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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봄에 새로운 희망을...                         청초  

    우리 부부는 요즘 명품 스포츠화 풍년을 맞았다. 큰 아들이 한참 전 우리 부부에게 N표 명품신발을 새로 사 주었다. 근데 최근 미국 아트란타 국제 학술회에 다녀 온 작은 아들이 또 다른 색깔의 N표 명품신발을 사서 전주에서 택배로 보내 왔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녘에 국제 전화가 걸려와 받고보니 작은 아들 전화다. 외국을 자주 나가는 막내 아들이 아버지의 낡은 신이 기억이 난 모양이다. 엄마하고 똑 같이 사주기에 선물로 신이 적당했는지 신발 문수를 묻는다. 형이 사주어서 새 신이 있다 말려도 신발 가게 앞이라며 궂이 알려 달란다. 국제 통화료가 많이 나올 듯 하기에 한밤 중 자다 말고 부랴부랴 먼저 큰 아들이 사준 신 사이즈를 알려 주었다.

    큰 아들은 흰색 몸 바탕에 신발 바닥에 진회색줄이 진 남편의 것, 내 것은 오랜지 색깔의 줄이 진 신발이다. 근데 작은 아들은 아버지 것은 회색 천 바닥에 진회색 줄이 진 것, 내신은 연회색 바탕에 초록색 줄이 진 것이다. 요즘은 스포츠 신의 색들이 하도 총천연색으로 만들어서 이 스포츠화를 평상화로 남녀 노소없이 신는 추세다. 사실 요새 신들은 가죽 구두 값을 능가하게 비싸기도 하다. 우리 세대로서는 언감생심 이렇게 비싼 신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세 아이를 키울 적에도 신발 가게에 가서 면으로 만든 가장 가볍고 값도 싼 운동화를 골라 사서 떨어 질 때까지 신곤 했다. 그땐 그렇기도 한 시절이었다. 그 습관이 몸에 배어서 이렇게 비싼 걸 산다는 건 꿈속에서나 할 일이었다. 딸아이가 대학을 다닐 때 알바이트를 해서 얼마 안되는 돈을 내 놓으면서 아빠 신 사신으세요 하며 준 돈이 그 당시 나이키 신발 한쪽 값이라 그 아이는 평생 신 반쪽 사준 일화로 남아 있기도 하다.

    이보다 한참 전에 큰 아들이사준 스포츠화를 나는 발 전체를 탱크처럼 에워싸는 신이 발등을 압박을 하는 게 편치 않아 모두 남편이 신도록 양보 한바 있다. 마침 우리부부는 치수가 같은 신을 신는 터라 그 점은 아주 편리하다.

    그는 내가 준 신은 상자째 꽁꽁 싸서 벽장 속에 올려 놓았다. 언제 선보는 날에나 신으려는지 한 켤레만 밑이 빠지게 신는다.오래 신다 보니 아무리 세척 해도 신도, 신발 끈도 꺼멓게 찌들고 아주 낡았다. 이번에 아펐을 때 응급으로 병원에 가 보니 초라하게 낡은 남편 신발이 내 눈에 영 거슬리고 마음이 아렸다.

    내가 준 그 신 좀 꺼내 신으라 신신 당부해도 아직도 그는 낡아 빠진 그 신만을 꼭 신고 다닌다. 신발 바닥에 요철로 조각조각 붙은 바닥 고무 조각이 떨어지려고 너덜너덜 덜렁거리면 큰 아들을 시켜 수리 해 오라 해선 또 신는다. 우리 동네에는 신발 수선점이 없다. 야탑 전철역 바로 옆에 수선점이 있더니 언제인가 없어지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루는 본드를 사오라 하기에 무엇에 쓰려나 했다. 그 아이는 올때마다 내 컴퓨터 점검에 프린터 잉크 갈아 끼어주기등 엉덩이 붙이고 쉴 틈이 없다. 그 바쁜 틈새에 아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신발 바닥을 드려다 보고 있다. 착한 아들은 그 뜻을 거스리지 않고 그 영을 다 받아 신바닥에 본드를 칠해서 붙이고 다시 끈으로 꽁꽁 묶어 논다.

    아이가 간 다음에
    “왜 그렇게 바쁜중에 온 아이를 매번 힘 들게 하느냐. 전철 안에 다니는 걸인도 그 보다 더 나은 신을 신고 다니는 데, 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외면하느냐“ 하면
    ”아이하고 요즘 연결된 일이 무에 있느냐, 내가 죽더라도 그때 생각을 하며 나를 기억을 하라고 그렇게 하는 거라“ 한다.
    '내 참 추억 시킬 일도 기발하네...!'

    그러던 중에 두 아들이 얼마 간격으로 그 비싼 신을 또 사준 것이다. 두 아들의 새 명품 신들은 내가 주었던 신 대신 상자 째 벽장 속에 착착 올려 놓아 졌다. 이제 벽장 속에 있던 그 신발과 아직도 못 버린 헌신을 현관 바닥에 나란히 늘어 놓았다.
    요즘 신은 여간해서 잘 떨어지지도 않고 질기다.

    그는 희색이 만면이다.
    “이 신이 다 떨어지도록 살려면은 백살은 넘게 살아야겠네..."  
    이 봄에 그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201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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