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2.03.04 21:16

지하철에서...

조회 수 530 추천 수 7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하철에서...                             청초

    이게 고장이 났나?
    아무리 작동 단추를 눌러도 올라오지를 않네...
    그러는 사이 꽤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들었다.

    우리가 사는 야탑 전철역은 깊이가 상당히 깊어서 계단을 그냥 걸어서 올라오는
    것은 물론 내려가는 건 더 힘이 든다. 처음 이사 왔을 때와는 달리 차차 나이를
    먹고 보니 계단을 오르기도 힘이 들지만 내려 가는게 다리가 허벙지벙 놓여서
    더 신경 쓰이고 등에 땀이 난다.

    한참 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지하층으로 부터 올라와서 많은 사람이 올라탔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타고 있어서 요즈음 노인이 많다는 걸 표본 조사
    라도 하는 듯 실감한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라는 팻말을 세워놓고 엔지니어인듯한 사람 둘이 엉거주춤 비켜서서 우리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서 있다.
    "에그 고장이 났었구나"
    "아닙니다, 점검중입니다."

    며칠간의 철도 파업에 전국의 교통망이 마치 혈관 속을 잘 흐르던 피가 갑자기
    멎은 듯 온 나라의 수송 체계가 마비되었다. 연계되어 지하철이 파업을 하니
    그 불편함을 직접 체험한 후라 교통수단으로서의 지하철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그들이 파업을 일으킨 이유는 멀게만 느껴지고 불편함은 바로 몸에
    와 닿는다. 좀 잊혀 질만하면 파업을 하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를 않는다.

    전철 칸에 두 아이를 데린 젊은 엄마가 같이 탔다. 한 아이는 네 살쯤은 된
    여자아이는 봄추위를 막기 위해 사방에 비닐을 잔뜩 씌운 유모차에 태웠다.
    한 아이는 걸빵으로 된 띠로 앞가슴에 안았다. 둘 다 딸아이다.
    이 엄마는 딸아이를 잘 키워 놓기만 하면 매번 비행기 타고 오가는 건 따
    놓은 당상이다.

    요즈음 들어 갑자기 힘이 든다고, 또는 아이를 키우는 데 얼마만한 돈이 든다는
    계산을 튕겨 보고 경제적인 이유 등등을 들어서 젊은 세대들이 아이들 낳기를
    꺼리면서 인구감소로 이어 졌다. 이로 인해 국가의 장래가 좌지 우지 되는
    심각한 실정에 이르니 모두들 남의 아이도 귀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아이가 있는 곳이면 누구나 귀한 보물을 보듯 관심을 가지고 드려다 본다.

    마침 자리가 나서 아기 엄마에게 앉으라 권하니 서서 있는 게 났다고 한사코
    사양을 한다. 모든 게 눈이 돌아가게 빨라지고 하루 밤만 자고 나면 얼마 쓰지도
    않은 새것이 스타일이 변하여 구식이 되어버린다. 허나 아이가 크는 과정은
    예나 똑 같아서 育兒를 한다는 것은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우리 때에는 어떤 친구가 아들을 낳으려다 보니 딸아이를 넷을 내리 낳은
    후에야 겨우 한 아들을 얻었다. 아이들을 다섯을 낳았다고 스스로 자기는
    야만인이라고 비하 하곤 했었다. 세월이 너무나 변하여서 요즈음은 아이를
    많이 낳은 엄마들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T.V.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희한한 세상이 되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오늘날의 발전한 한국을 이룩하는 데 작든 크든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노심초사 밤잠을 설치며 노력을 기우리고 아이들을 키웠던
    요즈음 노인 세대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엉거주춤 한옆으로 밀려났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전반적으로 사회나 심지어 가정에서
    조차 노인 문제로 힘에 겨워 뒤척이는 문제의 세대가 되었다.

    모두들 백세를 향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건강을 챙기자는 켓취프레이즈를 높이
    들고 열심히들 살고는 있다. 장수는 축복이지만 준비가 않된 노후는 재앙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현실도 묵과 할수 없는 사실이다.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어린아이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하루가 다르게 내어 놓는 정부도 노인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을 갖인 것 같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 혜택을 제일 많이 받은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다. 가진 자가 더 가질려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조금도 희생을 안 하고 더욱 편하고 자기 인생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려는 욕심에서 다음 세대인 자기 아이 조차 낳기를 꺼려하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인 이 세태를 어찌 받아 드려야 할지 그저 감감하기만 하다.

    겨우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도 경칩이 지나니 봄이 오는 징후가 뚜렷하다.
    개나리꽃 꽃망울이 뾰족이 입을 내 밀었다. 이 봄을 맞이하여 따뜻한 날씨와
    더불어 우리네 인생살이도 모쪼록 따스한 쪽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06년 3월 8일




                       (오랑캐꽃)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7 노인票의 존재감 / 김대중 칼럼 김 혁 2012.02.20 535
2516 아름다운 관계 김 혁 2012.02.20 556
2515 어제 , 내게 기쁨을 준 길가의 친구들 미강 2012.02.21 558
2514 물을 얻기 위해 샘에 가면 샘물을 길어 올립니다 2 김 혁 2012.02.22 516
2513 헌옷에 보푸라기가 좀 인들 어떠리. 이용분 2012.02.23 544
2512 참 아름다운 분량, 하루 김 혁 2012.02.23 521
2511 어느 컴퓨터 고치는 아저씨이야기 5 미강 2012.02.24 544
2510 삶은 나에게 일러주었네 김 혁 2012.02.24 475
2509 이해는 아름다움의 시작입니다 김 혁 2012.02.25 541
2508 삼식 님. 이용분 2012.02.26 524
2507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김 혁 2012.02.27 467
2506 세상은 보는대로 존재한다 김 혁 2012.02.27 598
2505 때때로 놓여있는 건널 수 없는 강 미강 2012.02.28 557
2504 너무나 쉽고 간명한 FTA 강연 김 혁 2012.02.29 521
2503 때로는 모자람도 미덕입니다 김 혁 2012.02.29 521
2502 슬픔이 가르쳐준 노래 김 혁 2012.03.01 531
2501 常識 뒤집는‘長壽秘訣’ 김 혁 2012.03.02 546
2500 누구나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김 혁 2012.03.02 516
2499 2012년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 김 혁 2012.03.03 530
» 지하철에서... 이용분 2012.03.04 530
Board Pagination Prev 1 ... 228 229 230 231 232 233 234 235 236 237 ... 358 Next
/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