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제가 하는 일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주 우리 집에 와서 점심을 함께하고 나를 문우회 에 데려다 주곤 한다. 이렇게 시간을 써도 되느냐 하면 부모님과 점심 한끼 먹으러 오는 게 뭐 어떻겠냐며 걱정을 덜어 준다. 남편이 아픈 후 그가 좋아하던 삼계탕이나 곰탕 순대국등 육류 가 들어 간 음식을 안 먹게 되었다. 고기를 피하려니 생각보다 음식점 찾기가 아주 까다롭다. 내가 집에서 밥을 지어 함께 먹으면 좋겠지만 부엌에서 그렇게 움직인 날은 곧 바로 문우회에 나가는 일이 너무나 힘에 겨워 그도 자주 하지 못 한다. 어느 날 병원에 다녀오는 길 근처에 있는 백화점 지하식당가를 들렸다. 식사 후 필요한 다른 생필품들을 사기도 편리 하니 일석이조다. 중국 집, 접시를 빙빙 돌리며 자기가 먹고 싶은 접시를 내려 먹으면 되는 일식 집, 피자집, 하다 못해 이태리국수 마카로니등 여러가지 음식점 들이 한 자리에 몰려 있다. 저 마다 다르게 입맛에 맞는 음식을 청해 먹으면 되니 수월하다. 여러가지 산채 나물에 굴을 얹 어 만든 굴 돌솥 비빔밥은 굴 향기가 향긋하고 끝까지 밥이 따끈한게 일미다. 해물 순두부 백반 도 조개에 제법 큰 새우도 넣고 야채도 얹어 있어 맛이 시원하고 좋다.하루는 돈까스를 시켰는 데 고기를 여려조각으로 썰어서 그 한점을 캬베츠 야채 사라다와 함께 나누어 먹으니 그도 좋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고등어 백반을 시켜 보았다. 어떻게 구웠는지 그 고등어구이가 너무나 맛이 좋은 것이다. 연탄 불이나 숯불위에 석쇠를 올려 놓고 구운 고등어 말고는 이런 맛을 내기란 여간해서는 힘들다. 그 날의 기억을 되살려 하루는 고등어구이를 또 시켜 먹기로 했다. 영 밥맛이 없어 하는 남편의 밥상에 올려 놓을 생각하여 한 마리를 따로 더 포장을 시키기로 했다. 그날은 한점 먹어 보니 전에 먹던 그 고등어 맛과는 영 판이하게 맛이 없다. 따로 시켜 놓은 고등어 값을 물어 보았다. 한 마리 값으로는 너무나 비싸게도 불렀다. ‘아뿔사 먹어 보고 시킬 것을 성급했구나. 생선도 물물이 맛이 다른데... 오늘은 생선 맛이 왜 이렇지...’ 아들 아이에게 고등어 따로 한 마리 더 시킨 것을 취소하자 했더니 안 된단다. 그 쪽에서 곤란 해 하는 걸 겨우 부탁했는 데 그냥 사야 된단다. 나는 맛도 없는 고등어구이를 사가지고 억지로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영 찜찜하다. 백화점에서는 산 물건 되 무르기도 예사다. 내가 직접 그 식당 주인에게 말을 할께 했더니 아들이 수저를 놓자마자 성급하게 가더니 얼른 고등어구이를 넘겨 받는다. 멀리서 보이는 식당주인 태도를 보니 상냥하게 웃으면서 아주 정중하고 깍듯하다.아들도 정중하게 서로 인사를 주고 받더니 고등어구이를 가지고 온다. “에라, 못 먹으면 버리지 할 수 없다.” 아들의 체면을 생각하여 참기로 했다. 체념을 하면서 생각을 했다. 그냥 한번 스치는 손님이라도 아마도 첫눈에 사람에게 보여지는 객관적 첫 인상이 있는가 보다. 포장을 해서 가지고 온 고등어구이 냄새를 맡아 보니 이번 건 냄새가 괜찮다. 먼저 시켜 먹은 것은 아마도 구운지가 시간이 한참 흘러 식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게다가 참하고 기다란 노란 색 옹기접시에 얌전히 담아서 포장까지 한게 아닌가... “그릇을 어찌하려고 그러니” 했더니 그릇은 안줘도 괜찮다고 했다나... 어쩐지 고등어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했더니 장사도 그리 할 생각을 했던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니 조금은 억을하던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냉장고에 넣어 둔 채 한 이틀이 지났다. 음식물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오래 두면 맛이 변한다. 오늘 점심에 고등어구이를 꺼내서 우선 생선 위에 냉수를 조금 뿌리고 깨끗한 종이를 씌우고 전자렌지에 돌렸다. 생선을 그냥 데우면 물기가 없어지면서 장작개비처럼 뻣뻣해져 먹기가 힘들어진다. 생각 밖으로 생선도 부드럽고 냄새도 우리가 바라던 그 맛이다. 그 생선을 먹으면서 음식값에 비해 값이 비싼데도 불고하고 어렵게 부탁까지 해서 이 생선을 사준 아들의 따뜻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온다. 같은 음식도 담기 나름이다. 생선을 얌전하게 옹기그릇에 정성 껏 담아 건네 준 그 음식점 주인에게도 나도 모르게 이제는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2012.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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