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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들이 병원 입원실에서 자기 마누라 편을 들다가 서로 싸우게 되는 어느 수필을 읽었다. 문득 예전 내가 30대 초반 시절 아이들을 키울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시기는 60년대. 결혼 후 맨 처음 집을 사서 살던 동네에서. 큰아이가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 무렵이던가. 바로 앞집에 진식라는 같은 또래와 또 한 아이 기훈이라는 아이 셋이서 어울리는 또레 골목 친구였다. 그런데 진식이라는 바로 우리 앞집에 사는 아이가 체구는 작지만 단단하고 영 약삭 바르고 좀 사납다. 우리아이는 노상 맞고 얻어 터져서 들어온다. 쫓아 나가서 무어라고 좀 타이르려 보면 어느 새 저의 집 대문 안에 쏙 숨어서 혀를 낼름 하고 대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날만 새면 거의 이런 일이 반복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안 내보낼 수도 없고, 하루는 정말 일이 벌어졌다. 진식이가 우리 아이 얼굴에 선명하게 손톱자국이 나고 피가 나게 할 켜 놓고 그냥 잽싸게 도망가 숨어 버린 것이다. 하는 수없이 그 엄마를 불러내어 우리 아이 얼굴을 보여 주며 "이럴 수가 있느냐." 했더니 “아이들 싸움이 그럴 수도 있지 무얼 그러느냐“고 적반하장 오히려 성을 내며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다. 그네는 친정살이를 하는 모양 평안도 내기 친정어머니까지 입에 거품을 물고 거들며 나선다. 골목에서 큰소리가 나니 휴일이었는지 애 아빠가 나와서 무슨일이 어찌 되가는 양을 우두커니 보고 서 있었다. “아니 아이 싸움에 마누라 편들려고 남편까지 나서느냐” 하며 더욱 기세등등이다. 나를 데리고 들어오려 나갔다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녀들에게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마당이 좁던 집이라 그녀 네의 뒷곁에서 우리를 들으라는 듯 오히려 고래고래 고함소리가 들린다. 그 후로 그들이 찾아 와서 우리에게 그 일을 사과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찌 했던지는 잘 생각이 안 난다. 아무리 사과를 한들 아이의 얼굴의 상처가 없어 질리도 만무할 터인 일... 그 집 남편이 당시에는 힘깨나 쓰던 중앙정보부 요원이라는 소문에다 마누라를 가죽혁대로 때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우리는 대적할 사람이 안 된다는 생각을 이미 벌써 했었다. 아무리 때린 놈은 발 오그리고 자고 맞은 놈은 발을 뻗고 잔다고들 하지만 한참 천사처럼 여리고 고운 얼굴에 난 손톱자국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그 뒤 우리는 그곳을 떠나 이사를 갔으니 그들의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어른이 된 지금도 큰아들은 성품이 온화하다. 이제 다 커서 어른이 된 뒤에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흉터가 그 당시에는 너무나 마음이 상했었다. 그 뒤에 낳은 작은 아들은 남을 때리지도 않지만 맞고 들어오는 일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지금도 이따금 그 동네에 살던 옛 시절을 이야기 하면 그 애들은 그 후에 어떻게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젊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2011.11.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