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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역을 가시려면 수서에서 내리지 말고 도곡역에서 내리세요. 그래도 3호선을 탈수 있거든요. 지하철 지도를 좀 보세요. 그 역이 도곡역 다음에 있는가. 수서역에서 내리면 계단을 멏 번이고 다시 올라가야 되거든요." 기온은 영상 1도라고 하는데 체감 온도는 최근 들어 드물게 아주 춥다. 그 녀는 빨간색 구두에 현란한 중국식 무늬의 빨간색의 홑 비단상의를 걸치고 한참 멋을 부렸다. "이 추운 날씨에 감기 드시겠네요" 하며 바로 옆자리에 잠시 함께 앉았었다는 짧은 인연으로 여자노인에게 쉬운 길을 알려 주려고 나는 애를 썼다. 그 녀는 내리려던 수서에서 안 내리고 다른 빈자리에 가서 다시 앉았다. 그 사이 그 녀가 앉았던 빈자리에 대신 앉은 나이 든 노신사가 나를 보고 “요새는 그리 애를 태우면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도 드뭅니다.“ 한다. “잘못 알려주면 안 알려주니 만 못하잖아요." 한번은 어떤 사람이 역을 묻기에 무심히 알려 주었다가 나중에 잘못 일러 준것을 알고는 집에 가서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모른다. 우리 세대는 지금까지 그렇게 고지식하게 살아 왔다. 아무리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남이야 어찌됐던 전혀 관심을 안주고 건성 살아도 우리는 생긴 대로 고지식하게 살아야 그래도 삭막한 이 세상이 조금은 바르고 살기 좋게 되지 않을까... 전철 안에서 물건을 파는 한 젊은 아주머니가 그 신사의 보푸라기가 생긴 양쪽 장갑의 보푸라기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헤어드라이어처럼 생긴 도구로 쓱쓱 밀어 내어서 실제로 깨끗하게 없애 보이며 은근히 사기를 권한다. “보세요 보푸라기도 이렇게 깨끗이 정리되고 옷에 붙은 빨래먼지도 깔끔하게 제거 된답니다.” 이 나이에 집에서 입는 헌옷에 보푸라기가 좀 인들 어떠할까. 아주 요긴 할 것 같아서 산 것들이 안 쓰고 그냥 집안 한구석에 잊어버린 채 두는 수가 허다하다. 요즘 나는 신문 장 넘기기도 힘이 들어서 신문을 보지 않는다. 눈도 시원찮고... 그런데 그 남자는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한 장을 선 듯 꺼내서 주며 사는 게 아닌가. 지성스레 자기의 양쪽 장갑에 붙어 있는 보푸라기를 차례차례 떼어 주면서 애를 달구는 그 여인의 청에 거절하기가 박절했나 보다. 여인이 그 자리를 떠나자 “나는 혼자 사는데 혼자 사니까 더 깨끗하게 다녀야 되겠더라구요.” 묻지도 않는 말에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한다. 요새는 여자나 남자 노인들이 거의 혼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너무나 급속히 서구화 되고 개인주의의 팽배로 그 튼튼할 것만 같았던 부모자식간의 연결고리가 어느 날 부터인가 낡은 새끼줄 처럼 맥 없이 삭아 버렸다. 이제 부터는 보호를 받아야 될 다급한 시기에 다다른 힘없는 노인들만이 덩그마니 남았다. 먼저 그 노인도 아들이 목사에 딸도 가까이 살아도 홀로 삶을 꾸려 간다고 한다. 아들이 목사라 면은 사회 지도급 인사이련만 그 일이 힘든가 보다. 한편 노후를 즐기기 위하여 서로 따로 살기를 택하는 경우는 예외일수 밖에 없다. 한 평생 자기아이들을 키우느라 자기 자신만의 삶다운 삶을 살아 보지 못한 노인층이 이를 택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우리 여자동기 중에도 최근 시니어 하우스로 들어가는 친구들이 한 둘 생기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멀리 사는 효자보다는 평생 원수니 어쩌니 해도 그래도 바로 옆에 항상 함께 사는 악처가 찬물을 한술 떠 먹여 주어도 났다고 일컬어 왔다. 부디 서로를 연민의 눈으로 보아야겠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다시 찾지 못할 평생의 귀한 보물처럼 생각을 해야겠다. 서로서로 건강을 잘 챙겨 주어서 젊어서 부터 우리의 아이들를 키우며 고락을 함께 해온 부부간이 함께 오래도록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힘쓰자. 우리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더욱더 아름답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08년 1월 25일 ![]() |

2012.02.23 00:38
헌옷에 보푸라기가 좀 인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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