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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 머리 음달진 곳에는 아직도 잔설이 덜 녹은 채 여기저기 낙엽 사이에 남아 있다. 인근 나무숲 속에서는 온갖 산새들이 한 나무에 모여서 유난히 지지배배 이제 이 땅에도 다시 봄이 왔노라 노래하는 것 같다. 하늘에 높이 뜬 햇살은 따사롭게 봄기운이 확연하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이제 살랑 살랑 봄 내음을 담고 있다. 어름이 얼어 하얗게 깔린 뒷 개울, 짖궂은 아이들이 뚫어 놓은 어름 구멍사이로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그 어름은 녹은 채 이미 속은 퍼석퍼석 바람이 든 빈 쌀 강정 처럼되어 공중에 큰 스트로폼 조각 모양으로 매달려 있다. 우수 경칩이 지난지도 한참이다. 꽃샘 추위를 하는 모양인지 날씨가 다구치 듯 사납다. 이제는 겨울이 가 버린줄 지레 짐작하고 다 먹은 김치독에 물을 채워 넣어 울궈 내려다 멀쩡한 단지를 깨 버리는 계절이 이 때이기도 하다. 원줄기인 탄천으로 나가니 개울 넓이대로 꽉 차 흐르던 큰 개울물이 심한 추위에 그대로 얼어버린 개천은 두꺼운 얼음으로 스케이트장 같이 펼쳐져서 아직은 꽁꽁 얼어있다. 어름을 깨는 아이들은 종종 있어도 스케이트나 썰매를 타는 아이들은 이제는 없다. 롤러스케이트에 밀려서 이제 썰매 같은 것은 구세대의 유물이 된것 같다. 썰매쯤이야 어수룩한 광속에 있음직한 헌 사과 궤짝이나 나무토막과 굵은 철사 조각만 있으면 아버지가 톱과 망치만으로 어린 아이들을 위해 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놀이감이다. 그러나 이런 재료를 구하기도 용이(容易)치 않으니 만들어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삭막한 아파트 생활이 된지 오래다. 조금 상류로 올라가니 흐르는 물에 서서히 얼음이 풀린 개울물 가운데 여덟 아홉 마리로 한 무리를 이룬 오리들이 꽁지를 물밖에 내놓고 오랜지색 발은 연신 휘저 으면서 물속에 머리를 쳐 밖고 먹이를 찾느라 물질이 한창이다. 햇살은 오랜만에 온 세상을 따뜻하게 비친다. 코끝에 스치는 쌀쌀한 칼바람이지만 사이에 어쩔수 없이 향긋한 봄 내음이 스민것 같다. 아직은 새순이 돋지 않은 나무 가지 사이를 이름 모를 들새들이 찌릭 찌리릭 긴 여운을 남기며 서로 우지지고 있다. 양지바른쪽 기슭에는 자그마한 봄풀 이파리가 갸웃이 얼굴을 내어 밀고 있다. 이제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들녘에는 달래 냉이 씀바귀 꽃다지 쑥등 나물 캐는 아가씨의 콧노래 소리라도 금방이라도 제절로 흥겨웁게 들릴것 만 같다. 멀리 남옄 땅에서는 벌써 매화나무 가지에 하얀 꽃망울이 터지고 빨간 빛 동백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소식을 전한다. 개천변 버들강아지에도 연회색 움이 텄다. 이제 봄 풀들이 파릇파릇 자라나면 소쿠리를 들고 솜털 처럼 연한 쑥을 뜯으러 가보아야지 하고 진달래 빛 봄꿈을 꾸워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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