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하느님

by 이용분 posted Feb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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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하느님                          청초

    딸아이가 이제 고등학교 입학을 한 제 아들 아이를 학교 기숙사에 넣을까 어쩔까하고 고민 중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에 보내서 노상 제차로 데려다 주고 못가지고 간 것 있으면 쪼르르 갖다 주고 항상 대기 중인 비서였다. 외손자는 이제 시내에 있는 특수 고등학교에 지원을 해서 다행히 합격을 하여 가게 된 것이다.아이 뒷바라지에 들어가는 정성과 시간은 가히 짐작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보인다.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면 일단 아이하고는 조금 떨어져 살게 된다.  한가하게도 되지만 아이하고 사이가 좀 틈이 생기게 될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딸아이를 보노라면 마치 아프리카 사자 가족들처럼 항상 뒤엉켜서 살고 있었다. 언제인가 그 애도 아이들과 떨어져 살게 될 것이다. 마치 내가 우리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듯이 또 제 자신이 결혼을 하고 떨어져 나갔듯이...  

    그 애는 종교가 없다. 내가 종교를 믿어서 물려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나도 부모님께 받은 종교가 없었다. 칠월칠석날 떡을 쪄서 통 시루 째 상에 올려놓고 그 당시 우리 할머니가 보통 때와 달리 깨끗한 옷을 갈아 입고 그 앞에 앉아 경건하게 두 손 모아 비셨다. 나는 할머니의 그 손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노상 그게 의문이었다. 동지 때 팥죽을 쑤워 부엌이니 장독대에 각각 한 그릇씩 떠 놓고 집 주변에도 죽물을 뿌리셨다. 붉은 팥물을 보고 잡귀들이 물러가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냥 우리의 토속신앙을 믿으셨던 것 같다.

    이따 끔 가을 쯤 팥 시루떡을 쪄서 가까운 이웃에 돌리는 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고사를 지내지는 않으셨다.그것는 이웃과의 친선을 위하여 그리하신 것 같다. 이웃에서 얻어 먹은 떡도 있고 신세도 갚아야 되겠고... 그 떡을 돌리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다.  

    내가 결혼을 하면서 어머니는 ‘이 모두 힘든 일들이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하고 이르셨다. 그 뜻을 따라 나는 아무것도 안하니 결국은 종교가 없는 무신교가 되었다.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겼을 때라던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때 마음이 너무 힘들어도 점집을 찾아 갈수도 없는 일.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었지만 그도 뜻대로 되지를 않고 지내버렸다.

    다행히 나의 아이들 셋은 삐뚤어 지지 않고 잘 자랐다. 이제 딸아이가 겪을 여려가지 힘든 상황을 생각하여 딸에게 종교를 좀 가져 보라고 권하였다. 그 애 말이 "어머니가 하느님이라나..."
    너무나 많은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필요로 해서 각 가정에 어머니에게 사랑을 듬뿍 맏겨서 베풀게 하였다면서...
    그러면 그 애는 내가 하느님이 되는 셈인가 보다.  

    실제로 내가 느끼는 신은 부모님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학교를 졸업을 한 후 다행히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해서 그 월급을 하나도 축내지 않고 모두 부모님께 갖다 드렸다. 그게 집안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 하시며 평생 고마워 하셨다. 결혼 후 시댁의 크고 작은 대소사를 모두 감당을 하여 치뤄 내었다. 시어른께는 생활비는 물론 눈만 마주치면 파마하는 값등 사소한 용돈도 드렸더니
    "네가 최고의 며느리다."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 일을 겪을 때에는 월급쟁이 넉넉지 않은 살림에 나는 절약을 하며 힘이 많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리 했던 일이 이제 와서는 내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살아 생전에 효도를 했던 게 무엇보다 잘한 일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른들이 지하에서 응원을 보내 실 것 같고 모든 걸 도우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집칸이라도 지니고 누구에게 돈을 빌리지 않고도 반듯하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지하에서 부모님들이 도우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능력 것 효도를 하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이나 나이 먹은 후에나 그는  
    "바로 부모님이 나의 든든한 마음의 빽이며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201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