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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청초

    설마 했지만 영락없이 가을은 다시 이 땅에 찾아들었다.
    만 산야 골자기에 이제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 한다.

    엇그제는 7회에서 칠갑산 국립공원으로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가을비가 구성지게 쏟아지는 칠갑산 자락
    온 산을 뒤덮은 구절초가 지나는 길손의 발목을 붙잡는다.

    향긋한 구절초 꽃차도 처음 마셔보고
    시원한 버섯두부 찌게에 밤막걸리 한잔을 높이 들며 건배! 건배...
    우리 7회 동문님들의 건강과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위하여...

    광천 젖갈고장에서는 김장용 새우젓도 사가는 애처가동문님들...
    버스 안에 잔잔히 흐르던 한혜자동문의 감미로운 "크로마 하프"  선율속에
    강물처럼 애잔하게 흐르는 우정이 아름답기만 하던 그 시간들...

    우리들의 우정이여 더는 늙지 말고
    이대로 영원하기를...

                                                      2011.10.14







  
 
       귀뚜라미를 보내노라.                     청초                       

    오늘 아침 큰아들이 병원에 진료차 아버지를 모셔가려 일찍 우리 집으로 왔다.
    나갈준비를 하느라 바쁜 중에 안방으로 들어오는 방문 옆에 무엇인가 까만 게
    발밑에 보이기에 드려다 보니 귀뚜라미가 아닌가.

    어찌된 노릇일까 드려다 보니 이미 목숨이 붙어 있지는 않다.
    언제인가 이런 날이 닥쳐오리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그래서 가을이 깊어지는걸 두려워했는데...
    순간 정말로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바쁜 시간이니 한옆으로 밀어 놓았다. 마음은 여간 언짢지가 않다.
    뒤늦게 돌아 와서 그 녀석을 수습하고
    이에 글 한편을 써서 그녀석의 간 날을 기리려 한다.



      귀뚜라미

      제 살던 땅에서 몇 십미터 먼 공중누각
      어이다가 우리 집 발코니에 찾아와서 시시때때
      구슬프고 아름답게 가을을 노래 해 주고 떠난 연주자

      가우 내내 우리 집에 안정과 평화를 나누어 주던
      이 한 마리의 귀뚜라미
      그는 자선 음악가였다.

      다시 자세히 드려다 보니
      한쪽 다리가 없는 귀뚜라미
      한쪽 발로 연주를 하느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혹여 화분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게 떠났더라면
      그 아무도 몰랐으련만
      어찌 내 눈에 잘 띄는 안방문 옆으로 찾아 들었을까...

      그를 영구 보존하려고
      나는 맑은 유리병에 알콜 속에 넣어서
      책상위에 놓고

      고마움과 아쉬움과
      못 다한 미련을 기리려고
      드려다 보고 있다.

            이제 귀뚜라미 소리가 없는 자리에
            밤마다 전자시계 돌아 가는 소리만이
            재깍 재깍 재깍 들리겠지...

            사랑하는 귀뚜라미여. 편히 영면하여라.
            한낱 미물이지만
            우리는 너를 영원히 그리워하리라.

                                             2011.10.15.
          


    귀뚜라미 이야기를 쓴다고 했더니 "무얼 그런 글을 다 쓰냐"고
    나무람조로 말하던 남편이었다. 이 글을 쓰는 내방에 들어 오더니

    " 정말 귀뚜라미가 울지를 않네..." 말 끝을 흐린다.
    그렇다. 이제 그는 영원히 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노래를 할 것이다.
    '찌릿 찌릿 찌릿'...
                                      
                                                                                        
                                                        201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