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왕상욱

by 김 혁 posted Sep 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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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왕상욱"- 알알이 영글어가는 동자승같은 가을빛이 발그스레 상기된 얼굴로 격조의 바다를 건너 그섬에 닻을 내리네 푸른 하늘빛 쌓여가는 고적한 산등성이 올라 바람따라 물결치는 억새의 너울 파도에 나는 그만 황홀한 멀미를 하고 있네 산길따라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 어디에 간들 이보다 더 멋스러운 매혹이 있으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순백의 구절초 해넘이 산문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적막에 잠긴 산사에도 청아한 목탁소리 정겹게 홀로 익어가네 가을! 그 맑고 고운 속살에 오늘은 합장으로 고운 시비[詩碑] 하나 걸고 싶네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를 위하여 정작 자신은 가벼운 잎새로 돌아가고 그 눈부신 뒤태를 뒤로한 채 홀연히 스러지는 그 지울 수 없는 황망함 어이 하대명년 목 길게 빼고 기다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