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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문우회에서 갑자기 남이섬으로 가을 소풍을 가게 됐다. 그 여정에 김유정 문학관 탐방이 끼어 있다니 마음속으로는 호재라 반갑기는 하다. 문우회에서 얼마 전부터 1박 2일 코스로 어디엔가로 여행을 가자고 말이 나오기에 큰일이구나. 과연 아픈 뒤끝이라 시원찮은 남편을 두고 내가 참여 할수가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하던 참이다. 짧은 여정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모이는 장소는 잠실 전철역 너구리상 앞. 시간은 아침 7시 30분. 이 시간에 닿으려면 아침 6시 20분쯤은 집을 나서야 될 터. 일어나는 시간은 5시30분. 너무 이르다. “어디 산상 기도라도 가려나 보지^^ ? ” 너무 이른 시간에 안스러운 남편의 말씀. 요번 일 주일 동안은 격일로 여행을 다닌지라 너무 피곤하기도 하다. 그곳에 도착하여 보니 전국 곳곳으로 떠나는 여행사 버스가 끝도 모르게 정차 되어 있다. 제 가끔 가을 여행을 떠나려 기분이 들떠서 분비는 사람들 속에 끼어 버스에 올라탔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며 여행사에서 마련해 준 아침밥이 맛깔스럽다. 동부가 섞인 찹쌀밥에 깔끔한 반찬이 입맛에 잘 맞는다. 일찍 떠나 나온 터라 졸며 반쯤 뜬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니 벼가 누렇게 익은 논밭과 산야들이 잘도 흘러간다. 길 막힘이 없어서인지 예정 시간내에 바로 남이섬에 도착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두어번 놀러온 적이 있는 섬이다. 그때는 그냥 나무 널판으로 만든 넓직하고 엉성한 나룻배를 탔었는데 오늘 보니 만국기가 휘날리는 멋있는 유람선이다. 배를 타고 유유히 떠가는 기분이란 수년전에 갔었던 북구 노르웨이 송내 휘요르드빙하의 협곡을 거대한 유람선을 타고 가던 생각이 문득 회상 된다. 그때는 갈매기가 높이 날며 새우깡을 얻어 먹으려 따라왔는데 이곳에 갈매기는 없다. 유유히 흐르는 검푸른 강물과 주변 경관이 노르웨이 빙하 못지않게 아름답고 수려하다. 그간 지나쳐 버린 몇 십 년이라는 세월에 아주 다른 섬으로 변해 있었다. 황량하던 모래섬은 하늘을 찌를 듯이 푸른 나무들로 울창하게 덮여 있다. 영화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곳에는 일본 사람들로 분빈다 하더니 이제는 자기나라에서 연휴를 맞은데다 한류를 탄 중국인들로 붐빈다.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들의 그림자가 아름답게 드리운 강 주변을 거닐다가 문득 예전에 이곳에서 섬 주변을 도는 쾌속정을 탔던 옛날 추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 사람들이 쾌속정을 타고 호기롭게 섬 주변을 돌기에 우리 가족들도 그 배를 타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남편은 먼저 배를 탔다. 어쩌다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배를 타려는 순간 작은 배가 움직이면서 어지러운 나는 그만 물에 풍덩 빠져 버렸다. 입은 옷이 모두 젖은 것은 물론 그 바람에 남편이 새로 사준 생일 선물이던 내 부로바 손목시계가 물에 젖어 버렸다. 그때 맘 상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어렵던 시절 벼루고 사준 새 시계는 바로 수리 점에 맡겨졌다. 나를 챙기지 않고 엉겁결에 무심히 먼저 배를 타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진 점에 남편이 실소를 하며 두고두고 미안 해 하였다. 우리 문우회 회원들과 함께 한 모처럼의 여행이다. 한결 더 다정해 지고 우의를 다진 뒤에 다음 행선지인 김유정 문학관을 향해 배를 타고 건넜다. (2)김유정 문학관을 탐방하다. 김유정 문학촌은 평소 내가 가보고 싶던 곳이다.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 이미 작가는 세상을 떠난지 오래지만 그 발자취는 영원히 남아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문학의 향기를 품어 내고 있다. 어느 날 우연하게도 내가 쓴 수필 '동백꽃' 이라는 제목과 똑 같은 김유정의 '동백꽃' 이라는 같은 제목의 소설책에 이끌려 작품과 작가의 면모를 읽어 보게 되었다. '김유정'은 흙내 나는 토속적인 유머와 매몰찬 고독으로 고작 30세를 살고 갔다. 김유정은 우리 말을 남달리 구사했던 작가로서 가난하고 힘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긍정을, 비록 슬픔과 역경을 소재로서 살더라도 이를 능히 해학적으로 순화시킨 귀재였다는데 이의를 제기 할 사람은 없으리라. (김유정의 '동백꽃'이라는 책 서문.을유문고 50 판) 김유정은 1908년 강원도 춘성군 신도면 증리(실레마을)에서 김춘식과 청송 심씨의 2남6녀 중에 일곱째 차남으로 태어났다. 유년기에 서울 종로로 이사한뒤 7세에 9세에 아버지를 각각 여의었다. 일찍 부모를 여읜 후유증으로 모성결핍에 한때 말을 더듬기도 하였다 한다. 4년 동안 한학을 배웠다. 재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 휘문고보를 졸업. 김라이(金羅伊)로 불리웠다. 1927년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당시의 여류 명창 박녹주를 흠모 그를 찾아 다니느라 학교에 잦은 결석으로 그 이듬 해 학교에서 제적을 당했다. 그는 실연과 학교 제적이라는 커다란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930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전국각지를 방랑하기 시작한다. 1931년에 강원도 춘성군 실레마을에 야학을 개설하는 한편 금광을 돌아다니며 무절제한 생활을 한다. 그는 당시 학교가 없는 설레 마을에 '금병의숙’을 세워 문맹 퇴치운동과 농촌계몽운동을 약 2년간 벌이는 가운데 30년대 궁핍한 농촌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1933년 다시 서울로 올라간 김유정은 농촌과 도시의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1933년 잡지 <제 일선>에 '산골 나그네'와 <신여성지>에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 1935년 소설 '소낙비'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일등 당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에 가작입선 함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김유정은 등단이후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 되는등 최악의 역경 속에 제대로 약 한 첩도 써보지 못하고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다섯째 누이 유흥이네 과수원 집에서 투병 생활중 휘문고보 동창인 안희남에게 편지 쓰기 '필승전(前) 3.18' 을 끝으로 3월 29일 새벽 숨을 거둔다. 그의 작품으로는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소낙비''금따는 콩밭' '봄봄' 등 30여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남아 있다. 그가 요절 하지만 않았어도 더 많은 작품들이 많이 쓰였을지도 모른다. 요약해서 그의 토속성은 어디까지나 한국적이면서 결코 샤마니즘에 흐르거나 혹은 (농촌 같은)훨씬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유정의 문학이 지니는 추구력이나 그 밖의 가능성은 훨씬 높은 차원의 것인지 모른다. 더구나 그의 풍부한 언어의 구사력은 근대 한국문학 수립 이래 보기 드물게 한국어의 전통미를 살렸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완벽하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選에서) 1935년 27세에 누이들의 강요로 숭인동에서 16세의 연안이씨와 결혼식을 올렸으나 이튼날 결혼을 파기한다. 1937년 단편 '따라지''정분''조광' ' 땡볕' '여성과 미완성' '장편 생의 반려'를 발표한다. 그러나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상상곡리 다섯째 누이 유흥이네 집에 옮겨 요양을 하다가 그해 3월 29일에 요절한다. (한국 대표 단편 문학 전집에서) 이상이 한국 초기의 소설 작가 김유정의 일대기를 요약정리 한 글이다. 문학기념관 안에는 그의 일대기와 그 당시의 잡지. 생전 김유정이 그리도 못 잊어 그리던 박소희의 사진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전시되어 있다. 생각 밖으로 평생이 불운했던 작가다. 조국이 암울하고 너무나 가난하던 시대였다. 의학이 미쳐 잘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칠흙 같은 밤 하늘에 갑자기 강렬한 빛을 발하며 떨어져 사라진 별똥 별처럼 짧은 생을 살고 간 선각자와도 같은 소설작가 김유정을 애도 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마당 한켠에 있는 헛간을 드려다 보니 그 시절 사용했던 온갖 농기구를 보관하고 있다. 김유정이 그토록 사랑했던 농촌의 그 시절 풍경이 선하게 보이는 듯 충분히 이해가 되게끔 한다. 그의 주옥같은 작품은 고스란히 남아 문학을 하는 후학인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따뜻한 가을 볕이 환하게 내려 비치는 속에 많은 인파들이 오늘도 그를 기리는 애뜻한 마음으로 줄을 서 찾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가신 님은 말이 없었다. 2011.10.19 ![]() ![]() ![]() ![]() ![]() ![]() ![]() ![]() ![]() ![]() ![]() ![]() ![]() ![]() |

2011.10.24 00:17
이 가을, 남이섬과 김유정 문학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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