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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른 겨울 아침이다. 실개천 둑길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저 멀리서 어떤 여인이 종종걸음으로 마주 걸어오고 있다.날씨가 추우니 그 녀는 좀 어두운 색상의 옷을 두툼하게 입었다. 좁은 외길이라 스치면서 우리는 서로 눈길이 마주쳤다. 순간 자연스레 미소를 지우며 지나쳤다. 그녀 뒤를 보니 몸집이 자그마하고 좀 뚱뚱하고 비만하여 배가 땅에 닿을듯한 강아지가 따라온다. 세타 위에 쇠덕석 같은 등덮개를 덧입어서 더 뚱뚱하게 보이나 보다. 이곳저곳 땅 냄새를 쿵쿵 맡기도하고 한쪽 다리를 들고 찔끔 영역 표시도 하며 주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 오다가 주인이 아주 부드럽고 다정하게 자기 아이한테 재촉을 하듯이 “얘야 빨리 와” 말을 하니 쏜살 같이 따라간다. “강아지가 좀 웃기게 생겼네요” 라든가.“강아지가 아주 뜨뜻하게도 입었네요”라던가 무어라고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들은 벌써 저만큼 지나갔다. 생판 모르는 남하고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미소를 나누니 한결 세상이 따뜻하고 정말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의 경우 자연스럽게 서로 미소를 지우며 인사를 나누며 사는데 우리 나라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다. 이제 생활 수준도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한다. 먹고 살기도 좀더 여유럽고 아주 좋아 졌다는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더 경직된 얼굴들을 하고 사나 생각했다. 조금 더 가다가 큰 다리 위를 지나가게 되었다. 가냘픈 몸매에 그늘이 진 얼굴이 창백한 어떤 아가씨와 마주쳤다. 나는 전에 약간의 기초 한의학을 배운 적이 있어서 사람 얼굴을 보면 저 사람은 어디가 편찮은가 어떤가하고 예사롭지 않게 첫눈에 관찰을 하는 습관이 있다.아무래도 어디가 아픈가 보다 하고 뒤돌아 보는 순간 손가락 끝에 연기가 폴폴 나는 가느다란 담배가 쥐어 있지 않은가. 얼굴을 보니 이십대 초반 정도의 아가씨가 무슨 연유로 담배를 태울까... 요즘 사회에서는 어디를 막론하고 금연구역을 설정해 놓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여 나라에서는 담배를 피는 사람들의 입지를 큰 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까지 제한하였다. 그런데 왜 전매청에서는 여전히 담배를 팔고 있을까...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하기야 어디 불합리한 일이 이뿐이던가. 너무나 비합리적인 일들이 자연스레 옛날 쌀 속에 섞인 돌이나 뉘처럼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하다. 골다공 치료약을 타러 조금 떨어진 병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두 세달에 한번씩 가는 길이라 직통 가는 버스가 없어진 후로는 어디서 환승을 해야 하는지가 항상 아리 까리 하다. 버스 좌석에 앉은채 고개를 길게 빼고 버스 앞창을 기웃기웃 내다보니 유난히 높다란 건물이 그 병원인가 싶은데 눈이 시원찮아 간판이 잘 안보여 긴가민가하다. “21세기 큰 병원 앞을 내리려면 어디서 내려야 되지요.”하고 버스기사에게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무뚝뚝한 기사가 나는 알바가 아니라는 듯 눈은 딴 곳을 내다보면서 건성 대답을 한다. 옆에서 우리 대화를 엿 들은 어떤 여인이 ”에그, 지나치셨어요. 이제는 저 십자로를 지나쳐야 서는데요“ 한다. 급해진 나는 마침 길이 정체라 버스가 기다리느라 잠시 섰기에 ”아저씨 여기서 좀 내려 줄 수 없을까요?“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공연히 한마디 물었다. 기사는 아무 말도 안하는데 그 여인이 ”안돼죠. 정류장도 한참 지났잖아요.”한다. '오늘 날씨도 제법 찬데 공연히 한 정류장쯤을 되 걷게 생겼구나' 생각하며 '아차' 낭패 감을 맛본다. 그 순간 버스가 서는데 보니 내가 내리려든 바로 그 정류장이 아닌가? ‘어라’ 어리벙벙한 나는 ”여기네...“ 얼떨결에 버스정류장에 내려섰다. '웃기는 기사에 웃기는 여자구나’ 바로 큰길가에 위치한 큰 병원 앞을 하루에 몇 번이고 매일 지나다니고 있을텐데 모른다는 무관심한 운전기사의 답변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내를 하는 그 모르는 여인의 잘못 된 친절에 혼자 고소를 금치 못하였다. 버스 환승장에서 갈아 탈 버스를 기다리며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위치가 음지라 추운데다 한 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할키면서 지나간다. 대중교통은 역시 지하철이 양반이구나... 우리 아파트에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어떤 생김새가 끼끗한 남자 대학생이 나를 보고 깎듯이 인사를 한다. 요새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나를 아나?' 속으로 생각 했다. 에리베이터를 타고 몇층인가를 눌러야 되는데 그 젊은 대학생이 잽사게 우리 층을 누른다. “나를 아나보지?^^” “저번에 인사드렸잖아요?^^ 한다. 그래, 바로 우리 윗층에 사는 청년이구나. 한아파트에 십칠년을 살다보니 어린아이가 커서 장정이 되고. 그 청년은 군대까지 갔다 온 복학생이라 했다.그러니 알아 볼수가 있나... ‘참 아들 한번 잘 키웠구나.‘ 생각하면서 얼마전 일이 생각났다. 역시 며칠전 타게된 엘레베이타 안에서 생긴일이다. 어떤 청년과 단둘이서 타게 됐는데 먼저 탄 내가 젊은 청년에게 “몇층이지요?”하고 물었다. “6층인데요.“ 한다. 6층에 이르자 층이 낮은 청년이 나보다 먼저 내리게 됐다. 꼿꼿하게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재 빨리 내려 버린다. 잠시 생각을 했다. 다른 곳도 아닌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내가 함께 사는 어른이 분명할진데 내리면서 말은 안 해도 고개라도 조금 까딱 하던가. 하고 내릴 일이지. 한심한 일이다. 나만의 삐뚤어진 생각인가 .. ‘내가 한 행동이 아무리 별것 아니게 손끝으로 몇층 버턴을 누르는 아주 작은 호의를 베풀긴 했지만 최소한도의 그 정도의 예의를 지켜야 되지 않을까 ...' ‘참 요즘 젊은 것들이란...’하고 씁스름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자식이 밖에서 조금만 행동을 잘 하고 못하는 데 따라 죄 없는 자기의 부모가 어이없는 평가를 받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게 아닐까... 이제 그 남학생을 보니 늠늠한데다 예의도 깍듯하고 미남이기 까지 하다. 그 부모는 얼마나 삶의 보람을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2.1.19 ![]() ![]() ![]() |

2012.01.19 14:34
어느 겨울 날 이야기
조회 수 518 추천 수 8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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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 저고리)
한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례한 경우를 많이봅니다.
요즈음 학생들 사람됨됨이 교육은 빼고
오로지 수능공부만 시키니 점점 삭막한 세상.
그런데 언제 그렇게 일본어 며 아프리카어까지 공부했어요?
예를들면 아리까리.긴가민가.ㅎㅎㅎ
답글 |
┗ happy 12.01.21.
글도 심각한듯한 화제를 무겁지 않게 쓰느라 애를 쓴것 같지요.^^
제가 원래 유머어를 상당히 즐기거든요.
근데 이름도 예쁜 색동저고리님도 못지 않은 유머어를 하시네요.
나는 일어는 배웠지만 아프리카어를 배운적은 없었거든요.
아리까리,긴가민가가, 일본어에 아프리카어인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