산하면 그녀석 소리가 잦아들고 어제처럼 뜨거운 날씨에는 아주 기성이다.
    밤에 잠을 청하려고 들어 누웠다. 순간 문득 스치며 생각이 들었다.

    ‘맞아. 그놈이 바로 그놈이야. 어디서 그렇게 귀뚜라미가 쉽게 우리 집에 들어오겠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원래의 그 귀뚜라미가 부엌까지 날아가서 있었던 게야‘
    내가 그녀석 얼굴을 기억한 것도 아니고 딱 고만 하잖아...‘

    은근히 서운하고 솟아 오르던 기쁨과 기대치의 거품이 다 꺼지는 순간이다.
    세상에 기적은 그리 많지 않다. 원래 귀뚜라미도 우연하게 우리 집에 살게 되어서
    그간 그 녀석이 주던 그런 커다란 위안과 환희와 기쁨이 뭐 그리 흔한 일이런가...

    아무튼 이녀석은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을 가져다 준 귀여운 귀뚜라미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면 언제인가 이 귀뚜라미의 화려한 연주도 끝이 나겠지.

    나 혼자 중얼 거린다.
    "그때 까지 열심히 울어 주렴."

                                                             201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