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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시들 할때에는 ...                           청초

    모란 전철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이미 장을 보고 가는 이들의 손과 손에
    잔뜩 무엇인가를 사서 들고 돌아들 가고 있다. 식목일이 가까우니 꽃이 빨간
    홍매화, 자목련 대추나무 하얀 꽃이 핀 귤나무 벤자민등 종류도 다양한 나무들이
    팔려 가고 있다.

    한 동안 장에 와 보지 않은 터라 그 분잡함에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선
    오늘은 흰 모란꽃 묘를 사기로 마음을 먹고 왔기에 이집 저집 꽃가게를 기웃거
    리며 흰 모란 묘를 찾아본다.

    드디어 모란을 심은 화분이 있는 가게가 있다. 가격을 물어보니 모양새에 비해서
    너무나 가격이 비싸다. 좀 더 찾아보기로 하고 이리저리 돌아 다녀 보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서로 부딪쳐서 발걸음을 옮기기 조차 힘이 든다.
    (결국은 며칠 지난 어느 날 종로 5가에 가서 사다 심었다.)

    따뜻한 봄이 되니 너도나도 가족 단위로 구경 삼아 나들이를 나온 것 같다. 우리 모양
    부부. 모녀, 오랜만에 만난 친구. 아들딸과 더불어...지나가며 잠깐 듣는 그들의 대화
    에서 느껴진다. 사실 별로 뛰어난 멋쟁이는 없다. 수수하고 편한 나들이 차림으로 이미
    서로 서로가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지고 있다.

    제일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끄는 상점이 꽃가게인 것 같다. 봄이 되니 각양 각색의
    예쁜 꽃들이 저마다 화려함과 참신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 한다. 생활수준도 조금
    높아졌는지 웬만하면 누구든 한가지 꽃은 사들고 가는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모란시장은 토박이 농민들이 자기 집 소출을 들고 나와서 파는 줄
    알았었다. 실제는 그게 아니라 전국의 장터를 떠돌며 다니는 장돌뱅이들이 대부분인지
    별로 싼것 같지도 않다.많은 사람들이 정통 5일장의 매력에 끌리어 이렇게 모여드는것 같다.
    사실 없는것 말고는 다 있으니까...

    쇼핑센타에서는 너무나 현대화 되어가는 건물부터 유두리가 없는 상품가격(商品價格)
    양(量)등 빠듯한 거래에 편리함도 있지만 사람 냄새가 풍기는 푸근한 물건사기가 그리
    워서 너도나도 이리 모여 드는것 같다. 초여름에는 마늘, 가을이면 고추 등을 사러오지만
    주로 냉동된 생선류가 조금 싸다.

    새를 파는곳을 지나 가보니 십자매, 금화조 앵무새 극락조등 여러 종류의 다양한 새들이
    있다. 제가끔 새 임자를 맞이하기 위하여 조그만 새 장안 횟대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
    깃털을 다듬어 주면서 갸웃갸웃 조잘대고 있다.

    인삼 가게에 들러 수삼을 두어근 샀다. 몇년 근(根)이냐에 따라서 가격이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4년근 짜리를 샀다. 대추를 사려고 길 가운데 노점 니야까에서 만져 보니 설탕
    물을 뿌렸나 유난히 반짝 거리는게 달콤하고 끈적끈적 하다. 대추는 달콤해야 팔린다고
    생각했나?

    거기에 묻을 먼지들은 어찌 할까 ? 물론 씻어서 먹으면 되겠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나로서는 생각이 못 미친다. 보통 상인들이 가을에 말린 붉은 고추를 시골에서 사모아서
    무게 많이 나가라고 소금물을 뿌리기도 한단다. 그러면 고추가 눅눅하고 끈적거려 물행주
    로 깨끗이 닦아서 말려보면 근수도 확 준다. 속았다는 기분과 더불어 뭐 다른 농약을 더
    뿌리지는 않았나 싶은 게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다. 살림 경험이 없던 젊을 때에는 더러
    그런 걸 샀었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오늘은 봄 냉이를 샀다. 이파리가 제법 크고 파랗다. 쪼그리고 앉아서 깨끗하게 다듬어서
    파는 할머니의 손길이 정갈스러워서 사기로 했다. 보통 덤불과 잡풀이 섞여서 뜯어 오기
    때문에  다시 다듬으면 반타작이 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역시 옛 사람이 정성스럽고 진국이다. 별로 남을 속이지도 않고 오염되지 않은 원래의
    순수한 인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것 같다. 그들은 수작업시대(手作業時代)에 살았기 때
    문에 꾀도 안피고 자연스레 그리 되는것 같다. 노상 해 왔던 대로의 생활습관 처럼...

    그 외에 딸기 우엉, 풋고추, 말린 강남 콩과 두어가지 잡곡들을 더 샀다. 우리도 손에
    손에 들고 돌아가는 대열에 끼었다.  처음 장에 갈 때와는 달리 나도 조금은 단련이
    되었는지 기분과 함께 발걸음이 가벼워져서 돌아 왔다.    

    삶이 시들 할때에는 가까운 장터에 가 보라 했다.
    처절한 삶의 몸 부림과 의욕이 철철 넘치는 기운을 그 곳에서 느낄수 있기 때문이리라.
                          

                                                       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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