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언 수도

by 이용분 posted Jan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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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추운 날씨에 언수도

    날씨도 날씨도 어쩌면 이렇게 추울까?
    17년을 산 아파트에서 처음 안방 화장실 냉수관 수도가 얼었다. 조금만 날씨가 추우면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큰아들에게 전화해서 수도 메터기통안에 헌옷을 집어 넣어라, 뒤곁 수돗물 좀 조금씩 틀어 흘리라고 일러 주곤 했다.

    올겨울에는 생각지도 못한 우리 아파트 실내 수도가 언 것이다. 큰일이다. 아파트 관리인을 부르고 일꾼이 오고 그 번거러운 광경이 눈에 선하다. 단열을 단단히 한 두꺼운 벽속의 관이 언 모양이다.난로를 피워 놓을 수도 없고 사실 난로도 없다. 헤어드라이어로 녹일 수도 없다. 밤에 잠이 안 온다. 궁즉통 이라던가... 자려고 누었다가 벌떡 일어나서 목욕탕에 뜨거운 물을 3분의1 쯤 받아 놓고 그냥 잠을 청했다. 어찌 될런지 걱정이 태산이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수돗물이 콸콸 쏟아진다.

    갑자기 40여 년 전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 정도 추웠던지 부엌 수돗물이 얼었다. 망내를 임신하고 산 달이 가까워져서 그야말로 만삭이었다. 그런데 수돗물이 언 것이다. 뒤곁 마당 구석에 비상 펌푸시설이 있긴하지만 아기도 낳아야 되는데 당장 물이 안 나오니 누가 도우러 오더라도 물이 안나오면 큰일이다.

    그때 전기로 음극양극으로 자극을 주어 수도를 녹이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같은 주택지구지만 저쪽 몇 번째쯤 다른 골목 어떤 집에 그 기술자가 수돗물을 녹인다기에 물어물어 찾아 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그 다음에 우리 집 좀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하고 돌아 온 시간이 밤 12시가 훨씬 넘었다.

    그 시절 60년대에는 대문에 다는 문 잠그는 열쇠 장치도 없고 초인종도 없던 시절이다.
    집에 돌아 와 나무 대문을 두드려 보니 남편이 잠이 깊이 든 모양이다. 하루 왼종일 직장에서 퇴근을 해서 피곤도 했겠지... 아무리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려도 소식이 깜깜이다. 만삭이라 대문을 기어오를 수도 없다.

    늦은 시간인데도 염치불구하고 하는 수 없이 뒷집으로 가서 부탁을 했다. 그 집 마당 앞쪽에 장독대가 있는데 그 담장 넘어가 우리 집 부엌 문이다. 장독대에 올라 불록 담장위로 써커스 하듯 아슬아슬 올라가서 대빗자루를 까꾸로 들고 부엌문을‘쿵쿵쿵’수도 없이 두드려도 감감무소식이다.

    날씨는 얼마나 춥고 게다가 막달이라 배는 동산만하다. 그 때는 전화도 없던 시절이다.
    하는 수없이 앞대문으로 다시 와서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렸다.
    이제는 옆 담장 넘어 옆집 함경도 아주마이가 나와서 담넘어로 넘겨다 보며 큰 소리로
    "왜 문을 안 열어 주는거요?“하고 우리 집 안방 창문을 향해 큰소리로 말을 했다.

    그는 함경도 사람인데 여군 출신이라 말씨가 거세다.동시에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밤중에 웬 소란이냐“며 남편은 오히려 큰 소리다. 초저녁 선잠을 깨어서 영문을 몰랐나 보다. 집에 들어가서 어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후 그는 두고두고 그 일을 미안해 했다. 그때는 건강 했었던 모양이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던 나는 그러고 나서 얼마 뒤 망내아들을 무사히 순산을 하였다. 그 다음 해에 그 당시 신도시라하여 새로 지어 분양을 받은 강서구 화곡동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 시절만하여도 단열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어느 핸가 아주 추운 겨울날 거실에 있는 피아노의 아랫 부분의 마호가니 판이 쫙 금이 갔다. 아침에 현관문 핸들을 잡으면 손에 쩍쩍 달라 붙을 만치 추웠다.자고 나서 설마 얼랴하던 부엌의 수도 꼭지가 꽁꽁 얼어있다. 뒤곁의 수도 꼭지에서 조금씩 흘린 물이 하수도로 내려 가지를 않고 얼어서 큰 빙산처럼 뾰죽하게 얼어 쌓인다. 수도전 주변이 두꺼운 어름으로 꽁꽁 쌓이고 미끈미끈 한 어름판이 되어 봄이 오기전까지 녹지를 않았다.

    그 후에 보니 수도꼭지가 얼면 미지근한 물로 서서히 녹여야 되는 데 그 당시에는 급한 마음에 펄펄 끓는 물을 갑자기 부니 수도 꼭지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터져 버리는 것이다. 그 같은 일을 몇번인가 겪고서야 깨달았다. 옛날 어른들이 겨울에 언 놋그릇을 미리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국을 퍼 담아야지 꽁꽁 언 그릇에 뜨거운 걸 그냥 담으면 그릇이 파열되는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언 컵에 뜨거운 물을 그냥 부면 유기 그릇도 깨어 진다.

    요즘 날씨가 너무 춥고 아파트에서 드물게 수돗물까지 어는 일이 생기니 그간 격었던
    추위에 사십여 년 전 생각이 갑자기 떠 올랐다. 그 시절에는 삼한사온이 있어서 그래도
    한숨 돌리고 나서 다시 춥고는 하였다. 어떻게 지구 환경이 변했기에 지구 곳곳이 물
    난리 한파 난리 눈 난리다. 여름이면 푹푹찌는 더위에 시달려야 되는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대책이 서지를 않는다. 어서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1년 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